박소현과 연예중입니다.

by 김용현

박소현과 연예하며 바다를 걷는다.

초여름 바다 물빛이 날카롭다.

해안끝에서 점으로 시작한 빛이

해수면에서 굴절되 바다를 달린다.

공기와 물이 매질되어 내륙에 닿아

광안리 건물에 튕긴다.

주말 오후 관광객이 들끓는다.

물비린내와 항구의 생선썩는 냄세가

초여름 느슨한 공기와 비벼져 비릿하게 코에 닿는다.

해안에 바짝붙어 도열한 건물사이로

원양에서 일어난 짠바람도 속속 훝고간다.

햇살이 높아졌고 시간은 여념없다.

낮술이 비처럼 몸안으로 스민다.

술을 마시며 글을 쓴다. 해가 중천에서 저문다.

사범대학 교지에 들어갈 글을 썼고

문장을 깎아내고 있다.

라디오를 틀고 맥주를 마시며 쓴다.

난 라디오를 30년째 좋아하는 옛날 남자다.

SBS 박소현의 러브게임이 들린다.

고등학교때 아날로그 라디오 박소현을 들었다.

그때는 다이얼을 돌려 안테나로 잡힌

주파수를 트렌지스터로 분리해 스피커로 증폭해 들었다.

지금은 스마트폰 앱으로 디지털 박소현을 듣는다.

기지국을 통해 전송된 신호가 앱의 로직에 따라

필터링과 피드벡, 피드포워드 신호처리되어 내게 온다.

20년 전 풋풋함과 지금의 농익은 목소리가 닿아있다

박소현과 나는 시대에서 시대로 연결된다.

복원된 싸이월드에 남은 사진 몇장을 보았다.

그땐.

아침이면 내가 알지못하는 낯설고 새로운 힘이

내 팔다리에 가득찼다.

저녁의 잠은 달았고 하루는 짧았다.

몸은 소모하고 채워지며 닳아지고 솟아났다.

슬프고 기뻤다. 없어서 잃을것도 없었다.

일과중 사용한 열량은 분열되었고 기상과 함께 뭉쳤다. 치열하게 먹었고 먹은만큼 밤샜고 공부했다.

그때 박소현 목소리는 새침했고 부풀었고 매일 달랐다.

난 글을 쓰며 과거를 더듬고

아직 오지않은 날들을 가늠한다.

시간은 녹아들고 글은 더뎌간다.

삶은 뭉툭하고 피로는 기저에 적층했다.

지금의 박소현은 가볍고 가라앉으며 안정되었다.

그녀와 난 30년째 열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