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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용현 May 31. 2022

나얼과 저녁밥

저녁시간 나얼에 기댄다.

푹신한 목소리가 감정을 감싼다.

비음이 섞인 옛된 고음은 거칠고 부드럽다.

난 나얼이 80이 되어도 이렇게 친절하게

노랠 불러줬으면 좋겠다.

통조림캔에 나얼 목소리를 밀봉해

유통기한을 만년으로 타각하고싶다.

사업계획서, 감정서, 기고글을 썼다.

종류가 다른 글을 적으며

이성과 감성의 경계 줄을 탔다.

틈사이에 빼먹은 보충 강의도 했다.

졸며 자며 듣는 학생들이 귀엽다.

벌써 방학이 다가온다.

아침에 쓴 글을 보고 저녁에 글을 쓴다.

밥을 먹으며 쓴다. 스마트폰에 엄지로 쓰고있다.

내 엄지는 내 연장이다. 철기시대 남자의 쇠도끼다.

두드리면 단조되어 치밀한 연장 되듯

스마트폰 지판을 두드리며 문장이 여문다.

저녁밥은 캠퍼스 벤치에 앉아 싸온 계란을 먹었다.

입에서 섞이는 노른자와 베지밀이 고소하다.

나얼이 막 노래를 마쳤다.

캠퍼스가 학기말로 접어든다.

초저녁 햇살이 몽글몽글하다.

개미들이 일렬로 지나간다. 예쁘다. 모든게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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