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은 끼니며 끼니가 아니다.
겸한 반찬이 단무지라 끼니론 아쉽고
묵직하게 목을 넘기는 중량감은 끼니다.
체인점 간판을 단 요즘 김밥은 화려하다.
참치, 돈가스, 치즈, 샐러드..,
다양한 종류는 기호를 자극하지만
기저에 깔린 김밥의 순수함을 흐린다.
김밥은 고만고만해야 맛있다.
난 속에 단무지. 오이. 햄만 넣은 것을 좋아한다.
멤버 구성이 화려할수록 정식의 무거움과 가깝고
김밥 특유의 경쾌함과는 멀다.
난 김밥을 자주 먹는다.
라면도 먹고 순대도 먹는다.
이 음식들은
먹기 전 기대감이 평이하며
씹어 목구멍을 넘기면
당연한 맛이 안정감을 이룬다.
자주 먹기에 맛의 피크가 지극하고
고만고만한 맛에 안도한다.
이 음식들은 빠르게 먹고 급하게 채운다.
허기가 당기는 공허의 정서는 채움의 속도와 이율배반적이다.
허기는 밑바닥 정서를 이룬다.
자주 먹고 쉽게 먹는 김밥은 기저에 물림과 당김, 외로움을 갖는다.
운동회 아침 날 어미가 동그란 양푼에
참기름으로 범벅한 밥알이 펼친 김에 깔린다.
소금에 절인 오이와 당근은 개별의 맛을 이루고
김을 만나 김밥이라는 창조물로 둔갑하여 공통의 맛으로 말린다. 그 속엔 어미의 애정도 말리며
지극히 더운 운동장에 자식이 웃으며 먹게 한다.
성인이 된 지금.
타인의 어미가 싼 김밥을 벽을 바라보며 먹는다.
그 어미는 누군가의 아들이 먹는 김밥을 어떤 마음으로 말고 썰을까
이 김밥을 모두 먹으면 누군가의 아들이 이 자리를 채워 먹겠다.
그도 나도 허기와 현실을 당면하며.
타인의 어머니의 김밥은.
그래서 무겁다. 현실이다.
지극히 전달되는 냉정함을
더운 된장국으로 누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