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과 그들의 권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대체로 환경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가격이 좀 더 비싸더라도 동물복지를 고려한 제품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고, 육류의 소비를 줄이려고 노력하거나 아예 채식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지요.
그런데 반려동물도 채식을 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사람이 어떤 것을 먹을지는 스스로 결정하는 것과는 달리 반려동물이 어떤 것을 먹을지는 보호자에게 달려 있는데요.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채식을 권하지는 않습니다.
토끼처럼 원래 채식을 하는 동물도 반려동물로서 기르게 되면 아무 채소나 섭취시켜서는 안 되는데, 잡식에 가까운 육식동물인 개는 채식으로 인해 영양의 밸런스가 무너질 가능성이 크고, 더욱 엄격한 육식동물인 고양이의 경우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죠.
한편 육식을 전제로 하는 반려동물들의 숫자가 늘어남에 따라, 이들을 위한 육식 사료를 만드는 데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주목하는 연구자들도 있습니다.
1억 5천만 마리 이상의 반려동물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미국에서는, 반려동물을 위한 사료를 만드는 데 미국 내에서만 연간 64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한다고 추정한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는 1,360만대의 자동차들이 1년간 내뿜는 이산화탄소와 같은 분량이라고 하니,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많은 반려동물들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기후변화에 간접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따라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은 어쩔 수 없는 필요악으로 받아들여야만 할까요?
이런 문제의식 아래, 여러 생명공학 회사들이 '친환경적인 사료' 문제에 주목한 상품 개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최근 캘리포니아에는 여러 생명공학 회사들이 육류를 생산하는 데 따르는 동물복지의 침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영양학적으로 지속가능한 인공 사료들을 연구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요.
이들은 진균류로부터 추출한 가수분해단백질, 심지어는 실험실에서 키워낸 인공 배양육을 통해, 축산업을 통하지 않고도 반려동물에게 필요한 동물성 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는 사료를 개발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사료는 영양만큼이나 안전도 중요합니다. 새로운 성분들이 어느 정도 안전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나올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러한 노력들이 언젠가 결실을 보게 되기를 바라봅니다.
※ 본 콘텐츠는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가 노트펫에 기고한 칼럼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에디터 김승연 <ksy616@inb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