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노령견, 노령묘를 위한 정보와 서비스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나이 든 반려동물과 함께할 때 주의해야 할 것들, 대체로 치아가 약하고 대사 능력이 떨어지는 노령 반려동물을 위해 설계된 사료들처럼 말이죠.
그런데 정작 동물과 함께 오랜 시간을 보내신 보호자분들 가운데 간혹 자신의 반려동물이 얼마나 나이가 들었는지, 반려동물의 생애주기상 노령 단계에 해당하는지 잘 모르시거나, 혹은 느낌으로는 알더라도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3살 고양이를 두고 대화를 나누다가, 보호자분께서 '노령묘'라는 표현에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이시길래 이유를 여쭤봤더니, "나이가 들었다고는 생각했지만 단호하게 노령묘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 건 처음"이라고 말씀해주신 경우가 있었습니다.
보호자분께서 잘 관리해주신 덕분에 나이에 비하면 확실히 건강 상태가 좋지만, 13살이라면 사람 나이로 아무리 젊게 보더라도 환갑인 셈이라고 설명해 드려야 했지요.
사실 과학적인 의미로 노령견과 노령묘를 가르는 정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사람도 '노인'에 해당하는 연령에 대해 (행정이나 법적인 기준은 있을 수 있지만) 의학적으로 엄밀한 기준을 말하기 어렵지요.
더구나 동물은 생활환경과 유전적 영향 등에 따라 같은 종 내에서도 기대수명이 큰 차이가 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난 칼럼 '토이 푸들이 가장 오래 산다'에서 다룬 것처럼요.
이런 점 때문에 분명한 기준을 세우기가 더욱더 어렵기도 합니다. 다만, 기대수명의 마지막 25%를 노령으로 보는 경우, 동물의 수명을 사람의 수명으로 환산한 뒤 대략 60세부터 노령으로 보는 경우 등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공식이나 수치들은 있습니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반려동물 역시 나이가 듦에 따라 생활패턴(특히 수면 패턴)이 변화하고, 시청각 능력과 인지능력이 저하하거나, 피부의 탄력이 느슨해지고 소화능력과 체내 순환 능력이 떨어지는 등 신체의 전반적인 노령성 변화가 나타나게 됩니다.
반려동물의 정해진 어느 연령대보다도, 위와 같은 변화가 실제로 나타나는 시점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노령성 변화가 두드러지는 시점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건강 상태의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연령 환산표나 여러 기준도 참고하시되, 반려동물에게 일어날 수 있는 변화를 눈치챌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을 꾸준히 함께 보내시길 권해 드리곤 합니다.
※ 본 콘텐츠는 양이삭 수의사(yes973@naver.com)가 노트펫에 기고한 칼럼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에디터 김승연 <ksy616@inb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