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겼다고 생각하는 건 착각. 쉐도우 복싱 그만해라.
회사는 상사 편이야. 이 바보야!
"아직까지 계약서 도장 찍는 법도 모르면 어떡해!?"
신입 때는 모든 게 익숙하지 않다. 그 틈을 파고들며 매번 혼나고 털리는 게 일상. 그 악마는 바로 상사다. 혼자 드라마 속 비련의 주인공이 된다.
다 지나가리라고 했던가. 그렇게 수년이 흐르고 익숙해진다. 업무도. 사람도. 회사도. 지금의 일상도. 모든 것이 익숙해진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자신감이 생겼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주변 동료들과 협업이 많아진다. 가끔 상사도 이 일에 대해 내게 물어본다.
가끔 팀장님도 상사에게 물어볼 만한 일을 내게 직접 물어본다. 회사에서 어느 정도 실무적 입지를 갖췄다고 생각하는 순간! 많은 이들이 크나큰 실수를 한다. 바로 상사를 제껴버리는 것이다. 상사를 제끼고 팀장에게 바로 간다. 이유는 다양하다. 상사와 맞닥들인 기 싫다. 팀장이 나를 예뻐라 한다고 여긴다. 이제 나도 쫌 된다고 주위에 기세등등 좀 해 보고 싶다.
타 부서와 협업할 때도 상사에게 굳이 말하지 않는다. 이유는 뻔하다. 나 혼자서도 다 할 수 있다. 말해봐야 쓸데없이 참견이나 하지 않겠나?
혼자 할 줄 아는 게 많아진다는 것은 입지가 상승하고 있다는 의미다. 조금씩 인정받아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이 지점에서 수많은 오피서들은 착각한다.
'이제 내 세상이다. 장과장. 넌 지는 해야!'
이 무렵, 상사는 언짢다. 저 꾸러기 같은 게 어느 순간, 업무에 대한 상의를 하지 않는다. 공유를 잘하지 않는다. 심지어 자신과 아무 얘기도 없이 팀장에게 바로 가서 직보고를 때린다. 괘씸하면서도 불안한 본능적 느낌이 공존한다.
"이런 건은 저랑 얘기하시면 돼요. 바로 진행하시죠!"
"어? 그래도 부서 간 공식 협조 전인데 장과장님도 아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장과장님 이거 잘 몰라요. 일도 다 제가 하는데요 뭐."
"팀장님. 지난번 지시하신 자료입니다."
"어. 그래. 이거 장과장도 같이 확인한 거지?"
"에이. 어차피 장과장은 내용 잘 모르는데요 뭐. 시간 촉박한 거 같아 바로 가져왔습니다. 장 과장한테는 나중에 따로 공유할게요."
한술 더 떠, 능력치나 존심이 상해서 상사로 인정 못하겠다거나 대놓고 디스질을 하는 용자들도 있다. 자신의 입지가 강해지면 상사를 공유에서 제외해 정보력을 배제한다. 업무를 과감히 패싱해 버린다. 배제와 패싱으로 상사의 영향력을 무력화시켜 버린다. 무슨 오피스 독립전쟁이라도 하는 것 마냥 지 혼자 사뭇 비장하다.
'자. 어떠냐? 장과장. 너 따위는 이제 아무것도 아냐!'
상사가 이제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인다. 혼자서도 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혼자 열심히 상사를 상대로 셰도우 복싱을 해댄다. 자고로 회사생활. 후배들은 이렇게 치고 올라가는 법 아니겠는가? 라이징 스타의 탄생은 이런 맛 아니겠느냐구!
결과는 과연 어떨까? 이들의 바람대로 될까? 아니다. 착각이다. 뭐 어쩌다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는 너가 꾸러기인 경우다. 상사를 비롯해 모두가 인정하는 심각한 꾸러기거나 금쪽이라면 가능하다. 답이 없으니까. 그냥 방생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 그렇지 않고서는 상사가 그 바람대로 그냥 병풍이나 허수아비처럼 제껴지는 일은 없다.
보통 실무자들이 상사를 제끼려 도전장을 던지는 순간, 그들의 결말은 보통 자폭 아니면 좌천이다. 제 아무리 실력이 탁월해도 상사는 마음만 먹으면 내 일의 모든 것에 제약을 걸고 다리를 걸 수 있다. 보복을 시전 하기에 자원과 인맥도 충분하다. 너보다 아는 사람이 많고 너보다 윗선에 먼저 닿을 수 있다.
결정적으로 너가 까불다가 사고 쳤을 때, 똑같이 외면하고 쌩을 딱 까 버린다.
"사고 터졌네? 근데 이거 나한테 왜 얘기하는 거야? 딴 건 패싱 하면서. 잘 수습해 봐. 너 잘하잖아! 화이팅!"
상사가 무능해 보이는가?
제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정 존심이 상하면 생각을 고쳐 먹어라. 상사도 사람이다. 참견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게 다 일이거든. 어느 정도 수준이 올라오면 하고 싶은 대로 시켜줄 것이다. 다만 문제 여지가 있는지 정도만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그 위에 숟가락 좀 얹고 싶은 심리는 덤이다.
그냥 상사는 패싱이 기분 나쁠 뿐이고, 불안할 뿐이다. 허락받는다는 생각을 하지 말고, 적당히 통보한다는 느낌으로 툭 던져도 충분하다.
상사란 그냥 도로에서 방향 바꿀 때 켜 주는 깜빡이 같은 애일 뿐이다. 차선 바꿔도 될까요? 그냥 갈까요? 일일이 허락받고 참견받아야 하는 게 아니란 말이다.
깜빡이 켜고 그냥 들어가면 된다. 정 위험할 때만 안 돼! 하고 차선을 못 바꾸게 할 거다. 그게 싫다고 깜빡이 안 켜면? 그냥 그 자체가 신호 위반인 거다. 그치? 맞지?
만약 일을 이렇게 하겠다고 했는데, 상사와 의견이 달라진다면? 그럼 거기서 신경전 벌일 거 없이, 상사한테 직접 보고하라고 운전대 넘겨주면 된다. 어때? 쉽지?
상사를 이길 수 없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그가 상사인 이유는 회사가 공식적으로 너보다 쟤를 신임한다는 의미기 때문이다.
상사를 이길 수 있는 부하직원은 딱 하나다. 퇴사예정자 뿐이다. 얘는 무적이다. 아무도 못 건든다. 그러니 퇴사할 거 아니면 경거망동 말고 이 루틴을 따르면 된다.
이후 너가 상사가 되면, 밑에서 똑같이 유나이티드 스테이츠 오브 쪼렙이 형성될 것이다. 그들은 인디펜던스 전쟁을 치르려 할 것이다. 타도의 대상은 바로 너다.
그러니 어차피 이기지도 못할 거.
힘 자랑하며 까불지 말고 훗날을 생각해라. 쫌!!
상사를 제껴보고 싶을 때 읽기 좋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