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결국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

Part 1. 세계 최강의 힘. 어메리칸 제국의 위용

by 초맹


그래봐야 우물 안 개구리다!


회사는 내수만으로 살 수 없다. 우리나라는 자원의 한계가 뚜렷하다. 지리상으로 무역을 하기 좋은 입지다.

그래서 일찌감치 해상무역이 발달했다. 어느 순간 수출로 먹고 산다. 무역이란 게 사실 별 거 없다. 그냥 물 건너에다 사고파는 것이다.


회사의 본질은 이익의 추구에 있다. 사고팔더라도 얼마 남기는 형태로 우위를 보면 그만이다. 미대륙의 대기업 (주)스테이츠는 (주)초맹의 미주 공략 파트너사이자 주 수출원이다. 든든해 보이지만 마냥 좋지만은 않다. 문제는 늘 교섭에서 열세를 면치 못한다는 점이다.


도움을 요청하거나 업무 협조를 구하는 메일을 보내면, 대충 둘러대며 거절한 후 이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저희는 늘 든든한 파트너로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알려주세요. 우리는 해결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 하겠습니다."

그냥 남발하는 표현이다. 매사가 저런 식이다. 만나면 늘 좋은 친구다. 말만 그렇다.

와썹? 우리는 파트너! 우리가 남이가!! 아하하


배터리를 납품한다. 며칠 뒤 태클 소식이 들려온다. 기스가 조금 나 있더라, 포장이 고르지 않더라 하는 식이다. 별것도 아닌 거로 딴지를 걸고 문제를 삼는다.

"우리는 이 상황을 매우 위중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주로 선적 후에 가격을 후려치는 수법을 구사한다. 이미 보냈는데.. 다시 리턴 받으면 일이 커진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깎아준다. 깎아주면 곧 메일이 온다.

"(주)초맹이 보여준 정성과 호의를 기억하겠습니다."

메일 말미에는 신의 가호가 함께 하기를 바란단다.


계속되는 깎아 치기에 화상회의를 하며 항의를 해 본다. 그럼 이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소위 전자​의 기술력이 비약적인 발전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저희 (주)스테이츠의 파트너가 되기 원하며, 리즈너블 프라이스를 제시해 오고 있습니다."

결과는 뭐 뻔하다. 더 깎아주고 머리를 조아리면 그제야 우리는 친구이며 영원한 파트너라고 답해준다.


그렇다. 이 바닥은 철저히 보이지 않는 힘의 논리가 작용한다. (소위 전자. 잘 나가네? 두고보자.)


"더 깎아줘 봐! 우리 어메리칸 제국이야!!" 끄응..


최근 (주)스테이츠가 자신들의 수년 묵은 산업용 자재를 해외 거래선에 강매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 철강, 알루미늄 좀 구매해라! 메이드 인 어메리칸 제국이니 믿고 써도 된다. 특별히 저렴하게 줄께!"


필요하지도 않은 걸 왜 강제로 사라고 하지? 실상은 몇 년째 창고에서 썩어가는 쓰레기 더미를 사라는 소리 아닌가? 만약 거절하면? 이것들 뻔하다. 곧바로 오더를 훅 줄여버리면서 타격을 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주)초맹도 이 불길을 피해 가지 못했다. 스테이츠로부터 강매요구가 들어왔다. 매입을 해주면 안 되겠냐며, 묻지도 않고 매입 희망가와 수량까지 정해 온다. 어마무시한 액수를 본 실무진들은 계속 검토와 보고가 필요하다고 대응하며 시간을 끌었다.


결국 기다리다 못한 어메리칸 제국에서는 몸소 미팅을 요구하며 찾아오기에 이르렀다. 딱 봐도 수년간 쌓인 악성재고 300억 어치를 한 번에 구매하라니.. 이걸 구매했다가는 기존 투자 계획이 다 막혀버릴 판이다. 현금 유동성에도 지장이 크다.


스테이츠 협상단 등장! "이것들이!! 윗선 나오라 그래!!"


미팅 전, 고전무가 부사장 제니에게 귀띔한다.

"스테이츠는 명실상부 글로벌 탑 티어입니다. 직접 찾아올 정도면 안 사주고 배길 재간이 없겠어요. 이들을 거스르거나 노하게 했다가는 우리도 피 볼게 뻔합니다. 허나 300억은 너무 과하니, 200억 규모로 딜을 보는 게 좋겠습니다."


미팅이 시작된다. 위풍당당한 (주)스테이츠의 파견단은 자신들의 요구에 성의 없는 시간 끌기를 시전한 것을 두고 불만을 표한다. 동시에 미래의 파트너십을 기대한다며 본론을 꺼낸다.


"저희 스테이츠는 사업을 재편하기 위해 재고를 정리 중입니다. 질 좋은 자재들을 다른데 주기보다는 우리의 우호적인 파트너사에 우선 공급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허허허. 그렇군요. 저희는 늘 스테이츠에게 감사한 마음이죠. 공급 물량에 대한 얘기를 드려야 하는데.."

"고전무님. 잠시만요."


허허허. 어서 오시지요!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먼저 넙죽 엎드려 말을 꺼내는 고전무를 가로막은 제니. 심호흡을 한 차례하고 말을 잇는다.

"스테이츠는 이에 앞서, 우리가 자재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게 우선이지 않나요? 살지 말지 결정도 안 되었는데, 갑자기 찾아와서 무례하게 구매를 요구하는 건, 스테이츠의 상도입니까? 어메리칸의 상도입니까?"

"부사장님은 본 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으로 보이십니다. 그렇다면 저희도 어쩔 수 없이 배터리 공급사에 대한 전면 검토에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비록 힘없는 약소 회사의 경영진이나, 일방적인 협상에는 응하지 않겠습니다."

"그 뜻은 저희 스테이츠와의 파트너십이 깨질 수도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손해가 크실 건데요? 다시 생각할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하아.. 의미를 잘 못 받아들이셨군요. 계속 겁박한다면, 저희는 초맹자동차와 초맹폰의 미국 독점 공급사를 스테이츠에서 다른 곳으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이것은 제가 스테이츠에 이길 수는 없겠으나, 같이 죽을 수는 있다는 뜻 입니다만?"

"그런 선택은 어리석을 수도 있습니다. (주)초맹에도 결코 이익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 제 말에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깡패냐? 어디 자꾸 남의 나라까지 와서 행패야?


당황한 스테이츠 파견단. 제니는 어메리칸 제국의 스테이츠를 앞에 두고도 시종일관 떳떳했다. 이 날의 미팅은 양측 모두 아무 소득 없이 불편하게 끝났다. 이번 주 안에 결판을 봐야 하는 상황만을 남겨두었다.


미팅 후, 제니는 쫄리는 마음을 부여잡는다. 머리 속도 쫄아들기는 마찬가지다. 다리가 떨린다. 주저앉는다.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 것일까? 이것이 자본주의 힘의 논리인가? 배터리에서 벌어 투자를 해야 한다. 지금 200~300억 내주고 몇 년 늦어졌다가는 후발 주자로 전락해 버릴 것이다. 다른 수는 없는 것일까?


나오자마자 다리가 풀린다. 마음은 쫄린다.


고뇌할수록 제니는 깊은 무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대로 스테이츠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나? 초맹폰이라도 많이 사달라고 해야 할 것인가? 만약 배터리 사업이 무너진다면.. 그렇게 된다면, 지금 인사 주고받는 저 직원들도 내보내야 할 테고. 저들은 일자리와 생계가 어려워지겠지? 날 원망하겠지?

아.. 나는 어찌해야 하는 것일까?


내 한번의 결정에 저들의 인생이 달려 있다.


한편 고전무는 어메리칸 제국에서 온 파견단을 깍듯이 의전하며 회식을 따라 나갔다.


지금 제니는 복잡하다.

'한판 뜰까? 아니면 상대도 못해본 채 져줘야 할까?'

'직원들이 이 일을 알면 동요하겠지? 내게 무능하다 손가락질하지 않을까?'


무력감, 두려움, 복잡함, 답답함, 참담함, 그 어느 것 하나 쉽게 말할 수 없었다. 답이 안 나오는 상황. 아무 말 못 한 채 모든 것을 감당해 내야만 했다.


해맑게 웃으며 일하는 직원들을 보면서, 심경은 더욱 복잡하고 미묘해져만 가고 있었다.


그날 제국의 힘 앞에 그저 한없이 무기력해야만 했다.


제 아무리 날고뛰어도 세계 무대의 최강자는 어디까지나 어메리칸 제국이다. 자본주의는 결국 힘의 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리스크를 감당해야 되는 상황이 올 때, 오너의 말수는 줄어든다. 오너가 된다는 것은 이 모든 리스크를 짊어진다는 의미다. 스스로.. 그리고 혼자서..


P.S. 회사에서 무기력해질 때 읽기 좋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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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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