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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초맹 Jun 27. 2024

회사 빌런 중 사상 최악은 누구일까?

오피스 빌런 Part 6 : 역대 최고의 악마


악마는 싹을 도려내야 하는 법!


"매우 소중하고 좋은 의견들입니다. 여기 전문가분들 많이 계시네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힘을 합쳐 함께 한다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도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국민들에게 하는 소리가 아니다. 선거 유세 아니다. 국회에서 발표하는 거 아니다. 여러 부서 담당자들이 모여 실적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회의 자리다.


오피스 빌런 최고 원탑은 정치인이다!


정치인. 오피스 게임 최고의 빌런 원탑이다. 야심, 사리사욕, 권력, 출세, 성공.. 이들을 상징하는 키워드다. 액티브 스킬은 가짜 공감과 현혹이다. 패시브는 야누스의 얼굴이다. 필살기는 말 바꾸기와 공약남발이다. 소리 없이 뒤통수를 쳐대며 나락 보내는 스킬은 이들의 기술 특허다. 작당모의와 선동, 수작질에 능하다. 특히 개수작에 매우 능하다.


회아일체가 충성심으로 똘똘 뭉친 돌쇠 같은 이미지라면, 정치인은 세련되고 유하다. 명언을 많이 외우고 다닌다. 책을 많이 읽는 것처럼 보인다. 보여주기용이다. 지적 이미지가 중요하다. 사회생활 잘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지적이다. 유쾌하다. 예의 바르다. 사람 좋다. 유능해 보인다. 일도 잘하는 거 같다.


문제는 저게 다 가짜라는 것이다. 말만 잘한다. 이미지가 기회를 만든다고 여긴다. 그렇다. 철저한 기회주의자다. 이들의 내면세계는 특이하다. 가짜의 나를 만들어 진짜로 보이게 한다. 이건 단순한 포커페이스가 아니다. 생활화의 경지다. 가짜 이미지로 매일 저렇게 살다 보니 진짜가 묻혀 버린다.


그럼 진짜는 뭐냐고? 진짜는 악마 그 자체다. 실제 속은 시꺼멓다. 그렇기에 보여지는 이미지에 더욱 집착한다. 거울을 몇 번이고 다시 본다. 스피치에 항상 신경 쓴다. 주위의 시선에 예민하다.


정치인은 카메라를 의식하고 악수를 좋아한다.


오피스 정치인은 말을 잘 들어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정치인을 찾아내는 포인트다. 딸딸 외워라. 오피스 게임 시험에 꼭 나온다.


1. '저희', '우리' 이런 누군지 모를 애매한 표현을 많이 쓴다. 사람 이름을 잘 말하지 않는다. 대상을 정확하게 말하지 않는다. 그 이유는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두려는 수작이다.


2. 메신저나 메일은 꼭 예의 바르게 쓴다. 그게 친한 동료더라도.. 왜냐면 기록이 남기 때문이다. 전화도 예의 바르게 한다. 녹취되고 있을 것 같아서다. 꼭 만나야만 반말이다. 헷갈린다. 혼동된다. 이게 정치인이 이미지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3. 인용을 좋아한다. 세계적 기업, 유명한 책 내용, 오너나 임원이 강조한 사항. 이런 것들을 인용하여 말에 권력을 부어 넣는다.


4. 정치인이 부정문을 사용할 때, '적정하지 않다.',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판단된다.'는 표현을 쓴다. 일반인은 "쫌 아닌 것 같은데요?" 이러는데 말이다.


5. 남의 말을 들을 때 고개를 과하게 끄덕인다. 눈을 잘 마주치는 느낌을 준다. 듣고 나서 찬성이든 반대든 무조건 좋아요부터 눌러주는 리액션을 보인다.


6. 남이 한 일을 몇 마디 현혹시키는 말로 자기가 한 것처럼 만든다. "아까 급하신 거 같아서 제가 박 과장님께 부탁 좀 드렸는데, 잘 처리해 주셨죠?"


7. 언행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다. 일을 할 때 말로 그럴싸하게 선동지어 놓고, 본인은 초반에만 참여하다 다른 일을 핑계로 빠져나간다.


8. 임원 보고라도 있으면 스피치 연습을 무지하게 해 온다. 보여줄 건 말이 다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에는 꼭 명언 같은 걸 넣는다. "저희 초맹 은행은 탑이 아닙니다. 그러나 공든 탑은 내일의 탑을 새롭게 쌓아 올릴 것입니다." 임원들은 이런 걸 좋아한다. 멋있으니까. 있어 보이니까. 가히 스피치 원탑이다.


누가 와서 화내도 기꺼이 웃어 보이며 고개를 숙인다.


정치인은 말로 문제를 축소하고 공적을 확대한다. 문제를 축소할 때는 윗사람이 원하는 바를 캐치하고, 자신은 빠져나갈 구멍을 여는 게 핵심이다.


일반인 : 선적 과정에서 제품 파손 있었대요! 이거 불량 나기 전에 빨리 리턴 시켜서 다 확인해 봐야 돼요!

정치인 : 아직 보지도 않았는데 파손, 불량 이런 표현은 적절하지 않아요. 경미한 흠이라고 합시다. 대세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일단 판매하고 반응 보며 대응해도 되지 않을까요?


그렇다. 표현을 지적하며 축소부터 한다. 위에서 수출 밀어붙이기를 원하니 그럴싸하게 발린 말을 한다. 끝에는 제안하는 형식을 취한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의견을 얘기했을 뿐, 하자고 한 건 아니니까.. 그치?


공적을 확대할 때는 겸손 모드를 취하지만 대상을 정확히 말하지 않는다. 그렇게 공을 독차지한다.  

일반인 : 이번 출시한 예금 상품 고객들 반응이 좋아요. 젊은 층 타겟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정치인 : 처음에 타겟 잡는 게 어려웠는데, 전무님이 주신 팁이 있었죠. 젊은 층 잡아보라는 말을 믿고 따랐던 게 적중했습니다. 제가 한 역할이 많지는 않습니다. 모두가 함께 이루어 낸 성과입니다.


화술의 차이가 보이는가? 임원이 전략을 냈고 일은 자기가 다 했다는 말이다. 콕콕 찝어서 김대리, 장선임이 가장 열심히 했다고 말해도 되는 걸 모두로 에둘렀다. 저들을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공은 자기가 독식하겠다는 겸손을 가장한 개수작이다.


등을 보이는 순간 가차없이 내리 찍는다.


정치인은 애사심, 충성도 그런 거 없다. 기회가 되면 머문다. 필요에 따라 떠난다. 거기에는 항상 명분을 붙인다. 기회주의자인 게 티 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이들의 목적은 오직 부와 명예, 권력이다.


동료도 동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적당히 이용해 먹고 때 되면 갈아타는 거다. 상대가 오늘의 적일지라도 누구든 함께 동침할 수 있다.


이들은 큰 일 벌리는 것을 좋아한다. 큰 프로젝트를 벌린다. 큰 사업을 진행한다. 초반에는 열심히 회의에 다닌다. 일이 중반에 갈 무렵 쓰윽 빠진다. 막판에 진행사항을 체크한다. 정리해서 보고한다. 이렇게 공적을 쌓는다. 이력서에 한 줄을 늘린다. 그게 필요한 것이다. 일이 잘 되고 안 되고는 중요치 않다.


이들의 집착은 이미지다. 남들에게 내가 어떻게 보일까이다. 내면의 두려움도 여기에 있다. 바로 이미지가 나락 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자신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허점을 드러내면 이미지가 깎인다고 여긴다. 오피스 정치인의 유권자는 노비이다. 평판 관리에 병적인 수준을 보인다.


다면평가를 해 보면 이들은 그룹 최상위를 유지한다. 다면평가는 말이 좋아 다면평가지 실상은 인기투표다. 덕분에 탁월한 승진력을 보여준다. 이딴 걸 자기 계발서에서는 자기 관리라고 표현하는 거다.


자신이 참여한 일이 꼬꾸라질 때 잔인하고 무자비한 본색이 나온다. 꽁꽁 숨겨둔 진정한 자신의 자아 악마를 소환한다. 남 뒤통수쳐서 나락 보낸다. 합리적으로 책임을 전가한다. 자기 대신 죽어줄 사람을 찾아 함정을 파놓고 그 난파선에 탑승시킨다. 그다음 자기는 빠진다. 저주받은 타이타닉호는 그렇게 침몰해 간다. 모두 죽어간다. 먼저 내린 정치인은 살아난다. 기사회생은 이렇게 하는 거다. 그리고 아닌 척하며 함께 애도하는 거다.


나도 저 자리에 앉고 싶다.


예전에는 임원이 되기 위해서는 사업을 씹어 먹으며 성과 숫자를 찍어내면 가능했다. 그러나 저성장 시대에 접어들며 무지막지한 숫자를 찍어주지 않는 한, 숫자 하나로는 임원에 올라가기 어렵다. 요즘 임원은 최소 절반 이상이 이런 정치인 출신이다.


오피스 정치인 출신 임원은 보통 명줄이 길다. 이들은 임원이 돼도 똑같다. 신기술, 신소재 사업 이런 첨단에 관심이 많다. 잘 되면 좋지만 안 돼도 된다. 이력서에 한 줄 추가할게 생기면 된다. 야심과 욕망이 빚어내는 현실판 오피스 게임은 이렇게 돌아간다. 그래서 회사가 되도 않은 사업을 벌리다 말아먹기를 반복하고 밑에는 죽어나가는 거다.  


정치인은 초반에 티가 나지 않는다. 빠르면 5년 차 정도 넘어가야 그 싹이 보인다. 그리고 7~8년 차 넘어가면 표를 얻으려 활동이 왕성해진다.


정치인은 아이를 좋아한다. 아니.. 좋아하는 척 한다.


정치인의 진가는 사내 체육대회, 경조사, 봉사활동, 멘토링 이런 데서 나온다. 부지런히 다 참석한다. 특히 저런 데 가서 좋은 이미지를 심어준다.


홍보실에서 사진이나 영상이라도 찍으면 더욱 열심히 하는 리액션을 보인다. 봉사활동 가면 갑자기 아이도 안아주고 장애인도 부축해 주고 그런다.


정치인은 노약자를 공경한다. 근데 뒤에 뭐 찍고 있다.


가장 상대하기 어렵고 피해 가기도 어렵다. 이미지 관리도 잘한다. 내뺄 구멍은 다 만들었다. 말도 청산유수 폭포수다. 꾸러기 짓도 안 한다. 그래서 어렵다. 피해 갈 수 없다면 방법은 있다. 이들의 이미지를 나락 보내면 된다.


이들과 회의가 잡힌다. 무엇 때문에 회의를 하는지 얘기해 주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자기네 쪽 회의실로 오도록 할 것이다.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다. 회의는 반드시 장소를 변경해서라도 내 홈그라운드에서 해야 된다. 그래야 그럴싸한 말로 현혹질을 할 때, 주변 동료들을 불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들과 대화할 때는 사람들이 많은 경우여야 한다. 단 둘이 업무 대화는 삼가해라. 메일 보낼 때는 관련된 사람 다 참조 걸어라. 어떤 말을 한다면 분명 애매하게 물타기를 들어갈 것이다. 계속 잘 모르겠다고 하고 꼬꼬무를 시전 해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세히 물어봐라. 도망각이 보여도 놔주지 마라!


심심한데 정치인 사냥이나 한번 해 볼까?!


"말이 넘 포괄적이네요. 자세히 좀 설명해 주세요."

"그래서 누가 이 일 한다는 거에요? 자꾸 같이 한다. 모두 한다. 이러지 마시고 명확하게 정해요."

"이번 테스트 제대로 안 되면 책임 누가 지는 거에요? 정치인 과장님 또 모른척 하실 거잖아요."

"이거 진행하실 거면 기안 직접 써 주시고 예산 좀 받아주세요. 보고는 저희가 할께요. 헤헤."


저렇게 웃으면서 패면 된다. 점점 어버버 할 것이다. 주변에서 사람들이 본다. 합세하는 사람들도 나올 것이다. 그렇다. 이미지에 병맛테크를 태우면 된다.


자세히 묻고 기록해라. 그리고 뿌려라. 회의록이라고 하고. 만약 회의록을 쓰자고 하면, 회의록은 직접 써라. 저들이 쓰게 하면 회의록은 조작된다.


저들이 공치사 못 하고 책임회피 못하게, 기안을 내주는 척하고 보고는 가져오자. 일은 기안 쓴 사람, 아니면 보고한 사람이 한 게 된다. 일이 잘 끝나면 보고를 함으로써 공을 안 뺏길 수 있다. 일이 망하면 정치인이 기안 쓴 일임을 강조해서 보고하면 정치인은 빠져나가지 못한다.


만약 정치인이 상사거나 동료라면 이렇게 공략하면 된다. 그들은 이런 상황이 몇 번 반복되고 실체가 알려지면 잽싸게 이력서에 몇 줄 추가해서 몸값 잘 튕겨 다른 당으로 이직할 것이다.


제가 여의도 가는 길 좀 깔아봤는데 맘에 드십니까?


정치인을 부하로 데리고 있다면 언젠가는 내 등에 칼을 꽂게 되어 있다. 미리 즈려밟아야 한다. 그러나 딱히 명분이 없을 것이다. 복잡하게 생각할 거 없다. 그냥 핵심 업무를 이들에게 주지 말고 잡일, 망한 일, 똥 치우는 일만 주면 된다. 협업하는 일은 배정하지 마라. 유권자를 이들에게 붙여주지 말라는 의미다. 붙여주면 파벌을 만들고, 표심을 잡기 시작한다. 그렇게 몇 년 지나면 이들의 싹은 크지 못할 것이다.


직접 피해 준 것도 없는데 가혹하지 않냐구?

암세포는 3차까지 번질 때 잡는 게 아니다. 4차로 전이되면 그땐 못 잡는다. 내가 죽는다. 동료들이 죽어나간다. 혹일 때 바로 잘라내야 한다. 등에 칼 꽂혀 죽고 싶다면 그냥 내비둬도 된다.


공약을 계속 믿어봐라. 선택은 자유다.


그 자리는 언젠가 내 자리가 될 거야! 여의도는 내가 간다!


경제 집단은 돈을 버는 곳이지 정치를 하는 곳이 아니다. 번지수가 틀렸다. 정치인 네놈들의 불타는 야욕에 힘 없이 죽어간 오피서들이 몇 명이나 되는지 기억은 나는지 묻고 싶다. 그런 적 없다고 하겠지..


민주주의는 정치를 만들었다. 자본주의는 경제를 만들었다. 그 결과 오피스 게임은 경제를 정치로 풀어가는 사내 정치인을 탄생시켰다.


P.S. 자 그래! 어차피 이판사판 정치판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오피스 반장 선거도 투표해서 뽑아 볼까?

존경하는 직원 여러분. 오피서들의 행복과 삶의 질을 위해 보다 나은 내일을 열어가겠습니다! 아침마다 빵과 우유를 드리겠습니다! 무상급식 하겠습니다! 일 안 해도 기본월급 100만 원 드리겠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직원들을 섬기겠습니당! 저를 뽑아주세여! (아.. 현타오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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