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유수유와 강박장애 (2)

by 은진

어느 날 화장실 불이 나가 등을 갈기 위해 의자를 갖다 놓고 등 커버를 이리저리 눌러보았다. 10년이 다 되어가는 등 커버는 갑자기 '뚝'하고 부러져 플라스틱 가루를 쏟아냈다. 그리고 위를 향해 보고 있던 나는 정면으로 그 플라스틱 가루를 맞았다. 예전 같으면 가루를 털고 씻어버리면 그만이었지만, 강박장애가 재발한 나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이는 울면서 엄마를 찾고 있었는데, 플라스틱 가루가 묻은 내 몸이 더럽게 느껴짐과 동시에 화장실이 플라스틱 가루로 오염되었다는 생각에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화장실에서 나가게 되면 내 몸에 묻어 있던 플라스틱 가루가 거실 바닥에 떨어져 온 집안이 오염될 것만 같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씻으려고 하니 오염된 화장실이 눈에 들어왔고, 화장실을 청소하고 나면 내 몸이 오염되어 몸을 씻을 테고, 그러면 또 화장실이 더러워질 것 같고……. 하루종일 화장실 청소와 몸을 씻고 있을 내 모습이 그려져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머리로는 ‘샤워기로 화장실에 떨어진 가루를 배수구에 흘려버리고 샤워하면 되잖아.’라고 되뇌었지만 마음은 찝찝하고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 자신이 도통 통제가 되지를 않아 서러워서 화장실에 쪼그리고 앉아 엉엉 울었다.


남편이 나에게 와서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화장실을 나갈 수도, 여기 있을 수도 없어. 흑흑…….”


결국 등을 갈 때 입었던 옷을 비닐봉지에 넣어 남편에게 갖다버리라고 했고, 화장실을 빡빡 청소하고 또 청소하고 계속 샤워를 하고 또 하고……. 모든 것을 만족했을 때 화장실 밖을 나올 수 있었다.


하루는 주방에 인테리어 필름 작업을 하고 나서 실리콘으로 마감을 해주었는데, 딱딱하게 굳지 않아서 문지르면 가루처럼 묻어 나오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남편이 그 부분에 식빵 봉지를 놔두거나 물건을 올려놓은 날이면 불같이 화를 냈다.


“실리콘 가루가 묻어 나와서 물건에 묻는다고!”

“괜찮아. 아무 일 없어.”


남편은 나를 안심시키려고 했지만 내 신경은 온통 주방의 실리콘으로 가 있었다. 새벽 2시, 불을 다 끄고 실리콘 주변을 스마트폰 불빛으로 비춰봤다. 실리콘 주변에 먼지들이 보였다. 나는 물티슈로 실리콘 주변을 닦고 또 닦았다. 제대로 닦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불빛을 비춰봤고, 실리콘을 살짝 문질러서 가루가 나오는지 확인하고 조금이라도 나오면 주변부까지 또 닦았다.


“지금 뭐 해?”


남편이 자다 깨서 나에게 물었다.


“아니. 그냥…….”


나는 실리콘 가루와 먼지를 계속 닦고 있다는 얘기를 차마 할 수 없었다. 그러면 남편이 당장 병원에 가자고 할 것 같았다. 남편이 자러 들어가기를 기다린 후에 새벽 4시가 될 때까지 실리콘 마감처리한 주방 상판을 닦고 또 닦았다.


한편, 젖병보관함을 샀는데 플라스틱 거스러미가 발견되었다. 불안한 나는 택배박스로부터 젖병보관함을 들고 온 동선대로 거실 바닥을 쓸고 닦고를 반복했다. 젖병보관함도 찝찝해서 몇 번이나 설거지를 했고, 설거지를 한 싱크대도 오염됐을 것 같아 싱크대도 청소했다. 또한 설거지를 한 수세미에 플라스틱 조각이 붙어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수세미도 버렸다.


그 외에도 아기 물건이 택배로 오면 현관 밖에서 택배박스를 뜯어 플라스틱 거스러미가 있는지 확인했고, 거스러미가 있으면 손으로 떼거나 입으로 불어 제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옷에 거스러미가 묻어서 집으로 들어왔을 것 같다는 비합리적인 사고로 인해 플라스틱 제품의 택배가 온 날이면 옷을 세탁하고 샤워를 꼭 했다.


강박장애가 점점 심해져 감에 따라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고 있었다. 남편은 안 그래도 모유수유를 유지하는 것도 힘든데(아이가 모유를 먹다 계속 잠들었음) 강박장애까지 있으니 병원 치료를 위해 이제 모유수유를 그만하면 안 되겠냐고 그랬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모유수유에 미련이 남아 내가 정상이 아님을, 강박장애가 재발했음을 인지하고도 병원에 선뜻 가지 못했다. 그런데 한 사건으로 인해 드디어 병원에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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