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장애와 헤어질 결심

by 은진

화장실 사건이 있은 후 며칠 뒤에 소독업체에서 아파트 정기소독을 하러 오셨다. 아기가 있어 화학물질이 걱정된 나는 소독원에게 여쭤봤다.


"아기가 있어도 보통 소독을 하나요?"

"네. 대부분 소독합니다."


그 말을 듣고 별생각 없이 소독했으나 곧바로 후회하였다.


아기는 안방에 누워있었는데, 아파트가 옛날 구조라서 세탁실과 안방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데 안방 창문이 열려 있어서 세탁실 배수구를 소독할 때 안방으로 소독약이 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화장실 하수구, 변기, 세탁실과 보일러실 배수구에 소독약이 뿌려졌는데, 그 화학성분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불안해졌다. 그리고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강박행동이 또다시 시작되었다.


먼저 화장실을 청소했다. 변기, 바닥, 하수구를 솔로 빡빡 문질러 씻고 또 씻기를 반복한 후에 물을 흘려보냈다. 수전 손잡이에 걸쳐놓은 샤워헤드가 바닥에 떨어져서 하수구에 닿았다는 생각에 샤워헤드와 구불구불한 샤워기 줄까지 비누로 꼼꼼하게 닦고 또 닦았다.


다음으로 보일러실과 세탁실을 물로 몇 번이고 흘려보냈다.


마지막으로 아이 옆에 있는 물건인 디데이 달력, 체온계와 더불어 안방 이불까지 소독약이 튀었을 것 같다는 생각에 안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디데이 달력은 버리고 체온계는 버릴 수 없어 물티슈로 닦고 또 닦기를 반복했으며, 체온계에 씌우는 필터는 다 갖다 버렸다.


그 사이 아이는 여느 때처럼 모빌만 보고 있었다.


낮 동안 청소와 정리를 계속하다 보니 저녁이 다 되었다. 아이는 침대에서 울고 있었는데, 아이를 안아서 달래려고 하다가 흠칫 놀랐다.


"아들아. 엄마 몸이 너무 더러워서 너를 안을 수가 없어……. 미안해. 엄마가 씻고 올게."


청소를 하면서 몸에 소독약이 묻은 것 같아 내 몸이 더럽게 느껴져 아이를 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샤워를 하고 나왔는데, 아이는 여전히 침대에서 울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이를 안고 달래려다가 멈칫했다. 소독약이 튀어서 아이의 몸이 오염되었다는 생각 든 것이다. 낮 동안 내내 청소하고 저녁이 되어 겨우 샤워를 마치고 나왔는데, 아이를 안게 되면 소독약에 내 몸이 또 오염될 것 같다는 불안감에 순간 사로잡혔다.


몇 초간 아이를 안을지 말지를 고민하는 나 스스로에게 깜짝 놀라 우는 아이에게 연신 "미안해"라고 말하며 아이를 달랬다. 그리고 아이를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나서야 마음 놓고 아이를 안을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가 입던 옷, 아이가 누워있던 아기침대의 이부자리와 커버를 벗겨 세탁을 했다. 이런 나 자신이 비정상적이라는 두려움과 함께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뒤섞여 눈물이 흘렀다.


그 후 남편이 퇴근하고 왔고, 나는 남편에게 소독약이 이불에 튄 것 같아서 찝찝하다고 말했다. 밤 10시에 남편은 빨래방에 가서 네 채의 이불을 빨고 12시가 다 되어 집에 들어왔다.


밤에 아이를 재우고 누워서 곰곰이 생각했다. 지금처럼 강박사고와 강박행동이 반복된다면 아이를 모빌만 보게 하고 방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무엇보다도 아이가 오염된 것 같다는 부적절한 생각이 들 때 안아줄 수 없다는 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집이 소독약, 건전지 가루 등으로 오염되었다는 생각에 청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찝찝해서 만질 수 없는 가구, 바닥 등이 점점 늘어감에 따라, 가장 편안해야 할 집이 지뢰밭과 다름없이 느껴졌다.


그제야 일련의 모든 상황이 객관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정말로 아이를 위한다면 모유수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당장 강박장애 치료가 필요함을 말이다.


그날 밤 나는 기존에 우울증 치료를 하러 다니던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할 결심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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