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에 (다시) 방문하다

by 은진

임신 전 다니던 병원은 출산 후에 다시 방문했음에도 달라진 게 없었다. 달라진 건 우울증에서 강박장애라는 병이 추가된 나 자신이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무슨 일이세요?"

"강박증이 재발한 것 같아요."


의사 선생님께 이제껏 방을 끊임없이 쓸고 닦은 것부터 소독약에 아기가 오염된 것 같아서 안을 수 없었던 이야기까지 전부 털어놓았다.


"어허. 그거 큰일이네요. 엄마가 아이를 안지 못하다니."


의사 선생님은 안타까워하셨다. 그리고 잘 왔다고 격려해 주셨다.


"선생님. 그런데 제가 모유수유를 하고 있어요. 그럼 약은 어떻게 되죠?"

"약 드셔도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2주 뒤에 다시 나오세요."


약을 받아서 병원을 나왔다. 하지만 청개구리 같은 나는 의사 선생님이 모유수유에 괜찮다고 하는데도 걱정이 되어서 약을 먹지 않았다.

2주 뒤 다시 병원을 방문했다. 선생님은 나를 보시고는 모니터를 내쪽으로 돌리셨다.


"강박장애 관련 약이 수유부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인데,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다고 나와있어요."


모니터를 한 번 보고 의사 선생님을 한 번 봤다. 단호하고 확신에 찬, 그러나 따뜻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계셨다. 논문까지 찾아서 보여주시며 약물이 모유수유에 안전하다고 안심시켜 주시는 선생님을 보며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매일 자신을 격려해 주세요. 잘하고 있다고요. 강박행동을 했더라도 애썼다고 해주세요."


병원을 나오며 다짐했다.


'그래, 일단 자신을 격려해 주자. 의사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해보자.'


자기 전에 누워서 가슴에 손을 대고 말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하루 종일 쓸고 닦은 하루였지만 아이를 위해서였다고, 애썼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주었다. 그러자 강박장애가 있는 나 자신도 조금은 괜찮은 사람인 것처럼 느껴졌다.


격려가 쉽지만은 않았다. 까먹은 날도 있고 육아와 청소에 지쳐서 잠들어버린 날도 있었다. 어떤 날은 오염에 대한 강박사고와 하루 종일 청소하는 강박행동을 한 스스로가 너무 비정상적으로 느껴져서 격려하려야 격려할 수 없는 경우도 었다.


스스로를 격려해 주라는 의사 선생님의 처방은 단순히 약물치료로 단기적인 효과만 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생김으로써 불안을 감소시키고 장기적으로 우울증과 강박장애 증상을 줄여나가는 것임을 시간이 지나서 알게 되었다.




지난주 몸과 마음이 좋지 못해 연재를 하지 못했었는데, 많은 분들이 걱정해 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아직 세상은 따뜻한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하고 느꼈답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이 최고인 거 아시죠?

글벗님들 늘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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