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장애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하고 처방받은 약을 먹었다. 단기간에 좋아질 리가 없었지만, 눈에 띄는 진전이 나타나지 않자 마음이 조급해졌다. 여전히 플라스틱 조각이 보이면 미친 듯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청소하고 있었고, 건전지 가루가 묻었던 책장, 책장 위에 놓았던 에어컨 리모컨, 그 리모컨을 놔두었던 창틀, 소독약을 뿌렸던 화장실과 세탁실이 지뢰밭처럼 느껴져서 집이 불편했다.
‘병원에 입원을 해볼까? 강박장애를 유발하고 불안을 야기시키는 요소를 완전히 차단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이렇게 계속 살 수는 없었다. 입원에 대한 생각은 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입원을 하게 되면 남편이 육아휴직을 쓰고 아이를 돌보는 것까지 상의하고 나서 의사 선생님께 상담을 하러 갔다.
“선생님. 강박행동을 계속해서 일상생활을 할 수가 없어요. 입원을 하면 좋아질까요?”
“그건 장담할 수 없어요. 사람마다 다르거든요.”
“그럼 일반적으로 강박증 있는 사람이 입원하면 좋아지기까지 대략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나요?”
“그것도 사람마다 달라요.”
의사 선생님은 쪽지에 입원 가능한 정신병원을 적어주셨다.
“바뀐 약 먹고 나서 좀 어때요?”
“그 전의 약이 남아있어서 먹고 있는다고 아직 안 먹었어요.”
아차, 그전에 모유수유한다고 약 먹는 것을 미뤘어서 바뀐 약을 아직 먹지 않았다.
“그럼 바꾼 약을 먹고 나서 입원을 결정해요.”
강박행동을 반복하는 현실이 힘에 부쳐 성급하게 생각했다. 의사 선생님을 믿고 조금 더 통원치료를 해보기로 결정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받는 상담은 항상 짧게 끝나서 아쉽다.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물론 더 길게 이어갈 수도 있지만 계속 상담하다가는 뒷사람들이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대략 3분에서 10분으로 끝내곤 한다. 강박장애를 치료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다가 정부사업인 ‘전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2026년 현 명칭: 정신건강 심리상담 바우처사업)’을 알게 되었다. 나는 서비스 대상자 중 정신의료기관에서 불안, 우울 등으로 심리상담이 필요한 사람에 해당되어, 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받아 주민센터에 신청하면 심리상담 비용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병원에 방문하여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지난번 병원 소개에 이어 친절하게 상담센터까지 소개해주셨다. 오, 의사 선생님. 감사합니다!
진단서를 끊었다. ‘강박장애’, ‘우울증’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다시 한번 환자임을 상기했다. 정복해야 할 만만치 않은 녀석들.
이제 강박장애를 꼭 이겨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확고해졌다. 적을 무찌르기 위해서 다양한 전술이 있는 것처럼, 내 안의 불안과 우울을 다스리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중 하나가 인생 처음으로 상담센터에 방문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