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력한 엄마의 육아
아기를 낳고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의욕이 넘쳐서 처음에는 뭐든지 열심히 했다.
우리 아기 잘 키우려면 삐뽀삐뽀 119 정독은 기본이지! (밑줄 쫘-악!)
미세먼지가 있어서 우리 아기 호흡에 해가 되면 안 되니까 청소하자! (매일 청소하니 골병이 들지)
아기가 또 토를 했네. 방수패드가 또 젖었으니 세탁하자! (우리 집이 세탁소인 줄)
우리 아기 세균에 감염되면 안 되니까 젖병 꼭꼭 소독하자! (소독을 얼마나 해대는 거야)
좀 더 크고 나서는
그래도 엄마표 이유식이 최고지! 그리고 요샌 토핑이유식이 대세니까 나도 큐브를 활용한 토핑이유식으로 할 테다! (칸칸이 재료를 넣고 있자니 지금 생각하면 효율이 떨어진다)
우리 아기 언어발달이 잘 돼야 하니까 동화책 읽기는 기본이지! (동화책 또 읽어달라고? 지친다 지쳐)
놀면서 아기는 배우게 되어있어! 쉬지 않고 계속 놀아줘야지! (나는 언제 쉬어?)
우리 아기 우리 아기 우리 아기...
좀 더 크고 나자(돌 이후였던 것 같다)
귀
찮
아
그렇다. 귀찮음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무기력이 나를 지배했다. 처음에는 아기를 위한 마음으로 뭐든지 열심히 하며 버텼지만 곧 에너지는 고갈이 되었다. 그리고 강박장애와 우울증이 찾아온 뒤로 나를 돌볼 여유조차 없어서 때때로 무기력한 상태에 빠졌다. 주기는 두 달에 5일 정도. 생리도 아니고 이게 뭐냐 싶지만 정말 손끝하나 까딱하기 싫은 상태가 때때로 찾아왔다. 그럴 때면 아이가 깨울 때까지 잠을 잤다. 아이는 7시에 일어났는데 나는 8시가 넘도록 자고 있었다. 9시에 아침밥을 주고 나면 설거지는 하지 않는다. 당연히 청소도 일주일째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지독한 무기력이 찾아와 잠만 잤다. 그럴 때면 아이 간식인 우유 주는 것조차 뛰어넘었다.
'간식 안 줬으니까 12시에 밥 줘야지.'
하고 누워 또 잠든다. 그러면 1시가 된다.
'1시에 밥 줘야지. 그런데 일어나는 게 귀찮네. 10분만 더 누워있자.'
그러면 2시가 된다. 그때서야 일어나서 아이 밥을 챙겨주었다.
그때까지 아이는 뭘 하냐고? 처음에는 혼자 놀다가 잠만 자는 엄마 옆에 누워서 같이 잠들어버린다. 그래서 밥때를 놓치기 일쑤였다. 고백을 하고 있자니 너무 하다 싶기도 하고 더러 날 비난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애 밥은 굶기면 안 된다는 일념하나로 자리에서 꾸역꾸역 일어나 밥을 만들고 먹였다.
그러면 사람들은 생각할 것이다. 엄마면 당연히 애 밥을 챙겨줘야지. 그거 해주는 게 뭐 대단하다고.
그렇다 나는 불량엄마다.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고백을 하는 이유는 아마 산후우울증이나 기타 다른 정신적인, 또는 신체적인 문제로 인해 아기를 잘 돌보지 못하는 엄마들이 있을테고 그들 역시 자책하고 있을 거란 걸 알아서 내가 목소리를 냈다. 엄마라면 응당 이렇게 저렇게 아이를 케어해야 한다는 기준에서 벗어난 엄마들이 분명 존재한다.
제일 괴로운 건 엄마인 나이다. 무기력해서 아이를 잘 돌보지 못할 때면 자책과 후회를 하면서도 무기력에서 헤어 나오지를 못했다.
그만큼 무기력이 무서운 것이다.
최근에도 무기력이 찾아왔는데, 다행히도 아이가 이제 어린이집에 다녀서 나의 무기력으로 인해 아이가 밥을 늦게 먹는 일은 없어졌다. 그래도 하원시간 전까지 여전히 6시간 동안 누워서 잠자고 또 잠자고...
육아를 하려면 신체도 정신도 건강해야 함을 깨닫는다. 나는 강박장애와 우울 때문에 나 자신을 돌보지 못해 이따금 아이를 잘 케어하지 못했다. 그래도 아이는 항상 나를 보며 웃어준다. 그럴 때면 미안함이 몰려온다.
마인드컨트롤하며 무기력에서 벗어나 조금씩 생기를 찾아가도록 부단히 노력해야겠다. 아이를 위해서. 나를 위해서.
아들아 미안하다. 그리고 이런 엄마라도 좋아해 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