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재철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별안간 문뜩 떠오른 죽음에 대한 단상.
“화장실 가는 것처럼 살그머니
화장실 가서 안 오는 것처럼 슬그머니”
굳이 떠벌릴 필요없고,
모라 내 뒤를 부탁한다 말할 것 없이
그저 “외로워지”며 떠나는 이 세상,
그것이 죽음.
외로워 지는 연습이 필요하고,
낯선 이들의 거리에서 마음이 더 환한
바로 그런 것. 죽음에 대한 생각.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윤재철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술값은 쟤들이 낼 거야
옆 자리 앉은 친구가 귀에 대고 소곤거린다
그때 나는 무슨 계시처럼
죽음을 떠올리고 빙긋이 웃는다
그래 죽을 때도 그러자
화장실 가는 것처럼 살그머니
화장실 가서 안 오는 것처럼 슬그머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빗돌을 세우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왁자지껄한 잡답 속을 치기배처럼
한 건 하고 흔적 없이 사라지면 돼
아무렴 외로워지는 거야
외로워지는 연습
술집을 빠져나와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 걸으며
마음이 비로소 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