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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1월 22일

윤재철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by 박수홍 Stanley

별안간 문뜩 떠오른 죽음에 대한 단상.

“화장실 가는 것처럼 살그머니

화장실 가서 안 오는 것처럼 슬그머니”


굳이 떠벌릴 필요없고,

모라 내 뒤를 부탁한다 말할 것 없이

그저 “외로워지”며 떠나는 이 세상,

그것이 죽음.


외로워 지는 연습이 필요하고,

낯선 이들의 거리에서 마음이 더 환한

바로 그런 것. 죽음에 대한 생각.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윤재철


갈 때는 그냥 살짝 가면 돼
술값은 쟤들이 낼 거야
옆 자리 앉은 친구가 귀에 대고 소곤거린다
그때 나는 무슨 계시처럼
죽음을 떠올리고 빙긋이 웃는다
그래 죽을 때도 그러자
화장실 가는 것처럼 살그머니
화장실 가서 안 오는 것처럼 슬그머니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빗돌을 세우지 말라고 할 것도 없이
왁자지껄한 잡답 속을 치기배처럼
한 건 하고 흔적 없이 사라지면 돼
아무렴 외로워지는 거야
외로워지는 연습
술집을 빠져나와
낯선 사람들로 가득한 거리 걸으며
마음이 비로소 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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