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감독의 영화 <문영>

너의 침묵이 깨졌을 때

by 나무

스포 주의


캠코더로 사람들을 촬영하는 소녀, 문영. 뾰로통한 얼굴로 침묵을 일관하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거부한다. 그러다 남자친구와 다투는 희수를 촬영하다 들키고 만다. 거리낌 없이 다가오며 쏘아붙이는 희수를 피해 도망가지만 결국 잡히고 만다. 그렇게 그 둘은 인연이 된다. 여전히 말하지 않는 문영에게 희수는 혼자서 잘도 떠들어댔다.

ⓒ네이버영화

무수한 사람들이 담긴 문영의 영상 속에 희수가 들어오고 술에 쩌든 아버지가 있는 집에도 희수가 오니 마치 엄마가 온 듯 따뜻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소녀는 낯설었는지 또 도망치고 만다. 문영의 감정은 요동치지만 여전히 침묵한다. 소녀의 생각도, 그 관계의 대해서도 말해주지 않는다. 그것들의 표면적인 모습만 보여줄 뿐이다. 그로 인해 우리는 예측하거나 질문을 던지게 된다.


늘 술이 취해있는 아버지를 개새끼라 부르지만 술을 사들고 돌아온 문영의 행동은 무슨 의도였을까. 아버지는 언제부터 술을 먹었던 걸까. 아버지의 술주정이 싫어 어머니는 도망간 것일까. 희수와 문영의 만남은 그저 친구관계 이상이었을까... 필자 역시 이와 같은 여러 질문들을 던지면서 영화를 관람했다. 마치 열린 결말이 이어지는 것 같았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예측이나 의문에 답해줄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그저 받아들이는 대로 새로운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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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었어


영화 포스터에 있는 한 문장이 필자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그 못다 한 말이 무엇이었을까. 끝내 문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영의 긴 침묵이 깨졌을 때 안도했다. 대화를 시작한 그녀가 언젠가 하고 싶던 그 말을 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의존적 변화가 아닌 문영 스스로 마음을 열고 일어설 것이라는 이야기로 우리가 보지 못할 그 후가 그리 되길 바랬다.


영화 <문영>에 관한 3가지 사실


1

영화계 역시 남성 감독들로 주를 이룬다. 흥행을 이유로 주연배우들도 주로 남성이기도 하다. 직업에 대한 젠더적인 편견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요즘 여성 감독들의 좋은 영화들로 기분 좋은 관람을 하고 있다. 영화 <연애담>의 이현주 감독, 영화 <우리들>의 윤가은 감독 등 큰 흥행을 거두었다고 하긴 힘들지만 좋은 영화들이었다. 남성의 시각에서 벗어난 다양한 영화들을 만나고 싶다. 액션 블록버스터나 범죄, 스릴러 같은 색이 강한 장르의 영화면 어떨까?


2

김태리의 주연작이란 점. 영화 <아가씨>를 보러 상영관을 1번 이상 찾은 1인으로 김태리 참 매력적인 배우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영화 <아가씨>에서 보여준 뾰로통한 표정이 언뜻 떠오르긴 했다. 차이가 있다면 숙희보다 문영이 보다 깊은 슬픔이라는 것이다. 즉 숙희는 질투라는 다소 가벼운 연애감정이라면 문영은 그리움이라는 것이다. 그리움만큼 시간이 갈수록 깊어지는 감정이 또 있을까.


3

우리에게 가까워진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만들어진지는 꽤 오래된 영화라는 것. 2013년 촬영분을 2015년 단편 영화로 영화제에 출품되면서 첫 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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