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묻어졌다. 먼지 낀 노란 하늘과 황폐해진 도시의 풍경을 보자 온몸이 소름이 돋았다. 아니야. 이건 꿈이야. 그 풍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뛰고 또 뛰었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 길에 편의점이 보였다. 우리처럼 도망쳐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모두 넋이 나간 표정을 하고 저 멀리 피어오른 연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단번에 일상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한 채 우뜩 서있기만 했다. 나는 마스크부터 찾았다. 결핵을 앓았던 나는 남들보다 분명 숨 쉬는 것을 힘들어할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중에 아무것도 없었다.
선배 나 가지고 온 게 하나도 없어요..
괜찮아. 나 현금 좀 있어. 그리고 이 마당에 무슨 돈이 필요하겠어.
여긴 너무 비싸요. 옆에 작은 구멍가게 같은 데가 있었어.
우리는 그 옆에 있던 작은 슈퍼에 들어갔다. 아직 사태 파악이 안 된 노인이 무슨 일인지 우리에게 물었다. 대답도 제대로 못한 채 황사 마스크가 없냐고 물었다. 일반 마스크 밖에 없다고 말하며 노인은 텔레비전을 보았다. 우리는 결국 일반 마스크 하나를 사들고 다시 편의점으로 돌아갔다. 아까 그렇게 많던 사람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어리둥절한 우리는 잠시 멈쳐서있다 저기 멀리 사람들이 내려가는 걸 보았다. 황급히 편의점에 남아있는 것들을 둘러보며 필요한 것을 챙기기 시작했다.
선밴 물 챙겨요. 나는 마스크랑 초콜릿 같은 걸 챙길게.
알겠어.
선배 옷은 어딨어? 갑자기 추워질지도 몰라.
아까 입고 있던 선배의 패딩이 없었다. 누가 챙겼을 거야라는 선배 말에 이 상황에 누가 누굴껄 챙기겠냐고 훔쳐갔겠지 라고 화내듯 말했다. 그 와중에 나는 편의점에 있던 황사 마스크는 모두 챙겼다. 이와 중에 체력 좋은 선배한테 내가 짐이 될까 겁이 났다. 이 사람은 날 그냥 두고 갈 사람이 아니었다. 그게 너무 무서웠다. 그렇게 짐을 싸 저 멀리 사라져 가는 무리를 뒤따라갔다.
눈을 떠보니 내 방이었다. 꿈이었다. 다시 눈을 질끈 감았다 떴다. 꿈인데 꿈일 뿐인데, 최악의 그 상황에서 선배가 날 두고 가지 않을까 봐 걱정한 내 몸이 떨리고 있었다.
_닉 나이트 사진전 중 잠들어 있는 여성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