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단어를 쓸 정도로 작은 스프링 노트가 노트북 옆에 놓여있었다. 20대 초반 공연을 닥치는 대로 보던 시절 그곳에 인상 깊었던 문장이나 단어, 스토리를 적곤 했다. 어떤 내용이 있을까 싶어 오랜만에 열어봤다. 알 수 없이 흘려 쎠져있는 글씨들 너머로 당황스러운 글 하나가 있었다. 내가 이 글을 적은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읽으면서 느낀 것은 무언가 쏟아질 듯한 감정이었다.
두 남녀
관중 속
마치 이곳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두 남녀만을 바라보던 한 여자
그와 그녀, 웃고 있는
그와 그녀, 함께 앉아 있는
수줍은 황갈색 눈동자로 그를 마주하는
그녀
한 여자
두 남녀의 모습만을 채우며
그를 향해 있는 그녀의 사소한 모든 것이
머릿속을 빠르게 헤집어
미간을 찌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