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란 시간의 밀도

by 나무

누군가를 만남으로써 이전의 삶은 가볍고 가난했다고 생각을 들게 한 순간. 나는 널 이미 품고 있었음을 인정했다. 너와 함께하던 모든 순간을 통틀어도 내 눈에 너를 담고 미소 짓기에 부족했다. 항상 너와 보낼 시간을 기다렸다. 널 만질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너는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제야 느끼는 거지만 넌 그것이 능숙하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자신에 대해 생각하는 것도 깊지 않았고, 고민하며 스스로를 생각하는 나에 대해 신기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어긋나는 말들이 하나둘 늘어날수록 나란 범주에 포함될 수 없는 넌 또 다른 집합이었다. 너에 대한 내 감정이 없던 교집합을 만들어 냈고 그것은 허상이었다.

나는 아직도 너와의 대화가 좋다. 사실 너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그 순간이 좋았다. 그저 함께하는 시간이 나에게 큰 힘이었다. 너는 알까. 내가 자처해 숨긴 마음이지만 때론 들켜보고 싶었다. 너는 그저 늘 보이며 지나가는 시간. 그렇게 사랑했다고 믿었던 다른 그의 시간을 빠르게 추월해버린 너란 시간. 예측할 수 없는 깊이의 밀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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