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의 이야기, 보편적 가치
지난 11월, 마감이 끝나자마자 영화관을 찾았다. 전주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은 이 영화를 보기 위해서다. 꽤나 좋은 평가를 하던 글들을 스치듯 보았고, 감독과 두 주연배우 모두 여성인 이 영화가 왠지 모르게 끌리기도 했다.
미술을 전공하는 윤주(이상희)는 전시를 준비하기 위해 작업실에서 밤을 새기도 한다. 고물상에 들러 재료를 찾고 편의점에서 라면으로 허기를 달래며 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중 만난 지수(류선영). 윤주에게 지수는 묘하게 눈길이 가는 사람이었고 자연스럽게 스며들 듯 빠지는 것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자라나는 마음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지수를 향해 뻗어나가는 윤주였다. 그렇게 상대에게 관여하고 바라고 걱정하는 나날을 보내며 자신의 일이 뒤편으로 가던 중 지수는 서울 자취생활을 접고 홀로 계시는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된다.
그럼에도 윤주는 계속해서 지수를 찾아간다. 하지만 지수는 아버지 범주 아래에 있게 되면서 다가오는 윤주를 불편해하고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멀어지는 것을 느낀 윤주는 매달려보기도 하지만 결국 관계는 끝이 나고, 룸메이트와도 멀어지게 되면서 함께 살던 집도 나오게 된다. 엎친대 덮친 격으로 전시한 작품 역시 혹평을 듣게 된다.
사랑하고 상처받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어느 정도 힘듦에 익숙해질 때쯤 망가진 자신의 일상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감정이며 이야기다. 두 인물이 처해있는 환경도 꽤 현실적이다. 미술을 전공하는 윤주는 본인을 포함해 주변 인물들로 통해 '가난한 예술인'이라는 타이틀이 떠오르기도 한다. 결혼은 하라는 아버지 말에 억지로 소개팅을 하는 윤주도 그러하다. 경제적으로든 연애든, 무엇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한 비판을 늘 들어온 우리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다는 아닐지 몰라도 남들에게 소외받지 않기 위해서 시늉이라도 하는 것들 말이다. 우리 시대에 보편적인 것으로 분류되는 그것들과 그렇지 않는 둘의 사랑이 선명하게 대비되어 다가온다. 하지만 그들이 남녀가 아니여도 서로에 대한 감정은 다를 게 없다. 사랑하고 싸우고 다른 연인들과 똑같다. 그렇게만 생각하고 다가간다면 이 영화는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를 다룬 평범한 영화에 불과하다. 그저 우리 모두 겪을 수 있는 일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