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아픈 날

흘려 보내야 하는 어느 날, 그런 날

by 나무

말과 시선에 갈기갈기 찢겨 버려진 나를 마주한 순간이었다. 내 안은 모욕감과 좌절감으로 가득해져 있었다. 내가 어떻게 지켜온 나인데. 한없이 부서지는 자신을 보며, 무력감만이 가득했다. 그런 나를 느끼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여태 수도 없이 상처 받고 외로워도, 억지로 삼켜내며 버텼다. 그것이 나를 지키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주 큰 착각이었다. 진정 나를 지키고자 했다면, 상처 받은 나를 제대로 안아줬어야 했다. 이 순간에도 나는 고작 이런 상처 하나에 무너지는 사람이 돼버렸다며 제 탓하기 바쁜 꼴이라니, 참 나는 나에게 무심한 사람이었다.


가장 아픈 나날을 지내다 보니, 그간 얼마나 아픈지도 몰랐던 내가 보였다. 나는 잘 울지도 못했다. 울면 약해 보일까 봐, 지는 것만 같은 느낌이 드니까. 이런 이유들은 한 겹 두 겹 쌓이며, 두꺼워진 껍질 속에 갇혀버린 것이다. 나는 얼마나 두렵고 외로웠던걸까.


내 안에 갇힌 감정은 가장 아픈 날, 다시 날 찾았다. 비바람처럼 휩쓸어갔고, 더럽게 엉키고 얽매어져 버렸다.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막막함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정말 원하고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질문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당장 내가 이 세상에 불필요해진 듯했다. 다시 내 일을 하며, 억지로라도 그 엉망진창인 내 속에서 나는 나오려고 했다. 일을 할 때만큼은 그곳을 잊는 것 같았다. 그러나 혼자가 되면 줄곳 그곳에 되돌아갔다. 이런 나날이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었다. 알면서도 그 더러운 곳으로 돌아가는 나를 보며 종종 생각했다.



아무 것도 없는 바닥에 떨어질 것 같다.

두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