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낫띵nothing Nov 24. 2024

<나도임> 불안한 나르시시스트 애착유형

나는 나르시시스트에게서 도망친 임상심리사입니다. 

언제쯤 끝날까? 전화 카톡은 차단하면 되지만, 찾아오는 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도대체 언제쯤 그만할까? 진짜 이사를 가야 하나? 이해할 수가 없네"

항상 그렇다. 이론은 알아도 상황 속에 있으면 알아도 모르게된다. 나는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개를 절레절레했다. 그런 나를 빤히 보던 친구는 무언가를 알아냈다는 표정으로 내 어깨를 딱 잡더니 의미심장하게 말을 꺼냈다. 

- 착취 미수라서 그런 거 아닐까?

"착취 미수?"

- 응, 넘어 왔다 싶어서, 마음대로 해 볼까 싶으면 도망치고, 이제 마음대로 해도 되겠지 싶었는데 또 도망쳤잖아. 그게 착취 미수지 뭐.

"그래? 그럼 내가 막 매달리고 붙잡고 그랬으면 집착 안 했으려나?"

- 그랬을지도, 그들 입장에서 네 성향이 좀... 흥미 있는 과제 같은 느낌이랄까?"

"내 성향이? 음..." 

이내 나는 긍정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걔가 불안 애착 성향을 보인 걸까?"

나는 친구에게 다시 물었다. 

- 또 생각의 함정에 빠졌군. 역시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더니

나는 머쓱하게 웃었다. 

- 네가 나르시시스트는 항상 불안하다며? 네가 걔를 불안하게 만든 게 아니라 걔네들이 너 같은 성향을 만나면 불안이 겉으로 드러나는 거야. 네가 걔를 나르시시스트로 만든 건 아니잖아. 나르시시스트라서 너 같은 성격을 만나니까 집착하고 불안해하는 거지. 은근 네 탓을 하네, 그 짧은 기간에 가스라이팅이라도 당한 거야?

"그럴지도 모르지. 원래 가스라이팅은 스며들듯이 자연스럽게"

나는 장난치듯 검지와 중지로 친구의 어깨에서부터 목까지 걸어가듯 짚었다. 










애착이론은 영국의 정신과 의사 존 볼비(John Bowlby)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유아와 주양육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정서적 유대감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정서 발달과 안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애착'이라고 하였다. 이후 이 이론은 심리학자인 메리 에인스위스(Mary Ainsworth) 의해 4가지 애착 유형으로 설명되었으며, 그의 제자인 메리 메인이 이를 확장시켜 성인 애착 유형으로 까지 확산되었다. 최근에는 TV 매체나 인터넷을 통해서 성인애착 유형이라는 키워드가 자주 언급되고 있다. 


첫 번째는 안정형 애착이다. 안정 애착 유형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에 대한 신뢰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기본이 된다. 타인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정서적인 친밀감에 거부가 없다. 이런 유형들은 대체로 관계에서 불안감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 신뢰가 기본이 되기 때문에 관계에서 일관된 태도를 보인다.


두 번째는 불안형 애착이다. 불안형 애착 유형은 분리에 대한 불안감이 기본이 된다. 버려질 것에 대한 공포로 인해 상대에 대한 집착과 의존성이 강하게 나타난다. 


세 번째는 회피형 애착이다. 회피형 애착 유형은 가까운 관계를 거부하거나 도망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은 상대방과 친밀한 관계를 원하지만 막상 관계가 가까워지면 두려움을 느낀다. 불안형은 버림받는 두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 집착한다면, 회피형은 반대로 정서적 독립을 선택한다. 즉 버림받는 것이 두려워 먼저 가까워지는 것을 포기하는 것이다. 두 유형 모두 유기 불안에서 오는 자기 방어 메커니즘이다. 


네 번째는 혼란형 애착이다. 혼란형 애착 유형은 불안형과 회피형이 혼합되어 무질서한 형태로 나타는 것이다. 나의 지켜줄 중요한 대상이 나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공포의 대상인 것이다. 버림받는 것도 두렵지만 버림받지 않는 것도 두려운 상태이다. 그래서 공포 회피형이라고도 하며, 흔하게 나타나는 유형은 아니다.


인간관계에서 안정애착형으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건강한 관계의 기본이 된다. 어린 시절 안정애착을 형성하지 못하였어도 지속적으로 정서 바달이 이루어졌다면 이미 성인이 되어서도 손상된 애착을 회복하고 안정형으로 들어갈 수 있다. 또한 안정애착형 성인이라도 정서적으로 취약한 상태에서는 불안정한 애착 유형을 성향이 나타나기도 한다. 각 유형별로 조금씩 혼합되어 있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애착 유형의 형태는 변할 수 있다. 




그럼 나르시시스트는 어떤 유형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나르시시스트는 성인 애착 유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들은 성인이 되었지만, 정서 발달 수준은 아동기에 멈춰 있는 상태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이름을 붙인다면 '애착인형 유형'이다. 



어린아이들은 애착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다. 또한 신체적, 인지적, 정서적 발달 과정에 있기도 하다. 양육자와의 관계에서 애착이 불안정하게 형성하다가도 다른 관계에서 안정을 찾기도 한다. 또한 안정 애착의 상태에서 애착에 손상이 될 만한 사건을 경험하면, 불안정한 애착상태가 될 수도 있다. 양육자가 아동의 정서 발달에 주된 역할을 하지만 아동의 타고난 기질과 세상에 대한 경험 또는 다른 사회적 관계에서도 정서 발달은 이루어진다. 그런 아동은 성인이 되어서도 충분히 손상된 애착을 치유할 수 있다.



하지만 나르시시스트는 다르다. 성인 애착 유형은 한 개인이 타인과 정서적 유대감을 형성하는 관계의 패턴이다. 나르시시스트는 타인에 대한 개념이 없으며, 정서적 유대감이 무엇인지 모르는 미성숙한 상태이다. 나르시시스트가 애착과 비슷한 형태를 보이는 대상이 있다면, 그것은 어린아이가 가지고 있던 '애착 인형'의 개념과 유사하다. 아동은 발달과정에 있기 때문에 애착 인형을 통해 안정감을 찾고 자아를 형성하지만, 나르시시스트는 성인이다. 그들에게 애착 인형으로 생각되는 대상은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수단이다. 아동과 마찬가지로 그 대상에게서 정서적 안정감을 찾는다. 다만,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떠넘기거나 약한 자아를 보강하기 위해서 대상을 우상화 또는 평가절하하여 우월감을 찾는 형태로 안도감을 느낀다. 



나르시시스트가 불안정 애착 유형의 행동 패턴이 보였던 것은 그 관계에서 그런 행동이 필요했을 뿐이다. 만약 회피형 애착 유형을 형태를 보인다면 그것도 마찬가지이다. 그 관계에서 그런 행동이 필요해서 이다. 



나는 대다수의 관계에서는 안정형이지만,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관계에서는 불안애착유형보다는 회피애착유형의 성향에 가깝다. 나르시시스트와 관계는 스트레스의 연속이었고, 나는 회피성향이 강하게 나타났다.

이건 나르시시스트에게서 완전히 벗어난 깨달은 사실인데 나의 약점은 측은지심도, 직업적 특성도, 애정아니었다. 




회피 애착 성향이 나의 약점이었다.
그래서 도망칠 수 있었고 또 도망칠 수 없었다. 









*참고서적: 애착 수업 -오카다 다카시-


이전 12화 <나도임> 나르시시스트의 불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