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임> 나르시시스트에게 느끼는 안정감 - 회피형 편

나는 나르시시스트에게서 도망친 임상심리사입니다.

by 낫띵nothing

- 너는 회피형이라서 빨리 도망친 거 아니야?

"응, 맞아. 회피형이라서 빨리 도망쳤고, 회피형이라서 도망치지 못하고 있어"

- 무슨 말이야?

"회피형의 구멍을 나르시시스트가 채워주기 때문이야"

친구는 무슨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 구멍? 무슨 구멍?

나는 마치 탐정만화에 나오는 주인공 같은 말투로 테이블에 한쪽 발꿈치를 대고 몸을 기울이면 말했다.

" 모든 유형에 모순된 구멍이 있어. 그게 채워지면 인간은 안정감을 느끼지"

친구는 내 말투와 동작을 따라 하며 물었다.

- 그래? 그럼 내 구멍은 뭘까?

"궁금하면 너도 나르시시스트 한번 만나볼래? ㅋㅋㅋ"

친구는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수저를 잽싸게 집어 들고 나를 후려치는 시늉을 했다.










보통 애착 유형이라고 하면 '안정 애착 유형'과 '불안정 애착 유형'으로 나눈다. 여기서 불안정 애착 유형에는 불안형, 회피형, 공포회피형(불안+회피)으로 나눈다. 각 유형은 유동적이다. 한 가지 유형이 형성되었다고 해서 평생 죽을 때까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상황이나 사건에 의해서 충분히 변화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앞서 말했던 나르시시트의 자기애적 애착 유형인 '애착 인형' 유형을 추가하려고 한다.


그럼 총 5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제부터 공포회피형을 제외한 애착 유형별 '나르시시트에게 안정감을 느끼는 모순된 구멍'을 찾아보자.




회피애착 유형




회피애착 유형이라고 하면 정서적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을 선호하지 않은 유형이다. 선호하지 않는다는 표현보다 어려워한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 누구보다 타인과의 교류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뒷면을 봐야 모순된 구멍을 찾을 수 있다. 연애상담 콘텐츠에서 유독 많이 다루는 유형이 회피형 유형이다. 사실 회피형 유형만큼 다루기 쉬운 유형은 없다고 생각한다. 의외로 불안형 보다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면 끝없이 두드리면 쉽게 떠나지 못한다.



나르시시스트와 회피형 유형이 서로의 구멍을 채워주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우선 회피형 애착 유형은 나르시시스트의 과도한 애정표현과 급진적으로 관계를 발전시키려는 모습에 거부감을 느낀다. 관계 초반 회피형은 나르시시스트를 회피하는 태도를 은은하게 풍긴다. 기회만 된다면 언제든지 도망가야지 하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이다.


여기서 나르시시스트의 자기애적 욕구와 승부욕이 자극된다. 이전에 잘 없었던 반응에 의해 회피형에게 끌리는 경우가 많다. 마치 나르시시스트가 불안 애착 유형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전제 조건 자체가 다르다. 왜냐하면 나르시시스트는 애착 대상이 '타인'이 아니라 '그것'이기 때문이다.


나르시시스트는 관계에서 거의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나르시시스트 양성학교가 있냐는 농담이 있을 정도이다. 전형적인 패턴은 '러브바밍 - 무관심 - 착취 - 후버링'의 반복이다. 그러나 회피애착 유형을 만나는 경우는 조금 다르다. '러브방밍 - 후버링 - 분노 - 후버링- 분노 - 후버링'의 패턴으로 나타난다.


회피형 애착 유형은 감정 절제와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다. 정서적 거리가 급격하게 가까워지는 것에서 불안을 느끼고 겁먹고 도망치기 쉬운 유형이다. 즉 나르시시스트의 러브바밍은 회피형에게는 로맨스가 아니라 공포물인 것이다. 회피형에게는 감정적으로 급격하게 가까워지는 것이 도망갈 이유이다. 나르시시스트의 애정공세를 위험으로 느낀다. 그래서 회피형이 자신의 통제 안에 들어오기도 전에 도망치려 하기 때문에 나르시시스트는 착취도 하기 전에 바로 후버링을 하게 된다.


여기서부터는 회피형의 모순된 구멍을 나르시시스트가 채워주기 시작한다. 보통의 경우라면 회피형 유형이 관계에서 도망치면 그대로 둔다. 혹은 일정 기간 집착의 형태를 보이다가 포기한다. 하지만 나르시시스를 제대로 자극시켰다면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쩌면 나르시시스트가 이것은 진짜 사랑이야라고 착각하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회피형의 성격에 맞춤형이 되어 지속적으로 후버링을 할 것이다. 일종의 매달림이다. 마음을 문을 열어달라고 매우 조심스럽게 꾸준히 두드린다. 바로 이지점에서 회피형은 안정감을 느낀다. 이 것이 회피형의 모순된 구멍이다.


그럼 나르시시스트는 회피형으로 채우는 모순된 구멍은 무엇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도파민이다. 회피형이 도파민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도파민은 간단하게 말하면 '기대'와 '보상'이다. '도파민 네이션'이라는 책에도 언급되었듯이 도파민은 고통과 비례한다.


회피형의 구멍을 채워주는 나르시시스트가 후버링을 하는 동안 기대와 고통이 따른다. 그리고 후버링에 넘어왔을 때의 보상의 순간에 중독되기 시작한다. 나르시시스트는 그 순간을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이 묘사한다. (물론 그 묘사의 99%는 자신이 얼마나 주인공 같았는지에 대한 묘사이다.)

그리고 나르시시스트는 본질적으로 외부로부터의 확인과 자극을 통해 자아를 유지한다. 그들이 회피형의 '거리두기'를 좁히려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성취와 보상의 쾌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나르시시스트는 회피형을 '목표'의 대상으로 간주하며 도전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작은 성공(회피형의 미세한 감정적 반응)을 경험할 때마다 도파민 폭발한다. 나르시시스트는 회피형의 방어적인 태도를 무너뜨리는 데서 더 큰 보상을 느끼는 것이다. 나르시시스트가 회피형과의 관계에서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애정이나 집착이 아니다. 그 도전이 성공했을 때 보상으로 돌아오는 강력한 도파민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 도파민을 사랑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한쪽은 안정감으로 다른 한쪽은 도파민으로 아귀가 딱 맞아떨어지는 순간 톱니바퀴처럼 자동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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