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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낫띵nothing Nov 10. 2024

<나도임> 나르시시스트의 불안

나는 나르시시스트에게서 도망친 임상심리사입니다. 

친구는 최소한의 대응만 하는 나를 항상 못마땅했다. 서로의 다른 의견은 항상 존중해 주었지만, 나르시시스트의 측은한 부분에 대해서는 항상 부딪쳤다. 


- 나는 전혀 불쌍하지 않지만, 너는 그럴 수 있지. 음.. 이해는 안 가는데 그럴 수 있다고 치자. 

그래서 나르시시스트 불안에는 뭐 얼마나 대단한 사연이 있길래 그래? 

" 너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게 뭐야? "

- 나는 천식이 있으니까, 숨이 잘 안 쉬어질 때? 그 순간이 무서워. 

" 평소에도 무서워? 숨이 잘 안 쉬어질까 봐 항상 불안해?"

- 가끔 그런 생각하면 무섭지만, 평소에는 잘 쉬어지니까 괜찮지.

" 그렇지? 근데 나르시시스트는 그런 공포의 순간이 계속 지속되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항상 불안해하지 "

- 걔네들은 뭐가 제일 무서운데?

" 자기 자신이 자기가 생각한 것보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는걸 가장 무서워해"

- 그러니까 천식이 있는데 천식이 있다는 걸 본인이 알게 될까 봐 불안해한다는 거지?

"그런 맥락이야. 숨이 막혀도 숨이 잘 쉬어진다고 생각해. 천식 자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야"

- 왜?

"천식이 아픈 게 아니라 나쁜 거라고 생각하니까. 자신이 특별하지 않는 건 평범한 게 아니라 나쁜 거라고 생각해. 평범한 자신은 열등하고 하찮은 존재가 되어버리는 거지. 그래서 용납할 수 없어."

 










나르시시스트는 정말 모를까? 자신의 존재와 타인의 존재가 동등하다는 사실을 진짜 모를까? 어렴풋이 알고 있다. 처음 그것을 알게 된 순간 ( 시기가 아동기 어느 시점이든, 청소년기 어느 시점이든, 성인이 된 이후이든 ) 받아들이지 못하고 내면 깊숙한 무의식의 영역으로 억압해 버렸을 것이다. 억압이란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 (Sigmund Freud)' 제시한 방어기제 중 하나이다. 억압은 사람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생각, 감정, 기억을 의식에서 무의식으로 밀어내는 과정을 말한다. 고통스럽거나 불안하게 만드는 심리적 내용을 억누름으로써 의식적으로 그 내용을 잊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여기서 무의식이란 의식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의식하지 못하는 영역이다. 즉, 알고 있지만 알고 싶지 않아서 모르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책상 위에 너저분하고 보기 싫은 잡동산이와 쓰레기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책상 위를 쓰레기를 버리고 물건을 정리하기는 싫다. 그렇다고 그대로 두면 더러워서 싫다. 해결할 능력도 없고 감당하기도 괴롭다. 그래서 그냥 서랍 안에 다 때려 넣고 서랍을 잠가 버리는 것이다. 서랍 안에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서랍을 열지 않고는 보이지 않아 깨끗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더해서 나르시시스트는 서랍 안에 넣어 놨다는 사실 초차 인정하고 싶지 않아 한다. 그 사실조차도 부정한다. 하지만 은연중에 알고 있다. 조금이라도 그 사실이 의식으로 그러니까 서랍 사이로 삐져나올 것 같으면 다시 꾸역꾸역 넣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그리고 언제 서랍 사이로 빠져나올지 몰라 불안해한다. 


그들의 서랍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나르시시스트가 감당하지 못해 만들어낸 내면의 진실을 열어보면 다음과 같다. 



'넌 대단해' '넌 특별해' '넌 최고야'


[누구든 너를 함부로 대해서는 안돼. 너는 모두의 사랑과 찬사를 받아 마땅한 사람이야. 누군가 너를 싫어한다면 그것은 네가 너무 잘나서 시기 질투 하는 거야. 너의 외모, 너의 능력, 너의 행동, 너의 모든 것을 감히 누가 싫어하겠어? 너는 모든 면에서 완벽해. 네가 안 하는 것은 하기 싫어서 일뿐이지 못하는 것은 없어. 


너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은 멍청한 사람이야. 네가 하는 생각, 네가 느끼는 것들은 그 누구의 것들보다 특별하고 우월한 것인데, 반대한다니 말도 안 돼. 그런 사람들은 처벌받아야 해. 열등한 주제에 감히 너에게 도전한다면 반드시 벌을 내려. 이 세상은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 이 세상은 너와 너를 위한 그것들 뿐이야.


모두 너의 위대함을 알아야 해. 네가 가는 길은 막힘이 없어야 하고, 네가 있는 그곳은 너를 위해 날씨마저 좋아야 해. 너의 대단함에 모두 박수를 쳐야 하고, 너의 우월함에 다들 고개를 숙여야 해. 네가 나타나면 없던 길도 만들어져야 하는데 세상이 한심해서 그러지 못한 것을 부디 너의 드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는 아량을 베풀어. 그런 너의 아량을 감사할 줄 모른다면 너에게 배려받을 가치도 없는 것들이야. 


너에게 사랑받는 사람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지도 몰라. 너에게 사랑을 받는 사람은 성은을 받은 것과 같아. 그러니 그 사람은 너에게 무조건 적으로 감사해야 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충성해야 해. 너의 말 한마디는 한 사람을 천국과 지옥을 넘나들게 할 수 있어. 너에게 사랑받는 사람은 충분히 좋은 사람 이어야 해. 아무나 너의 사랑을 받을 수 없어. 그래봤자 너보다는 못하겠지만, 너무 하찮은 사람은 너에게 어울리지 않다.

네가 사랑해 주면 감사해해야 하고 네가 화를 내면 무서워서 벌벌 떨어야 해. 네가 오라고 하면 오고 가라고 하면 가야 해. 그 정도는 해야 특별한 너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어.  


왜냐하면 너는 반드시 특별해야 하니까. 넌 반드시 인정과 사랑을 받아야만 하니까. 그렇지 않으면 넌 버림받을 거야. 사람들이 널 무시하고 멸시하면서 이 세상에서 완전히 혼자가 되어버릴 거야. 실수도 안돼, 뒤쳐져도 안돼, 못하는 게 있으면 절대 안 돼. 너는 반드시 전지전능한 사람이 여야만 해. 네가 느끼는 모든 나쁜 감정은 잘 못된 거야. 네 것이 아니야. 너는 그런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멍청한 사람이 아니야. 너는 항상 우월해야 해야만 해. 열등해서는 절대 안 돼.


그러니 절대 너의 연약한 자아를 들키지 마. 특별하지 않다는 것을 부정해. 남들과 별다를 게 없다는 것을, 아니 남들보다 못났다는 것을 절대 받아들이지 마.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는 너를 인정하지 마. 네 것이 아니라고 부정해. 안 좋은 것들은 전부 타인에게 넘겨버려. 누구보다 약해빠진 겁쟁이니까 발톱을 세우고 더 크게 '으르렁'거려야 해. 더 크게 소리치고, 더 심하게 상대를 비난해 버려. 너의 열등함을 스스로 성장시킬 수 없으니까 차라리 상대방을 깎아내려. 그리고 우월감을 느껴. 버려질게 두렵다고 말하지 말고 버리겠다고 협박해. 세상에 너보다 잘난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껴질 테니까 그들은 다 틀렸고 너만 맞다고 생각해. 너 자신을 최대로 부풀려 거대하게 만들어.


연약하고 악한 너의 내면을 눈치챈 사람이 있다면 도망쳐. 그냥 도망치면 겁먹은 게 들통나니까 네가 버린 거처럼 꾸며내. 같잖아서 무시하는 것처럼 해야 해. 혹시 너무 선한 사람이 너에게 친절을 베푼다면 너를 떠나지 못하게 네 옆에 고립시켜야 해. 너의 정서적 미숙함을 채워 줄 것이고, 우월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줄 거야. 너는 그들이 떠나지 못하게 그들의 심리를 조종할 줄 알아야 해. 너의 진짜를 알면 선한 사람이라고 한들 너는 버려질 테니까. 


너는 모든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있지만 그들의 관심을 받는다고 왜곡시켜 버려.  항상 버림받는 두려움에 겁먹고 있지만 용기 있는 한 사람이라고 착각하고 있어야 해. 너는 아직 보호자가 필요한 미성숙한 유아의 정서에서 멈췄지만 유능하고 성숙한 어른이 되었다고 생각하면 돼. 너를 보살피고 너의 감정을 책임져줄 보호자가 아직 필요하다는 사실을 숨겨. 그리고 그저 사랑하는 사람을 찾는 거라고 사람들을 속여.


그리고 너는 절대 네가 이렇다는 사실들을 몰라야 해. 알면 너무 괴로울 테니까. 너의 내면의 연약한 자아가 만들어낸 절실한 속삭임을 눈치채면 안 돼. 그러니 내면을 들여다보지 마. 무의식으로 밀어 넣어 놓고 짐작도 하지 마. 생각도 하지 마. 너의 진실을 너는 절대 몰라야 해. 그래야 완벽하게 니 자신을 속일 수 있거든.


아마 항상 공허하고 불안한 느낌을 있을 거야. 너에게 공감과 찬사를 보내줬던 사람들이 하나 둘 너를 떠날 거야. 하지만 괜찮아. 너는 너의 내면의 진실을 모를 테니까. 너는 그저 타인의 감정인 것 마냥 취급하게 될 것이고 너를 떠난 게 아니라 네가 보내줬다고 생각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 ]


나르시시스트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열등감과 수치심으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의 내면이 들킬까 봐 매 순간이 불안하다. 그렇게 본인을 속인다. 




본인이 모른다고 타인도 모를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토록 당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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