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감 = 36.5도
자존감이 낮은 사람도 없다.
만약 스스로 자존감 높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상담을 막 시작하던 시절, 나는 유독 자존감에 관한 상담을 할 때마다 은연중에 의구심이 들었다.
내가 배운 자존감 솔루션들은 어딘가 뻔하고 공허했다.
심리학의 모든 고민이 '기승전 자존감'으로 귀결되는 분위기 속에서,
자존감은 마치 그것만 해결하면 인생의 난이도가 낮아질 것처럼 돼버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나는 그 정답 같은 이야기들이 와닿지 않았다.
그때부터 자존감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10년 뒤에는 이 생각이 또 변할지도 모르지만, 지금의 나는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다.
당신은 평소에 자존감을 느끼는가?
당신은 평소에 늘 자존감을 느끼며 사는가?
자존감이라는 단어조차 모르던 시절, 나보다 어른스럽고 똑똑했던 한 친구가 내게 말했다.
"너는 진짜 자존감이 높은 것 같아. 그게 참 부러워"
나는 당시 해맑게 되물었다.
"자존감이 뭐야?"
친구는 자존감의 사전적 의미를 설명해 주었지만, 나는 그 개념보다 '높낮이가 느껴진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나는 자존감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느껴진다.
사회생활을 하고, 목표를 세우고, 경쟁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그 느낌을 알게 되었다.
지금까지도 느끼고 있다. 앞으로도 크고 작은 이벤트가 발생할 때마다 '높낮이'가 느껴질 것이다.
90년대부터 '자존감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자존감을 높이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분위기가 되어 버렸다.
자존감 가장 처음 언급한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의 이론에 따르면 자존감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내가 기대한 것에 대해 성과를 내면 자존감이 올라가고, 그렇지 못하면 낮아진다.
즉, 어떤 사람이 자존감이 높은 상태에 있다면 그가 어떠한 기대를 했고 그에 맞는 성과를 냈기 때문이지,
그 사람 자체가 높은 자존감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진짜 자존감(感느낄 감)은 무엇일까?
자존감은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한 감각이다.
미각, 후각, 촉각, 시각 같은 감각이다.
우리 몸의 감각 중에 생존과 직결된 감각 하나는 바로 '온도'이다.
정상체온 36.5도의 상태일 때는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다.
춥거나 더울 때, 몸에 이상이 생겼을 때 체온이 변하면 느낄 수 있다.
그것이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반응이다.
자아를 지키기 위해 자존심에 이상이 생기면 그 결과 자존감이 높낮이로 느껴진다.
특별히 자존감이 느껴지지 않는 상태가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상태이다.
자존감 높은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고열에 시달리는 것과 같다.
계속 낮은 상태에 머물고 있다면, 저체온증에 떨고 있는 것과 같다.
두 가지 상태를 바꿔서 비유해도 상관없다.
자존감이 낮아 고민인 사람들은 대게 그 상태를 인지하고 어떻게든 벗어나려 노력한다.
하지만 자존감이 높은 상태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이상 상태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 과열된 상태를 유지하고 싶어 한다.
내면 깊숙한 곳에 문제를 쌓아두고 외면하곤 한다.
자존감은 높낮이를 붙이는 순간부터 오해는 시작되었다.
자아가 건강한 사람도 하루에 몇 번씩 자존감이 오르내릴 수 있다.
다만36.5도인 상태로 잘 돌아온다.
자아가 건강하지 못한 사람은 높낮이가 변화된 상태에서 오래 머물러 있다.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체온이 잘 돌아오지 못하고 알아 눕는 것과 같다.
그러니 자존감이 높은 사람을 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이라는 감각이 느껴질 때, 36.5도로 돌아오지 않으면
시중에 떠도는 '자존감 높이는 방법'이 당신에게 도움이 되었는가?
만약, 도움이 되지 않았다면, 이제 더 이상 찾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은 그 글을 쓴 사람만의 방법일 뿐, 당신의 것이 아니다.
심지어 높이는 것이 아니라 그 상태를 벗어나는 것이다.
상담사의 본질은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때까지 '서포트'하는 것이다.
나는 당신이 스스로 자신만의 정답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 공간이 여러분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데 도움이 되는
사색의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