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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훈 Jun 27. 2024

맨발걷기 Q&A(3) 활성산소 이야기

맨발의사가 알려주는 맨발걷기의 모든 것(17)

맨발걷기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세 번째


Q&A3) 맨발걷기와 활성산소 이야기



수천 개가 넘는 댓글 질문들 중에서 제가 뽑은 가장 훌륭한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Q) 맨발 걷기로 자유전자가 들어와서 활성산소를 없애버린다면 활성산소가 세균을 억제하거나 노화된 세포를 제거하는 좋은 기능까지도 억제되는 거 아닌가요? 



상당히 좋은 질문을 하셨습니다. 궁금증에 대한 대답은 다음 장에서 다루고 있는데 이 질문만은 중요한 내용이라 본문에 넣어서 자세하게 알아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릴 활성산소 이야기는 제가 자료를 찾은 것도 있고 이화여대 생명과학과에 배윤수 교수님 자료를 참조하기도 했습니다. 



현대인의 만병의 근원, 활성산소


활성산소는 암을 포함해서 피부의 노화 및 인간의 노화 전반, 뇌졸중과 심근경색 등의 심혈관 질환,  당뇨, 위염, 동맥 경화, 파킨슨이나 치매 같은 신경계 질환까지 일으킵니다. 어쩌면 거의 만병의 근원이다 할 만큼  다양한 질병들의 뿌리에 있는 활성산소에 대해 알아봅시다.




원래 원소들은 가운데 핵이 있고 그 주변으로 전자들이 돌고 있는데 그 전자들이 쌍을 이루고 있어야지 안정해지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 쌍이 하나 부족한 외톨이 전자가 있습니다. 그러면은 마치 사춘기가 됐는데 외톨이로 남아 있으면 뭔가 허전해서 어떻게든 짝을 찾아보려고 애를 쓰는 청춘들처럼 이 외톨이 전자가 짝을 찾아보려고 막 설쳐대는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활성산소는 기본적으로 굉장히 불안정합니다. 사춘기에 호르몬은 막 올라오는데 아직도 짝이 없는 그런 청춘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 친구들은 활동성은 강하지만 불안정합니다. 불안정한 활성산소가 세포를 공격하고 결국은 그 세포가 DNA의 변형까지 일으키면 암이 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정상적인 사과가 산화되는 과정은 썩어가는 과정과 같습니다. 활성산소도 세포를 그런 방식으로 산화손상을 일으키면서 망가뜨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외톨이 전자를 안정시켜 주는 것이 자유전자가 풍부한 항산화제의 역할이죠.



그런데 활성산소가 무조건 이렇게 다 나쁜 걸까요?


활성산소는 동물세포가 미토콘드리아를 세포 안으로 끌어들인 수 십억 년 전 내기로 한 세금과 같은 것입니다. 음식을 먹으면 배설물을 만들어내는 것만큼이나 불편하지만 당연한 것이죠. 인류가 산소를 가지고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부산물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활성산소는 너무 과도하지만 않다면 호르몬을 조절하고 노화된 세포를 자연스럽게 청소를 해주고 새로 자라나는 세포들이 정상적으로 잘 자라날 수 있도록 돕는 그런 역할도 합니다. 



그런데 활성산소가 너무 많이 쌓이면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일들이 생기고 결국 여러 질병의 원인이 됩니다.


산소가 없어도 잘 살아가는 생물들도 있는데 포유동물 특히 영장류는 산소가 없으면 에너지 효율이 뚝 떨어집니다. 산소가 없으면 에너지가 7개밖에 안 나오는데 산소가 있으면 포도당을 가지고 에너지를 32개나 만들 수 있죠. 산소가 없을 때에 비해 거의 4~5배 정도 효율이 높아진 것입니다. 그래서 산소는 매우 효율이 높은 에너지원입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활성산소가 나오기도 하지만요.


동물 세포 안에는 핵이 있고 미토콘드리아가 있는데 대부분 생물이나 의학책의 그림을 이렇게 그려놨습니다. 그런데 실제와는 차이가 많습니다. 세포 안에 핵이 이렇게 크게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미토콘드리아가 서너 개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미토콘드리아가 엄청 많습니다. 최소한 100개 이상 있습니다. 활동을 많이 하는 간세포 안에는 미토콘드리아가 3천 정도도 있습니다. 


실제로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의 세포 하고는 완전히 구조 자체가 다릅니다. 원래는 따로따로 살던 세포와 미토콘드리아가 만나서 합병한 겁니다. 사람의 모든 DNA는 핵 안에 들어 있습니다. 물론 미토콘드리아도 자신의 DNA가 따로 있습니다. 서로서로 완전히 다른 개체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배터리 같은 겁니다. 외장 배터리가 내장 배터리로 바뀐 것이 미토콘드리아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산소를 재료로 에너지 만드는 배터리입니다. 다른 일은 하지 않습니다. 미토콘드리아라는 내장 배터리를 계속 충전하면서 세포가 살아가는 무척 효율적인 생명체가 된 것입니다. 



건조 중량으로 따지면 미토콘드리아가 이 세포핵보다 더 많습니다. 절반을 좀 넘게 차지한다고 해요. 그러니까 우리 몸은 중량을 기준으로 따지면 원래 몸세포 보다 미토콘드리아가 더 주인공처럼 보입니다. 사실 사람은 거대한 에너지 공장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닌 것입니다. 휴대폰을 샀더니 휴대폰 보다 배터리가 더 큰 상황인 것입니다. 


이렇게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인 ATP를 만들어주지 않는다면 사람은 지금과 같은 효율적인 생활을 할 수가 없습니다. 훨씬 더 이상한 모습으로 문명과는 거리가 먼 생명체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렇게 고효율의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전체 산소 소비량의 약 2% 정도가 활성산소로 만들어집니다. 이 정도의 정상적인 활성산소는 괜찮습니다. 우리 몸의 자체적인 항산화 네트워크가 알아서 처리합니다. 


문제는 현대인들에게는 활성산소가 주변에 엄청나게 많이 널려있다는 것입니다. 술, 담배, 자외선, 대기오염, 해양오염, 스트레스, 비만과 각종 첨가물이 든 맛있는 음식들 이런 것들이 전부 다 활성산소를 만들고 있습니다. 넘쳐나는 활성산소의 바다에서 헤엄치는 것이 현대인들입니다.  



항산화제가 다 제거할 수 없을 만큼 활성산소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항산화 능력도 그만큼 좋으면 괜찮은데 항산화 능력을 훨씬 초과하는 활성산소가 우리 몸에 들어오고 계속 축적되는 상태입니다. 그러다 보니 세포의 단백질이나 핵산과 같은 것들이 산화되고 그래서 세포가 노화되고 암이나 대사 질환, 치매 이런 것도 생기고 결국은 사람이 물을 주지 않은 식물처럼 시들어 죽게 된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런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시스템이 우리 몸 안에도 있습니다. 


카탈레이즈라든지 SOD(SuperOxide Dismutase) 같은 이런 효소들도 있고 외부에서 섭취하는 항산화제도 있습니다. 비타민C, 비타민E, 그리고  아연, 셀레늄과 미네랄은 굉장히 큰 역할을 차지합니다. 베타카로틴은 당근과 같은 황색, 주황색 음식들에 많은데 그런 베타카로틴이 우리 몸 안에 들어와서 비타민 A로 바뀌고 그것이 항산화제 역할을 합니다. 이런 항산화 식품을 많이 먹는 것도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비타민 A는 너무 많이 먹으면 독성이 있기 때문에 너무 과하면 안 됩니다. 주사로 많이 쓰이는 글루타치온도 가장 강력한 항산화제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활성산소는 너무 적으면 생명 현상이 떨어지고 너무 많아도 질병에 걸리기 쉽고 생명체가 죽게 되죠. 적당하게 균형을 이루어야 되는데 현대인들은 활성산소가 너무 많은 환경에서 살고 있습니다. 


결국 활성산소가 우리한테 병을 가져다주는 나쁜 녀석이라고만 생각할 게 아니라 조절만 된다면 좋은 역할도 한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나쁜 활성산소는 지속적으로 생성이 되고 단백질이나 핵산 등을 산화시켜서 다양한 질병과 암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반면, 좋은 활성산소는 외부의 침입자들을 막아주고 호르몬을 만들어주고 세포가 더 잘 자라도록 도와주기도 합니다. 


우리 몸 안에서 활성산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이 어디일까요?


몸이 외부환경과 맞닿는 곳입니다. 


피부를 포함하여 호흡기, 식도와 같은 곳이 활성산소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중 가장 많은 영향을 받는 곳이 장입니다. 장속에 살고 있는 세균들의 숫자가 우리 몸의 세포 숫자보다 몇 배 더 많습니다. 적게는 3배 많게는 10배라고까지 하는데 이런 세균들하고 계속 붙어 있기 때문에 장점막 면역이 우리 몸에서 엄청 중요한데 바로 그것이 활성산소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래서 점막은 언제든지 세균과 세균들이 만들어낸 독소, 완전히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 찌꺼기와 같은 것들이 섞여 있는 곳입니다. 이런 복잡한 장 내 환경에서 장점막이 건강하지 못하거나 장내 세균을 잘 관리하지 못하면 몸 전체가 영향을 받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새는 장 증후군(Leaky Gut Syndrome)입니다. 장점막이 튼튼하지 못하면 세균들의 독소나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 찌꺼기들이 장점막을 통과하여 혈관으로 타고 들어오면서 전신적인 염증과 다양한 면역이상을 나타냅니다.


아래의 논문은 장내 미생물이 활성산소를 제거하지 못할 때 어떤 영향을 주는지 실험을 한 결과입니다. 이 실험은 파리의 장내 미생물 상태를 형광물질을 입혀서 관찰한 것입니다. 좌측은 정상 파리의 장내 미생물 상태이고 우측은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생긴 파리의 장내 미생물 상태입니다. 우측의 파리는 활성산소를 잘 제거하지 못하니까 파리 장 속에 세균들이 엄청나게 많아집니다. 



아래 그래프에서 보는 것처럼 실제로 실험을 해보니까 이런 활성산소 제거 유전자가 결핍된 파리들은 금방 죽는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활성산소에 대한 균형 잡힌 관점


활성산소에 대해서 두 가지 관점을 균형 있게 가져야 합니다. 



정상적인 활성산소의 기능은 항산화제와 균형을 이룰 때 우리 몸이 더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습니다. 항산화제가 부족하고 활성산소가 너무 많아도 안 되고 항산화제만 너무 많고 활성산소가 너무 적어도 안됩니다. 


이것은 여키스 도슨 그래프입니다. 가로축은 스트레스의 양을 나타내고 세로축은 성과를 나타냅니다. 스트레스가 너무 적어도 성과가 별로 없고 너무 많아도 효과가 없다는 법칙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스트레스의 수준이 적당할 때 가장 성과도 높고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나타냅니다.



이 법칙은 활성산소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활성산소도 일종의 스트레스로 작용합니다. 너무 적어도 안 되고 너무 많아도 안 됩니다. 운동도 이 법칙을 그대로 따릅니다.



가장 우리가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려면 적당한 정도의 활성산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시면 됩니다. 


다만, 현대인들에게는 대체로 스트레스가 너무 과한 형편입니다. 일반적으로 스트레스는 너무 많고 운동은 너무 안 하는 것이 현대인들의 문제니까 스트레스는 줄이고 운동을 좀 늘려야 하겠습니다. 몸 안에 들어오는 활성산소의 양은 줄이고 항산화 능력은 키우면서 균형을 유지한다면 우리가 더 건강하고 활기찬 삶을 살 수 있습니다.





활성산소에 대한 질문자분께 답변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현대인들은 활성산소가 대체로 너무 과합니다. 우리가 땅바닥과 맨발로 만난다면 자유전자들이 들어와서 과도해진 그런 활성산소를 줄여 줍니다. 정상적으로 있는 활성산소까지 다 제거하는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으니까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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