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통은 신드롬이다(1)
제가 만명의 요통으로 시달리는 분들을 케어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교과서에 나와 있는 요통의 다양한 치료법들이 그다지 깔끔하게 통증을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것입니다. 답답한 요통의 진단과 치료체계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치료하는 사람이 이렇게 오해가 많은 내용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대로 적용한다면 결국 피해는 아픈 이들의 몫이니까요. 이 글은 요통과 골반통증으로 시달리는 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가급적 허리통증에 대해 어려운 용어는 쓰지 않고 실제 고통을 겪는 분들이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쓸 예정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자신의 상태에 맞는 운동방법을 함께 알려드릴 예정이니 요통과 골반통증 때문에 고생하는 분들이라면 끝까지 정독해 주시면 좋겠어요.
행복한재활의학과 김정훈 드림
요통은 저희 병원에 통증으로 방문하는 환자들 중 가장 흔한 증상 중 하나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생에 한 번은 허리통증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진단 기술과 치료 방법이 발달함에도 불구하고 허리통증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허리통증의 원인은 무척이나 다양합니다.
그런데 일반인들도 그렇고 의료인들도 대부분 허리통증을 디스크 하나에만 촛점을 맞춰서 설명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진짜 문제가 되는 허리디스크는 급성요통과 만성요통의 아주 일부분에만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저의 20년 진료 경험에 비추어 본다면 거의 10% 정도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방송이나 SNS 상에서 영향력이 꽤나 있는 의사들도 허리통증을 디스크에만 한정지어 얘기하는 경우를 자주 봅니다.
그러니 다양한 진단기계와 수술과 시술방법이 발달한 21세기에도 허리통증이 줄어들지 않습니다. MRI를 찍어도, 미세수술을 해도, 값비싼 시술을 받아도 허리통증은 여전히 계속됩니다.
물론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한 경우가 있기는 합니다. 다만 정확하게 진단하고 체계적인 치료를 통해 가급적이면 부작용이 적고 재발의 위험도 함께 낮출 수 있는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허리통증을 치료하는데는 매우 중요합니다.
이제부터는 허리통증의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그 중 가장 중요한 질병들을 알아보겠습니다. 이 내용만 이해하시면 허리통증의 95%는 이해하실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정리해 볼테니 잘 따라와 주세요.
우선 허리통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크게 구분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급성요통 vs 만성요통
위의 그림에 나오는 좌측에 빨간박스에 표시한 질병은 급성통증입니다. 우측은 만성통증이구요. 급성통증은 말 그대로 갑자기 생기는 것인데 통증이 발생한지 한 달 까지를 대체로 급성통증으로 봅니다.
급성요통과 만성요통이 칼로 두부자르듯 깔끔하게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그런 경향성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고 봐 주시면 됩니다.
요통은 어느 한 가지 진단만으로 모든 증상을 해결할 수 있는 경우는 10% 내외입니다. 대체로는 두 가지 이상의 문제가 겹쳐져 있죠. 그러니 요통은 한 가지 진단만으로 결론을 내리기 보다는 한 가지씩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양파 벗기듯 치료하지 않으면 어설픈 치료가 되기 쉽습니다. 그러면 몇 개월 또는 몇 년 지나면서 다시 통증이 시작되곤 하죠.
제가 지금까지 봐 온 요통환자의 케이스가 약 만 명 정도 됩니다.
열 명 중 아홉명의 요통환자는 몇 가지 문제들이 뒤섞여 있습니다. 그래서 한 가지 진단으로는 완전한 치료가 되질 않기에 저는 아예 요통을 신드롬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요통은 대부분 신드롬으로 보아야!!!
신드롬Syndrome이란 몇 가지 원인이 겹쳐져 있어서 다양한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수술은 매우 신중해야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수술은 그 한 가지 문제가 전체 요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판단될 때 선택해야 하고 그래야만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법입니다.
얼마전에 찾아오신 1년 정도 된 만성요통을 가진 60대 여자분이 있습니다. 동네 정형외과에서 허리디스크라는 진단을 받고 몇 개월간 치료를 해도 호전되지 않아서 MRI 사진을 찍어보니 허리 4-5번 디스크가 많이 튀어 나온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MRI를 찍은 척추전문병원에서는 디스크가 많이 튀어나왔으니 수술을 하시라고 권유하였습니다. 환자분도 워낙 고생을 많이 한 터라 수술을 할까 고민하셨습니다. 자녀분들이 그래도 바로 수술하기 보다는 재활치료를 좀 알아보는 게 좋다고 판단하여 행복한재활의학과를 찾아 오셨습니다. 호소하는 내용을 보니 허리와 골반 주변에만 통증이 있고 다리까지 뻗어가는 방사통이 없어서 신경검사를 해보았더니 신경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환자분과 보호자분에게 2개월간 재활치료를 꾸준히 하시면 90% 정도는 호전될 수 있다고 하고 재활치료를 했습니다. 지금 약 한 달이 경과하였는데 통증이 거의 90% 정도 호전되었습니다.
저는 행복한재활의학과에 오신 분들 중에서 이런 경우를 워낙 자주 겪기 때문에 정말 위험한 경우는 당연히 수술을 해야 하겠지만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로 수술의 대상이 되는 문제 외에 다른 문제들을 먼저 해결합니다. 그러고도 증상이 너무 불편해서 어쩔 수 없다면 그 때 수술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고 안내드립니다.
그렇습니다!
요통을 신드롬으로 파악하면 양파껍질을 벗기듯 하나 하나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증상이 얼마나 좋아지는지 살펴 보아야 합니다. 그래도 안된다면 수술은 대체로 마지막에 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제는 다양한 요통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간략하게 살펴 보겠습니다.
급성요통 : 허리디스크 염증 VS 신경뿌리병증
급성요통을 일으키는 상황은 대체로 디스크와 연관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디스크가 튀어나온 범위에 따라 증상도 다르고 치료방향도 달라지기 때문에 정확한 진단이 중요합니다.
1. 허리디스크 염증 : 허리를 숙일 때 심해지는 허리 주변부 통증
디스크는 척추 간격을 유지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 연골성분입니다. 디스크가 뒤로 밀리는 상태를 디스크 팽윤이라고 합니다. 이 때 허리주변으로 급성 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 때는 주로 디스크가 신경을 직접적으로 압박하기 보다는 디스크 주변으로 염증을 일으켜 허리주변의 통증이 나타납니다. 심할 때는 허리를 구부리거나 펴기도 어려워서 꼼짝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습니다. 1단계 디스크 팽윤이나 2단계 디스크 돌출은 대체로 수술없이 재활치료로 회복할 수 있습니다.
2. 신경뿌리병증 : 다리를 들어올릴 때 골반이나 다리쪽으로 쩌릿하게 뻗어가는 통증
허리디스크는 단계별로 증상이 다릅니다. 3단계나 4단계는 다리쪽으로 쩌릿하게 뻗어가는 방사통이 있으며 신경뿌리병증이라고 불립니다. 1단계 디스크 팽윤이나 2단계 디스크 돌출에서는 주사치료, 도수치료, 물리치료, 재활운동 등으로 대체로 치료가 잘 마무리됩니다. 그런데 4단계 디스크 박리는 대체로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3단계에서도 증상의 중증도에 따라 수술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만성요통
3. 척추후관절 증후군 : 허리를 뒤로 젖힐 때 주로 나타나는 허리 주변부 통증
척추 후관절은 척추의 뒷부분에 위치한 관절로, 나이가 많거나 척추주변의 근육과 인대가 약해져서 이 관절이 마모되거나 염증을 일으키면 통증이 발생합니다.
4. 척추관 협착증 : 걸으면 종아리가 저리거나 터져나갈 듯한 통증
척추관이란 뇌에서 꼬리뼈까지 이어지는 신경다발을 보호하는 관을 말합니다. 척추관 내부에는 뇌척수액이라는 물이 있어서 신경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척추관 협착증은 척추 내부의 공간이 좁아져 신경이 압박을 받아 발생하는 통증입니다. 이는 디스크가 튀어나오거나 인대가 두꺼워지거나 뼈가 울퉁불퉁하게 튀어나오는 등 여러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습니다.
5. 추간공 협착증 : 신경뿌리가 지나가는 입구가 좁아져 다리쪽으로 통증이 뻗어나갈 때
언뜻 보면 다리쪽으로 통증이 뻗어나가기 때문에 신경뿌리병증과 비슷하지만 대체로 나이가 많은 분들에게 잘 생기고 자세에 영향을 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통증이 생기는 특징이 있다.
6. 천장관절 증후군 : 출산 후 또는 중년이후 남성의 골반 및 사타구니 통증
천장관절은 천골과 장골이라는 골반뼈가 서로 만나는 지점의 긴 관절을 말합니다. 출산 이후에 천장관절을 이어주는 인대가 약해지거나 관절내에 염증이 발생하여 통증이 생깁니다. 주로 골반이 아프지만 사타구니 쪽으로 뻗어가는 통증이 생기기도 합니다.
7. 강직성척추염 : 척추와 골반이 대나무처럼 뻣뻣해지는 자가면역질환
아침에 일어날 때 척추와 골반이 뻣뻣한 느낌이 드십니까? 골반통증 뿐 아니라 사타구니쪽 통증도 동반이 된다구요? 걸을 때 통증이 악화된다구요? 그렇다면 강직성척염을 의심해 보셔야 합니다. 강직성척추염은 천장관절의 염증을 일으키는 면역질환입니다. 척추가 아래 위로 하나로 합쳐져서 마치 대나무처럼 뻣뻣하게 되기도 합니다.
8. 척추분리증 : 운동을 많이 하는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의 허리통증
척추분리증은 척추를 아래 위로 연결하는 뼈가 선천적으로 이상이 있거나 반복되는 동작에 의해 골절이 되는 질병입니다. 척추분리증이 있어도 척추 전방전위증이 동반되지 않으면 요통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격한 운동을 하는 청소년이나 운동선수 중에서는 20명 중 1명 꼴로 척추분리증이 반복적으로 척추에 가해지는 스트레스 때문에 생기는 피로골절입니다.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의 만성요통의 경우에는 꼭 확인하여 더 악화되지 않도록 재활운동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9. 척추전방전위증 : 노인들의 만성적인 요통
척추분리증과 자주 언급되는 만성요통의 원인이 바로 척추전방전위증입니다. 척추분리증은 뼈 자체가 나뉘어져 있는 것에 비해 척추전방전위증은 뼈가 나뉘어지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척추전방전위증은 뼈가 나뉘어져 있는지 여부와는 무관하게 척추가 앞쪽으로 밀려 내려오는 것입니다. 엑스레이 사진만 찍어도 전방전위증은 약간 무서운 느낌이 드는데 실제로는 아주 심하게 밀린 상태가 아니라면 대체로 수술없이 재활로 회복되는 병입니다.
10. 좌골신경통 : 통증이 골반이나 허벅지, 종아리 쪽으로 뻗어나가는 경우
좌골신경통은 요통에서 가장 흔하게 말들을 하지만 실제로는 오해가 많은 통증입니다. 주로 허리디스크가 신경을 누른다는 의미로 쓰지만 골반이나 허벅지에서 다양하게 통증을 일으킬 수 있는 쉽지 않은 통증입니다.
11. 부정렬 증후군 : 허리나 골반만 아픈 것이 아니라 두통, 목이나 등, 심지어는 턱관절에도 통증이 나타나
허리통증이나 골반통증 뿐 아니라 두통, 목, 어깨, 등, 턱관절 등 다양한 부위에 통증이 함께 나타나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부정렬증후군을 의심해 보아야 합니다. 부정렬증후군은 대체로 골반이 한 쪽으로 기울거나 회전하는 경우, 심하게 앞이나 뒤로 기울어지는 경우에 잘 발생합니다. 골반의 잘못된 정렬이 척추에도 영향을 주고 때로는 턱관절의 부정교합이 척추와 골반에 영향을 주기도 하는 상황입니다.
12. 요근 증후군 : 고관절을 굽히는 대요근의 긴장이나 염증으로 허리와 허벅지까지 통증
고관절을 굽히는 대요근의 긴장이나 염증으로 허리와 허벅지까지 통증이 생기는 숨겨진 허리통증의 주범. 요근 증후군은 다양한 근육기원성 요통의 대표로 언급한 것이다. 실제로 요근 외에도 허리나 골반통증을 일으키는 근육들은 매우 많아서 경험많은 의사가 꼼꼼하게 감별하지 않으면 만성요통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지금까지 요통에 대한 12가지 다양한 원인들을 간략하게 살펴보았습니다. 이러한 질환들은 원인이 다르기에 각각 다른 치료 방법을 필요로 합니다. 신경뿌리병증, 척추관협착증, 척추전방전위증 등은 약물 치료, 물리 치료, 도수치료, 주사치료, 재활치료 등 다양한 치료법들을 적절하게 적용합니다. 그러나 3~5% 정도는 재활치료로 회복되지 않아서 결국 수술을 하기도 합니다. 디스크 염증, 척추 후관절 증후군, 부정렬증후군 등은 재활치료로 어떻게든 회복을 해야하는 상황이며 수술을 하면 안되는 병입니다.
이렇게 요통을 일으키는 원인에 대한 이해를 하셨다면 다음 시간부터는 각각의 상황에 따라 어떻게 치료를 하고 집에서도 어떤 운동을 통해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20년 간 만 명의 요통환자를 치료한 대구 행복한재활의학과 김정훈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