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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훈 Jul 04. 2024

동네의사의 환자일기 1) 꽃보다 더 꽃 같은...

동네의사의 환자일기, 첫 번째 이야기


환자분들과 20년 간 살다 보니 참 혼자만 경험하기 아까운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습니다. 틈날 때마다 동네의사가 환자들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일기형식으로 틈틈이 써볼까 합니다. 이 지구별이 얼마나 아름다운 행성인지, 우리는 얼마나 다정한 사피엔스인지... 깨닫게 되는 순간들을 모아 보겠습니다.







동네의사의 환자일기 1) 꽃보다 더 꽃 같은...



참 밝고 고운 미소를 가진 70대 후반의 어머님이다.



지난 4월 내가 MBC 약손에 출연했을 때도 강의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너무 재미있게 시청했다고 하시면서 그렇게 살아주어 고맙다며 꽃다발을 사 오셨다. 꽃다발을 준비하신 그 고운 마음이 내 가슴 깊이 남았었다.


아드님이 대구시내 유명한 의과대학 외과교수님이신데 어지럼증으로 부산까지 가셔서 기능의학 치료를 받으시다가 너무 멀어서 계속 가시기 어려워서 수성구에 위치한 행복한재활의학과를 추천받아 찾아오셨다. 꾸준히 기능의학 치료받으시면서 이제는 꽤 좋아지셨는데 뵐 때마다 그 미소가 너무도 푸근하여 치료하는 사람이 오히려 힐링되는 느낌을 받는다.


수액치료를 하는 도중에 침대 머리맡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댁에서 수국을 비롯해 꽃을 많이 키우신다고 하셨다. 


꽃들이 얼마나 이쁜지 몰라요. 여기 선생님들도 다 꽃처럼 이뻐요!


오랫동안 꽃을 길러오시면서 꽃들을 돌보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 없다고 하신다. 그래서였을까? 10년 가까운 세월, 마비와 치매가 와서 몸이 불편한 남편을 인상 한 번 찌푸리지 않고 돌보셨다고 한다. 처음에는 어찌 그럴 수가 있을까 싶어서 좀 쉬어가면서 하시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내가 어지럼증이 있어서 힘들지, 남편 케어하는 것은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 그분이 한평생 가족들을 위해 애쓰신 것 생각하면 이렇게 돌볼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라요." 최근에 만나본 어른 중에 이런 분은 처음이다. 모두들 긴 병에 장사 없다고 하는데 이 분은 그것을 병치레로 보지 않고 가볍게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편으로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한 마디 한 마디 어머님의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어록이었다.


"원장 선생님이 TV에서 강연하는 것, 유튜브로 방송하는 것 볼 때마다 지식 외에도 뭔가 따뜻한 게 느껴져요. 그냥 지식을 전한다는 느낌이 아니에요. 뭔가 좋은 에너지가 느껴져요. 제가 바로 본 것 맞죠? 제가 배운 건 없어도 느낌은 좋다니까요...ㅎㅎ"하시면서 미소를 짓는다.


내가 대답했다.


"어머님 속에 따스한 에너지가 있으신 거예요. 어머님 속에 있는 그것을 저를 통해 보신 거예요. 제가 수도 없이 강연해도 어머님처럼 표현하시는 분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어머님 내면의 따스함을 저를 통해 확인하신 것뿐입니다. 그러니 그 따스함은 어머님의 모습이에요."


그랬더니 어머님이 더 이쁜 대답을 하신다.


그럼 꽃들이 아름다운 것도 내 속의 아름다움을 확인하는 거군요.



내가 대답했다.


"그럼요. 어머님 속에 이쁘게 보는 귀한 마음이 있어서 꽃뿐만 아니라 우리 선생님들도 한결같이 그렇게 이쁘게 보시는 거예요. 어머님이 이쁘세요.^^"



수액치료실에 있던 간호팀원들의 얼굴이 모두 꽃처럼 피어났다. 웃음꽃이 함께 피었다.


가져오신 꽃에 대해 설명해 주시는 어머님


어머님이 "그럼 우리 집에 있는 꽃을 좀 가져올까요? 요새 좀 시들해져서 가져오기가 좀 그랬는데 괜찮으세요?" 물어보셨다.



내가 대답했다.


"그럼요. 어머님 얼굴을 보면 아무리 시든 꽃이어도 빛날 것 같아요. 갖다 주신다면 정말 기쁘겠어요."



어제는 정말 어머님이 꽃을 가져오셨다. 이쁜 화병에 색색의 꽃을 담아서 그 고운 웃음과 함께 꽃들이 데스크와 진료실 한 켠에 놓였다. 


진료실 한 구석에 예쁜 꽃, 아니 예쁜 마음이 놓여 있다.


진료실 한 구석에 예쁜 꽃, 아니 예쁜 마음이 놓여 있다.


이 꽃들이야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시들겠지만 가져오신 어머님의 그 이쁜 마음은 평생 시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이 지구별을 아름다운 놀이터로 만들어주신 어머님,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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