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의사(17)

인턴 생활 (3) - 어묵과 김밥을 만들어 온 아내...

by 김정훈
지구에서 가장 행복한 의사 : 열 여섯번째 이야기. 어묵과 김밥을 해가지고 온 아내...



나는 첫째가 일곱 살 되던 해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 생활을 시작했다.


첫째는 입학허가 발표가 날 무렵 태어났지만 둘째는 언감생심 꿈을 꿀 수 없었다. 아내가 직장을 다니며 돈을 벌기는 했지만 방 한도 칸 내 힘으로 마련할 형편이 되지 않았던 나는 둘째가 갖고 싶다는 아내를 만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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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를 6년.

의과대학 학생가장의 역할이 끝나고 드디어 월급을 받는 의사가 된 것이다.


내가 돈을 벌기 무섭게 둘째에 대한 갈망을 얘기하던 아내는 다행스럽게도 계획한 대로 둘째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

월급이라 해봐야 2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수능 준비하는 기간을 합하면 7년 만에 정기적인 수입이 생긴 셈이다. 그러니 둘째 아이 분유값은 댈 수 있는 떳떳한 가장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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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임신한 몸으로 가끔씩 김밥과 어묵을 만들어서 한 밤 중에 인턴숙소로 찾아오곤 했다. 숙소에 있는 친구들과 함께 아내가 만든 김밥과 어묵을 나눠 먹는 날은 인턴으로서의 고단함과 서러움이 싹 가시는 듯 했다. 팍팍한 삶이지만 낭만이 있었고 사람 사는 재미가 있었다. 일이 많고 시간이 없다고 삶을 즐길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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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는 오프를 받을 때만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소소한 것에서도 삶을 맛나게 하는 방법이 있다.

삶을 맛나게 하는 가장 강력한 것은 감사...


가장 강력한 것은 감사하는 마음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마치 튀김옷과 같다.

일본 음식점에서는 깻잎을 튀김옷에 입혀서 튀기는데 별맛 없던 깻잎도 튀겨 놓고 나니까 바삭거리는 식감이며 혀에 달라붙는 그 맛이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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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밋밋한 어느 날, 감사로 튀김옷을 입혀 튀기고 나면 삶의 식감이 달라진다.

실제로 감사하는 마음은 사람에게 안정적인 뇌파를 만들어 낸다. 연구자들은 감사하는 근육이 있는데, 헬스장에서 아령을 들어 올리면 팔의 근육이 만들어지듯 감사하는 근육도 만들어 진다고 한다. 물론 눈으로 보이는 근육이 아니라 엄밀히 말하면 뇌에서 감사에 따른 신경연결망이 활성화 되어 감사의 통로가 넓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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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감사하는 사람, 소소한 일에도 감사하는 사람은 막을 수 없다. 이런 사람에게는 적이 없고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게 된다. 능력으로 갑옷처럼 치장한 사람보다 감사의 얇고 부드러운 천을 걸친 사람이 더욱 강력하고 행복하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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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의 힘은 근력에서 나오지만 행복의 힘은 뇌에서 감사하는 통로가 얼마나 넓은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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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 발짝도 양보하지 않고 꼼꼼하게 챙기는 사람들이 행복할까?

가진 것이 얼만큼이든 나누고픈 사람들이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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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인턴 생활 중에도 어묵 국물을 동기들과 나눠 먹으면서 우린 낭만을 즐겼다. 거창한 신념이나 대단한 대의가 없어도 사람 사는 세상… 뭐라도 나누기만 한다면 충분히 행복할 준비가 된 것 같았다.


그렇지만 인턴 생활 중에는 참기 힘든 일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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