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편지:들어가는 글 - 우리 앞에 놓인 두 개의 게임
인생을 꼬이게 하는 12가지 방법 (들어가는 글)
이 글은 아픈 청춘을 보내고 있는 교회 동생에게 한 이야기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비슷한 처지에서 혼란스런 세상을 살고 있는 아들과 그 또래의 청춘들에게 내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다시 정리해 보았다.
나는 이제 특별히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할 필요를 잘 느끼지 못한다. 맛있는 음식도, 호화로운 휴양지도… 잠깐 좋을 수는 있겠지만 그다지 설레지 않는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그의 삶을 함께 맛보는 것이 미슐랭 별 몇 개가 달린 음식점의 비싼 요리보다 맛나고 산길에서 만나는 작은 냇가 편평한 바위에 걸터앉으면 발리의 럭셔리 호텔 인피니티 풀이 그리 부럽지 않다.
다만, 나는 많은 이들의 은혜로 지금을 이렇게 누리고 있어서 그분들에게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이 시대 청춘들이 자기의 삶에 단단한 균형을 잡고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 관심이 간다.
그 청춘의 대표 격으로 아들을 지칭하고 있을 따름이다.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내 경험이 조금이라도 길을 찾는데, 그리고 찾은 그 길을 든든하게 나아가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다시 글을 가다듬는다.
그러나 한 편으로 이 글은 미래의 내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나도 이런 시간들을 지나왔다. 절망적인 상황을 지나 이제 터널의 끝인가 싶을 때 또다시 일이 계속 꼬이기만 하는 경험을 무수히 많이 했다.
직장을 그만두고 의과대학을 들어오긴 했지만 가장으로 아기의 분유 값은커녕 월세방 하나도 구하기 어려워 여기가 지옥인가 싶을 만큼 캄캄했던 날들이 있었다. 사방이 막혀 있어서 바늘구멍 만한 숨구멍도 안보이던 날들도 있었다.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열심히 사는데도 인생이 꼬이는 것처럼 느끼는 청춘들이 있다면 나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다.
혹여 훗날 세상의 분위기에 속아서 절망적인 순간이 내게도 또 올지도 모른다. 이 글은 알 수 없는 그 미래 어느 시간의 나에게 미리 일러두는 말이기도 하다.
아들아!
인생이 정말 꼬인다고 생각된다면 그것은 속은 상태에서 어려운 믿음을 선택한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쉬운 길을 선택하고 쉬운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만일 행복이 인생의 목표라면 어렵다고 말하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빡세게 살아가야 한다는 사람들은 참고만 하는 게 좋더라.
그러나 한편, 인생 사는 것이 쉽다는 사람은 그 말만 듣지 말고 정말 그들의 삶이 쉬워 보이는지 직접 확인해 보렴. 그들의 말만 듣지 말고 그들 삶의 맛을 보는 것이 좋단다. 그렇게 사는 것이 정말로 담백한 단 맛이 나는지...
그렇다면 한 번 그들과 조금씩 삶을 나누고 살아 보는 것이 필요하다. 잠깐 단 맛이 나다가 뒷맛이 찝찝하지 않은지도 중요하다. 쉬운 삶은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잠깐 달콤한 것은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설탕 한 스푼만 넣어도 요리가 달라지지 않니? 그러나 모든 요리마다 설탕이 한 스푼씩 들어간다면 그건 훌륭한 음식이라기보다는 유혹에 가깝다.
인생은 슬로푸드처럼 달아도 깊고 담백한 단맛이 필요하더라. 오래 씹어야 단 맛이 나는 그런 음식이 좋더라.
주변에 그런 사람이 있니?
행복 그 자체를 찾아 나서는 것은 방황으로 끝나기 쉽고 차라리 행복한 사람을 찾는 것이 빠르더라. 어쩌면 행복이란 추상명사는 끝끝내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 행복한 사람은 실존하지만 행복이라는 단어는 무지개처럼 평생을 쫒아가도 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행복한 사람들의 삶을 맛보고 오래 씹을수록 단맛이 우러나는 그런 삶인지 확인해 보길 바란다.
이 글은 언젠가 아빠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게 될 네가 행복한 사람을 쉽게 알아보기 위해 쓴 글이란다.
인생을 꼬이게 하는 첫 번째 방법 : 능력과 행복의 혼돈(1)
아들아!
인생이 꼬이는 데는 안과 밖, 앞과 뒤처럼 명확하게 경계가 나뉘어야 하는데 구분이 되지 않아서 혼란스러운 것들이 많이 있단다. 이런 혼란 때문에 인생은 꼬이게 된단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말이야.
오늘부터 인생을 꼬이게 하는 열두 가지 이야기 중에 첫 번째, 능력과 행복이 주는 혼돈에 대해 이야기를 할게.
위의 동물은 중국 고대서에 나오는 신화적 동물이야. 덩치도 크고 날개는 네 개나 있고 다리도 여섯 개나 있어서 상당히 능력이 있어 보이지?
그러나 머리가 없어. 힘은 있으나 머리가 없어서 분간을 못하고 어디로 갈지를 모르는 동물이란다. 이 동물의 이름이 바로 “혼돈 混沌 chaos”이란다. 능력과 행복에 관한 문제도 우리가 이렇게 혼돈하고 있는 것 같아.
능력과 행복을 완전히 같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이 있어. 아니면 거의 유사한 의미로 보는 사람도 많고.
어떤 이들은 말로는 이 둘이 서로 다른 줄 안다고 하면서도 자신의 시간과 돈, 에너지를 쓰는 것을 보면 능력과 행복을 거의 같은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거의 대부분의 시간과 정신적 에너지를 경쟁에서 이기는 데만 집중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단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생의 목표를 행복으로 정해 놓곤 하지. 아빠 병원 이름도 행복한재활의학과 이니까 이상할 것은 없어. 그러나 행복을 목표로 하면서도 능력이 곧 행복이라는 혼돈 속에 빠져서 능력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많단다. 이 사람들은 능력과 행복이 한 축에서 같은 방향에 놓여 있다고 믿는 것 같아. 아빠도 이렇게 혼돈 속에 빠져 있었던 때가 있었지. 아빠가 네 나이 때에는 정말 혼란스러웠단다.
몇 년 전 한참 인기 있는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 나오는 것처럼 정말 똑똑하고 가진 것 많은 사람들이 휘황찬란한 집에 살면서 온갖 것들을 다 누리지만 네가 보기에도 정말 행복해 보였니? 능력과 행복을 동의어로 생각한다면 정말 결말이 비참할 수도 있단다. 말 그대로 정말 혼돈이거든.
다음번에는 능력과 행복의 혼돈(2)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 대한 이야기를 마저 이어서 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