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편지 - 우리 앞에 놓인 두 개의 게임, 두 번째 이야기
인생을 꼬이게 하는 첫 번째 방법 : 능력과 행복의 혼돈(2)
소유냐? 존재냐?
현대 심리학에 큰 획을 그은 에리히 프롬이 던진 화두.
아빠도 대학생 시절 이 책을 읽으며 깊이 고민해 보았어. 그런데 에리히 프롬이 의도한 것과는 다르게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 질문은 많은 오해를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소유와 존재가 한 축에서 서로 반대방향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거든. 마치 양자택일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니?
그러나 소유와 존재를 반대말처럼 여기고 서로 같은 축의 양 극단에 있다고 하는 생각도 혼돈스럽기는 마찬가지란다.
조금 덜 소유하고 좀 더 존재하고 싶다.
이 말은 소유에만 집착하는 사람들에게는 울림이 있는 말이다. 하지만 극단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소유없이 존재만 하기는 매우 어려운 일이야. 마음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은 아니지만 매우 극단적인 방법이라 누구에게나 권할 수 있는 것은 못된다고 생각해.
2018 UN에서 실시한 행복에 관한 연구 결과를 보면 이민 온 사람들은 결국 그 나라 자국민의 행복지수와 96% 일치도를 보이고 있어. 무슨 말인가 하면 아무리 못살고 행복지수가 낮은 나라의 사람이라도 복지가 잘 갖춰지고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로 옮겨 놓으면 결국 원래 자기가 살던 나라의 행복지수에서 벗어나 이민 온 나라의 행복지수와 거의 같아진다는 것이지. 가난하고 전쟁이 일상처럼 벌어지는 어느 불행한 나라에서 온 사람이 덴마크와 같이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에 이민을 온다면 쉽게 행복해 질 수 있다는 뜻이야. 물론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는 대부분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와 같은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사회적인 신뢰지수가 높은 나라들이란다.
그러니 소유하는 능력과 존재감을 느끼는 행복은 반대말 내지는 양자택일 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 아빠의 생각이야. 잘 사는 나라들이 대체로 행복지수가 높으니까 말이야. 물론 우리나라처럼 경제적으로는 제법 풍족해졌지만 행복지수가 낮은 경우도 분명히 있단다. 다만, 히말라야 기슭의 부탄왕국과 같이 마음가짐만으로 행복을 측정하는 것은 오류가 많아서 국가별 행복지수를 비교할 때는 마음가짐(만족) 뿐 만 아니라 사회적 신뢰도, 기본적인 의식주의 해결 등 다양한 요소들을 객관적 지표로 분석한다는 것을 알면 좋겠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는 뜻이란다.
행복이 x축이라면 능력은 y축에 있는 셈이지. 능력이 있더라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고 능력이 없더라도 행복한 사람도 있단다. 능력과 행복은 서로 다른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차리는 것이 인생이 꼬이지 않는 첫번째 비결이란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그 누군가에게 속아서 많은 사람들은 여기에서 개념이 꼬여버린 것이다. 능력만 있으면 행복할 줄 알고 평생을 능력을 더 갖기 위해 허비한다. 그리고 그 결말은 대개 '내가 원했던 삶은 이런 것이 아니었는데...' 라며 허망하게 끝이나고 만다.
x축에 있는 행복은 서로 신뢰할 만한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연결이 잘 되어 있는가? 현재 주어진 것을 인정하고 얼마나 감사하고 만족하는가? 다른 사람과 공존하는 방식이 세련되고 합리적인가? 이런 것들과 더 관계가 깊어 보여. 행복은 자동차의 핸들과 같단다. 삶의 방향을 결정하지.
반면 y축에 있는 능력이 있다면 편하게 살 수 있어. 능력이 있는 사람은 주로 미래에 촛점이 맞춰져서 노력하고 상황을 개선하는 데 관심이 많지. 이런 삶은 자기 자신에게 촛점을 확실히 맞추는 경향이 있어. 능력은 자동차의 엔진과 같단다. 속도를 내기에 좋은 것이지.
연비가 좋은 빠른 자동차라 하더라도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없다면 불행한 결말은 이미 정해진 것 아닐까? 자신이 가진 특출난 능력만 개발하면 행복은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고장난 핸들에 고출력 엔진을 얹은 자동차와 같아서 자기도 위험하고 주변 사람들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단다.
다음 번에는 행복으로 가는 행복게임과 능력을 추구하는 경쟁게임의 룰에 대해 좀 더 알아보기로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