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1)_나에게

아들에게 쓰는 편지_프롤로그

by 김정훈

프롤로그(1)


1. 미래 어느 순간, 혹여 또 헤매고 있을지 모를 나에게


이 글은 아픈 청춘을 보내고 있는 교회 동생에게 했던 이야기에서 처음 시작합니다.

그러나 비슷한 상황에서 혼돈스러운 세상을 살고 있는 아들과 그 또래의 청춘들에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지나온 내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다시 정리해 보았습니다.

나는 이제 특별히 나를 위해 무언가를 할 필요를 잘 느끼지 못합니다. 맛있는 음식도, 호화로운 휴양지도… 잠깐 좋을 수는 있겠지만 그다지 설레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그의 삶을 함께 맛보는 것이 미슐랭 별 몇 개가 달린 음식점의 비싼 요리보다 맛나고 산길에서 만나는 작은 냇가 편평한 바위에 걸터 앉으면 발리의 럭셔리 호텔 인피니티 풀이 그리 부럽지 않습니다.

어느 냇가에서.jpg


분명한 것은 나는 내 능력만으로 살아온 것이 아닙니다. 많은 분들의 값없는 은혜로 지금을 이렇게 누리고 있음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분들에게 받은 은혜를 갚기 위해서라도 이 시대 청춘들이 자기의 삶에 단단한 균형을 잡고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일이 있다면 작은 것이라도 돕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 청춘의 대표 격으로 아들을 지칭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시대의 청춘들에게 내 경험이 조금이라도 길을 찾는데, 그리고 찾은 그 길을 든든하게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마음과 글을 다시 가다듬어 봅니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내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나도 이런 혼돈스러운 시간을 지나왔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을 겨우 지나 이제 터널의 끝인가 싶을 때 또다시 인생이 꼬이기만 하는 경험을 많이 했었습니다.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의과대학을 들어오긴 했지만 가장으로 아기의 분유값은 커녕 월세방 하나도 구하기 어려워 여기가 지옥인가 싶을 만큼 캄캄했던 날들이 있었습니다. 사방이 막혀 있어서 바늘구멍 만한 숨구멍도 안 보이던 날들도 있었습니다.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도 앞이 보이지 않는가?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하늘을 향해 따져 묻고 싶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악마가 있다면 거래를 해서라도 갑갑한 현실을 벗어나고 싶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난날들을 돌아보며 혹시 열심히 사는데도 인생이 풀리지 않는 청춘들이 있다면 나의 경험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혹여 훗날 향방 없는 세상의 분위기에 속아서 절망적인 순간이 내게도 또 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이 글은 알 수 없는 그 미래 어느 시간의 나에게 미리 일러 두는 말이기도 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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