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s really something

⟪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문학동네, 2014

by 이유해

레이먼드 카버는 1970~80년대 미국 단편 현대문학을 이끈 세계적인 작가이다. 그는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대성당⟫과 같은 작품을 통해, '미니멀리즘의 대가'라고 불릴 만큼 덤덤하고 건조한 문체로 평범한 일상 속 사람들의 마음을 그려내었다.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 후보에 오른 ⟪대성당⟫은 ⟨칸막이 객실⟩, ⟨굴레⟩, 표제작 ⟨대성당⟩ 등 총 열두 편의 단편이 묶여있다.


"It's reaaly something" (311쪽)


이야기 속 '나'는 아내의 옛 친구, 시각장애인 로버트를 맞이하는 내내 불편함과 '맹인'에 대한 선입견을 드러낸다. 화자는 로버트를 ‘눈이 멀었다’는 사실로만 규정하고, 그 너머의 인간 '로버트'를 보지 못한다. 그러나 이야기가 끝날 무렵, 화자는 뜻밖의 경험을 한다. 로버트와 손을 맞대고 대성당을 그린 뒤, 그의 제안대로 눈을 감고, 처음으로 그저 알기만 했던 것을 진심으로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보고 들은 것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아니 애초에 '눈으로 보고 귀로 들었기' 때문에 알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레이먼드 카버의 ⟪대성당⟫ 은 이런 표면적인 감각에 대한 사람들의 착각을 깨트려준다. 특히 표제작 ⟨대성당⟩은 표면적인 앎을 넘어 다른 사람과 감각을 공유하고 경험함으로써 편견에서 빠져나와 이해의 확장을 이끌어준다. 그래서 그는 독자가 직접 행동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인물의 내면을 속속들이 이야기해주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대화와 행동을 통해 독자 스스로 유추하게 만든다. 묘사가 적고 서술 형식으로 이야기가 흘러가지만 신기하게도 독자는 이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차린다. 마치 거꾸로 '맹인' 로버트의 안내로 대성당을 진심으로 이해한 ⟨대성당⟩의 화자처럼 독자들은 책을 읽어나간다.


읽다 보면 표면적인 이해로 세상을 얼마나 오해하며 살았는지 궁금하게 만들어주는 소설이다. 그래서 카버는 소설을 통해 말한다. ⟨대성당⟩의 로버트처럼 열린 마음을 가지라고. 그리고 눈을 감아도 볼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누군가 함께라면 더 선명히 보일 수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조금만 더 그렇게 눈을 감은 채로 있자고 나는 생각했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어때?" 그가 물었다. "보고 있나?"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우리 집 안에 있었다. 그건 분명했다. 하지만 내가 어디 안에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나는 말했다. (31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