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첫 USJ
6시 35분.
야경이 좋아서 블라인드를 반쯤만 내리고 잤더니 아침햇살에 눈이 부셔 깼다.
일어나서 창을 보니 드문드문 보이는 구름, 하늘이 맑다.
가족들에게 사진을 찍어 "좋은 하루 보내요." 메시지를 남겼다.
세 번째 날, 오늘은 카페에 갔다가 서점 구경, 그리고 쇼핑을 할 예정이다.
미리 알아본 카페 중 한 곳에 가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일어나서, 다른 곳보다 일찍 문을 여는 블루보틀에 가기로 했다.
숙소를 나서니 확실히 공기가 다른 게 느껴졌다.
어제는 습하고 살짝 답답한 공기였는데,
오늘은 시원한 공기와 따사로운 햇빛.
걷기 좋은 날이다.
15분 정도 걸어 도착한 블루보틀 우메다점.
8시가 살짝 넘은 이른 시가인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대부분 커피를 가지고 나가는 걸 보니
출근길에 들린 사람들인 것 같았다.
커피만 마실까 하다 스콘이 너무 맛있어 보여서 함께 주문했다.
클린컵과 따끈따끈 부드러운 스콘.
조용한 카페.
어제랑은 너무 다른 분위기.
논어 필사, 독서모임 책을 읽고, 나중에 브런치에 쓸 내용을 정리하니 시간이 훌쩍 지나 10시가 되었다.
그 사이 조용했던 카페에 활기가 가득 찼다.
가방을 정리하다가
블루보틀 오는 길에 한큐삼번지를 본 것이 기억났다.
레고랜드, 키디랜드 등의 캐릭터 가게와 편집샵, 골목에 맛집들이 있어서 구경하기 좋은 곳인데
오랜만에 가고 싶어졌다.
그러면 서점은 오후로 미루고, 한큐삼번지 먼저 가자.
각종 소품을 파는 편집샵과 유기농 제품 가게, 캐릭터샵을 둘러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찌나 귀엽고 아기자기한 물건들이 많던지. 만져보고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몽실몽실해졌다.
그런데 확실히 취향도 관심사도 바뀌긴 했나 보다.
예전 같았으면 이것도 사고 저것도 사고 싶어서 난리였을 텐데,
지금은 '귀엽다'는 마음은 남는데 '사고 싶은' 마음은 금세 사라진다.
의외로 오래 머문 곳은 취미용품을 파는 곳이었는데,
한동안 관심 있던 휴대용 미니 팔레트 세트와 샘플, 각종 만년필용 잉크가 있어서 써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다음으로 간 츠타야의 가을 테마는 '책 읽기'였는지.
부스 몇 곳이 블라인드북으로 채워져 있었다.
포장으로 책 표지를 가리고, 대표 문단으로 책을 보고 구매하게 되어 있었다.
한국에서도 이런 블라인드북 마케팅이 많은데, 여기도 예외는 아니군.
책을 가리는 방식도 서점마다 달라서,
구매했던 블라인드북을 떠올리며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둘러보는데
가판에 AI, 비즈니스 트렌드, 역대 노벨문학상, 베스트셀러, 다이어트 방법 등의 책들이 있더라.
역시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ㅎㅎ
일본책은 확실히 표지가 알록달록 색상이 풍부하다.
근엄하다기보다는 아기자기 귀여운 편인데
다른 것보다 문고판도 많아서 가볍게 들고 다니기 좋아 보인다.
(우리나라는 문고판 출판계획은 없는 걸까.)
아무튼 이번엔
잡지 두 권을 샀다.
오후 3시 쯤 되니 오사카역에 사람이 정말 정~말~~~ 많아졌다.
원래 오가는 사람이 많은 곳이고, 오늘 금요일이다 보니
"인산인해를 이루었다."라는 딱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잠시 내일, 토요일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하니 아찔해졌다.
엄청난 수의 사람이 오가는 오사카역,
빈 벤치에 가만히 앉아 보고 있자니
나만 빼고 시간이 흐르는 것 같아서 기분이 묘해졌다.
그래도 사람들 사이에 섞여서 쇼핑하기에는 나쁘지 않아서
오가면서 눈 여겨보았던 가게도 둘러보고
요도바시 카메라에 가서 헤드폰 청음도 신나게 했다.
청음도 하고 커피 그라인더 청소 블로어를 사고 밖으로 나왔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뜨거웠던 공기가 그새 한 김 식었다.
한 낮에는 기온이 25도 넘게 올라는지라 상쾌한 공기가 반갑다.
여기저기 오가며 땀을 많이 흘려 밥보다 샤워가 너무 하고 싶었다.
가까운 식당에서 토마토 달걀덮밥과 가지튀김을 먹으려고 했는데
마음을 바꿔 맥주와 샐러드를 사서 숙소로 돌아갔다.
자, 개운하게 샤워를 하자.
그리고 오늘은 이렇게 슴슴하게 정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