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은 잘 되는데, 삶은 왜 이리 답답한가

회사에서 인정받고, 목표한 돈도 모았다. 그런데 왜 메말라가는 느낌일까?

by 윤석

작년 새해를 나는 너덜너덜한 상태로 맞이했다. 겉으로 보기엔 상황은 좋아지기만 했다. 회사에선 늘 평가가 좋았고, 해마다 직책과 연봉이 바뀌었다.


그런데 한 2년 전부터는 기쁘지가 않았다. 번 돈은 바쁘다는 핑계로 계좌에 처박아두기 바빴다. 목표하던 1억이 모였을 땐 뭔가 더 큰걸 놓쳐버린 느낌이 들었다.


멀쩡해 보이려고 갖은 애를 쓰고 있었지만,
나는 안에서 곪아가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느꼈다. 일을 더 잘하는 방법이 아니라 삶을 더 잘 사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교육, 코칭, 여기저기 기웃거렸다. 대충 계산해 보니 작년에 배우기 위해 쓴 돈이면 제네시스 GV80 한 대는 뽑았겠더라.


그렇게 찾아 헤매다가 만나게 된 교육 과정이 있었다. 작년 11월, 그 교육은 살면서 내가 스스로에게 해준 가장 큰 생일 선물이었다.


그때 쓴 돈이 지금은 사소하게 느껴질 정도로 더 큰 것을 얻었다.


내 삶이 어딘가 답답했던 이유는 내 자신을 모른 채 달려가기 급급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왜 그렇게 미친 듯이 일하면서 소진되고 무기력해지는 것을 반복했을까?


교육을 통해 의식 아래 깔려있던 내 생각의 구조를 보게 됐다. 그제서야 그간 반복되던 삶의 패턴들이 이해가 되었다. 그 숨어있는 생각을 끄집어냈을 때,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다.


알고 나니, 사실 아주 간단한 거였다.
몰랐기에 반복했고, 그래서 허탈했다.


내가 얼마나 편협한 관점으로 세상을 살고 있었는지 알았을 때는 너무 부끄러웠다. 알고 나서는 반복할 수가 없었다.


내 스스로에게, 소중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것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미친 듯이 일을 하며 그 책임을 외면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일에서의 성취가 커질수록 불안도 커졌던,
마냥 기쁘지 않았던 이유가 이제서야 이해됐다.


20년 가까이 대화가 없었던 아버지와 대화를 시작했다. 드디어 몇 년째 미루기만 했었던 독립을 새해의 목표로 세웠다.


고사에 명경지수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음의 거울이 깨끗해야 햇빛을 모아 불을 피워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거울에 나도 모르는 새에 얼룩이 묻어 있다면, 무언가 하려 해도 애써야 하고 어떤 막힘을 느끼게 된다.


‘살다 보면 마음에 얼룩이 지기 마련이지’라며 오히려 삶의 훈장처럼 여길 수도 있겠지만, 지금은 그 얼룩을 어떻게 닦아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 내가 통제할 수 있게 된 것, 그게 가장 감사한 일이다.


여전히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지만, 이제는 내 삶에 책임을 다하기로 새해 다짐을 해본다. 이렇게 호들갑을 떨었으니 나는 쪽팔리기 싫어서라도 제대로 살아보려고 애쓸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나처럼 무언가 막막한 마음을 품고 있다면, 지금의 삶도 나쁘지 않지만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존재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면, 나와 비슷한 출발점일지도 모른다.


내게 손 내밀어주는 사람이 있었던 것처럼,
나도 당신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 이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