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웃으면서 재미있게 살아가는 게 제일이야

by 아무것도아닌



몇 번을 집었다가 놓았다가 했던 책이다. 흥미로운 제목이기도 하고, 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이기도 해서 읽어보고 싶었지만 고전문학의 특성상 가볍게 읽어 내려갈 수는 없는지라 나중을 기약하며 미뤄뒀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책은 마음을 비우고 읽으면 재미있다. 드라마틱한 전개를 기대하지 않고, 주인공이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를 가볍게 듣는다고 생각하면 편안하고 즐겁게 읽어낼 수 있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고양이의 눈으로 본 인간 세상이다. 고양이가 살고 있는 집의 주인인 구샤미 선생과 손님들과의 대화가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주인공 고양이는 불리는 이름도 없는 길고양이로 구샤미 선생네 집에 얹혀사는 신세지만 비루하지도 비참하지도 않다. 오히려 인간 머리 꼭대기에서 유유자적하며 자유롭다. 이 고양이의 눈에 비친 인간들은 하나같이 어리석고 못났다. 그들 딴엔 일상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진지하고 심각하지만 고양이의 시선에서는 특별할 게 없고 시시하고 허점 투성이로 보인다.



특히 집주인인 구샤미 선생은 자신이 학교 선생이고 문학을 하는 사람이라고 우쭐해하고 수준 있다고 여기지만 허울뿐이지 실상 책은 읽지도 않는다. 가장으로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친구인 메이테이 선생한테도 매번 놀림과 무시를 당하는데 정작 본인은 모른다. 상대적으로 박식한 메이테이는 자유로운 영혼이라 틀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해서 결혼도 하지 않았고 직업도 없다. 하지만 속이 깊지 않고 허세만 있으며 구샤미 선생을 놀려먹는 재미로 산다. 구샤미의 제자인 간게쓰는 평범한 청년이다. 부잣집 딸과 결혼하기 위해 박사학위를 받으려고 애쓰지만 결국 시골 처녀와 결혼한다.



인간의 정의를 말하자면 달리 아무것도 없다. 그저 쓸데없는 것을 만들어 내어 스스로 고통받는 자라고 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주인공 고양이는 처음엔 고양이 시선으로 등장인물들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평가한다. 인간의 이기심이 고양이로선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늘어놓는다. 인간들은 자신만 잘난 줄 알고, 변덕이 심해 쉬지 않고 마음이 변하는데 비해 고양이들은 단순 명료하고 하고 싶은 대로 하기 때문에 속마음이랄 게 없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인간에게서 동정과 애정을 받게 되면서 어느새 고양이는 고양이인 것을 차츰 잊게 되고 인간의 입장처럼 인간을 바라보게 된다.


어쩌면 나도 인간을 바라보는 고양이의 시선과 맞닿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타자들을 다른 종족인 듯 이질적으로 경멸하는 시선으로 대하기도 하니까. 고양이처럼 한걸음 떨어져서 남들을 보면 추하고 비겁하고 어리석게 보이지만 나 역시 그들과 마찬가지로 아주 '인간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이는 인간이 믿고 추구하는 지식이나 예술, 권위 등을 의심의 과정 없이 받아들이며 실재하지 않는 것에 의미 부여하기 때문일 것이다. 모든 게 허상이고 모두가 소멸의 단계로 가고 있다고 자각한다면 훨씬 덜 무겁고 진지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고양이가 서술하는 인간의 세계가 궁금하다면 읽어보길 권한다. 익숙한 세상을 낯설게 경험해 보는, 무의미함에 열중하는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될 것이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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