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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줄리 Jul 12. 2024

대중교통이 좋아진다

휴직의 좋은 점 다섯



최근 부산에 갈 일이 있었다. (원래 백수가 과로사하는 법)




평소처럼 주말에 붙은 금요일을 끼고,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왔다면 버스나 지하철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무조건 택시를 탔을 것이다. (실제로, 금요일 퇴근 후 초치기해서 7시 기차를 타도 일요일에 다시 서울에 올 때까지 채 48시간을 못 놀기 때문에 대중교통 기다리는 시간은 사치다.)



하지만 난 지금 누구인가? 프로페셔널 휴직 아티스트 아니던가. 다른 말로 하면 가진 거라곤 시간뿐인 백수.

돈과 시간 중에 상대적으로 시간을 많이 가진 터라, 2-30분 정도 대기를 하더라도 흔쾌히 버스를 타고 다녔다. 



성인이 되고 난 후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차(..) 그리고 친한 동무들과의 찐한 친목 도모 차 최소 1년에 2회 이상(사실 3회 이상) 방문해 온 부산인데, 시내버스로 이동하면서 차창 밖을 가만히 감상해 본 건 실로 처음이다. 




운 좋게 광안대교를 지나가는 노선의 버스를 탈 일이 있었는데, 택시나 자가용이 아닌 버스로 그 다리를 지나는 기분이란. 근 십여 년간 부산역 입구가 닳도록 드나들었으면서 광안대교를 지나는 시내버스가 있는지도 몰랐다는 것도 놀라웠고, 자가용보다 눈높이가 높아서 광안리 해수욕장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는 점과 이 멋진 광경을 약 1,500원에 만끽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놀라웠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누릴 수 있는 뷰






일전에 우리 아파트 입구에 핀 목련꽃을 처음 발견하고도 했던 생각이지만, 

주 5일 '일'을 한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그간 내가 내 인생에서 놓쳐온 건 

비록 거창한 건 아니지만 가끔은 필요한 이런 소소한 감상 같은 것 아닐까.  


 

지금의 이 여유가 없었다면 어쩌면 나는 평생 이런 소소한 감상은 모른 채 살았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 

조금 슬프기도, 조금 다행이기도 하다.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또한 굳건한 의지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녀왔다. (대다네...!)

덕분에 이 상영관에서 저 상영관으로 옮겨 다닐 때 부천 시내 맛집도 하나씩 발견하고, 부천이라는 동네에 내적 친밀감도 쌓을 수 있는 시간을 보냈다. 



여담이지만, '유마 카운티의 끝에서'라는 영화를 봤는데 오랜만에 재밌게 본 킬링타임 영화였다. 

 

그런데 사실 영화보다 재밌었던 건, 

GV에서 끈질기게 영화의 의미를 찾으려는 시네필들의 창과 

저스트포펀~! 을 외치는 감독님의 방패를 직관할 때였다. (ㅋㅋ)




감독님 저는 진짜 별생각 없이 잘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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