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ENT: 감각과 소통의 창을 여는 정교한 의술

귀 기울이고, 숨 쉬고, 말하다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된 이야기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 문서에는 신기한 기록이 있다. “귀가 아프면 악령이 속삭이고 있으니, 그 입을 막아라” 당시 사람들은 귀 통증을 악령의 장난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귀에 향초를 넣거나, 신성한 기름을 발라 악령을 쫓아내려 했다.


시간은 흘러 중세 유럽. 그곳에서는 코골이를 ‘악마가 코에 숨어있다’고 여겼다. 그래서 특수 장치를 만들어 악마가 빠져나가도록 코를 벌리고 잠을 자게 했다. 귀 통증도 마찬가지였다. 신부는 주술을 외우며 고통받는 사람의 귀에 성수를 뿌렸다. 사람들은 그렇게 마법에 의존하며 고통에서 벗어나려 했다.


블로그 작성용 이미지 (22).png


"마법이 아닌 과학으로도 고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신비한 주술과 마법의 시대는 한 남자로 인해 끝나게 된다. '파레의 전설'로 불리는 프랑스의 외과의사, 앙브루아즈 파레(Ambroise Paré). 그는 전쟁터에서 부상병들을 치료하며, 끓는 기름 대신 약재를 사용해 화상과 외상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처음에 “마법이 통하지 않을 텐데?”라며 의심했지만, 부상병들이 차츰 회복되는 것을 보고 경악했다.


이 놀라운 발견은 의학의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ENT(Ear, Nose, Throat, 이비인후과) 역시 이때부터 과학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귀의 염증이 악령 때문이 아니라 박테리아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코골이는 악마가 아니라 기도(氣道)의 협착 때문이라는 것도 밝혀졌다.


이후 19세기에 이르러 드디어 마취법과 무균 수술법이 등장하면서 ENT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더 이상 마법과 주술이 아닌, 과학과 정밀한 기술의 시대가 온 것이다. ENT는 그렇게 발전해왔다. 인류가 세상의 소리를 듣고, 공기를 마시며, 자유롭게 말을 할 수 있도록.





병원 경영, 소통의 창을 열다



이비인후과는 귀, 코, 목을 통해 사람과 세상을 연결한다. 귀가 들리지 않으면 소통이 단절되고, 코가 막히면 숨쉬기 힘들며, 목이 아프면 말을 할 수 없다. ENT는 단순히 감각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사람과 세상을 연결하는 역할을 한다.


병원 경영도 이와 다르지 않다.
병원 내부에서는 의료진과 직원들 간의 소통이 원활해야 하고, 외부에서는 환자와 지역 사회와의 연결이 중요하다. 귀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목이 막히면 소통이 단절되듯, 병원 내 정보가 막히고 소통이 단절되면 환자 중심의 진료는 불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진료팀에서 검사 요청을 했는데, 영상의학과에 정보가 전달되지 않으면 환자는 검사실과 진료실을 오가며 불편을 겪게 된다. 또한 접수팀과 간호팀이 소통하지 않으면, 대기 시간이 길어지고 환자는 불만을 느낀다. 이처럼 정보의 단절은 환자의 불편과 병원의 신뢰도 저하로 이어진다.


ENT가 귀와 코, 목을 연결해 소통을 원활하게 하듯, 병원도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여 정보가 원활히 흐르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디지털 협력 플랫폼을 도입해 직원 간 협업을 강화하고, 환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통해 환자와의 신뢰를 쌓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진료 후 환자에게 맞춤형 안내 문자를 보내거나, 진료 예약 및 변경을 인트라넷이라는 소통공간을 통해 간편하게 할 수 있다면, 환자는 불편 없이 병원과 소통할 수 있고, 병원은 환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결국, ENT가 사람과 세상을 연결하듯, 병원 경영도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여 환자 중심의 진료를 실현해야 한다. 소통의 창을 열고, 연결의 통로를 뚫을 때, 환자와 병원 모두가 만족하는 진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개인 성장과 ENT: 감각을 깨우고 소통하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 삶에서 우리는 종종 소통의 어려움을 겪거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지 못해 관계에 갈등이 생기곤 한다.


경청: 마음의 귀를 열다.

마치 귀가 막히면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처럼, 타인의 말을 듣지 않으면 소통은 단절된다. 마음의 귀를 열고 경청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인간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첫걸음이다. 우리가 회의를 할 때 도중에 끼어들지 않고 끝까지 듣거나, 상대방의 감정을 인정해주는 공감적 경청이 이에 해당한다.


표현: 목소리를 찾아가다.

때로는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 직장에서 의견을 말하지 못하거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해 억눌리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소통 훈련이 필요하다. 원내에 독서토론 동호회에 참석해서 책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거나, 모임에서 자신의 생각을 말해보는 습관을 가져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는 ENT가 목소리를 치료해 자신의 존재를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것과 같다.





ENT의 철학: 소통과 연결, 그리고 치유


ENT는 단순한 감각 복구가 아니다. 소통의 창을 열어주고, 연결의 단절을 치유하는 의술이다.

마찬가지로 병원 경영에서도, 개인의 삶에서도 소통과 연결은 필수적이다.

"우리는 귀로 듣고, 코로 숨 쉬며, 목으로 말한다. 하지만 진정한 소통은 단순한 기능이 아닌 ‘연결’에서 시작된다."
ENT가 귀, 코, 목을 연결해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듯, 우리의 소통도 마음과 마음을 연결해 삶의 균형을 맞춘다.


오늘, 당신의 삶에도 소통의 창이 잘 열려 있는가?

혹시 어디엔가 막혀서 답답하지는 않은가?


ENT의 의미처럼 감각과 소통의 창을 열고 잘 들어주고, 표현하며 삶의 숨결을 되찾아보자.
당신의 삶에도 ENT의 정교한 의술이 필요하지 않은가?


keyword
이전 13화GS: 외과, 치유를 위한 정교한 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