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와의 연결: 장기 계획의 중요성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점심을 먹고 카페에 들렀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려다가 얼마 전 건강검진에서 의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커피를 줄이고 녹차를 마시는 게 어떻겠어요?" 순간 망설였지만, 결국 녹차를 골랐다.
이런 작은 선택이 모여 우리의 미래를 만든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당장 마시고 싶은 커피를 포기하고 녹차를 고르는 게 쉽지만은 않다. 왜 우리는 종종 알면서도 실천하기 어려워할까?
심리학자들은 이를 '자아연속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쉽게 말해, 지금의 내가 미래의 나와 얼마나 가깝게 느끼는지를 뜻한다. 지금의 나와 미래의 내가 고무줄로 연결되어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 고무줄이 느슨하면 미래의 나는 멀게만 느껴진다. 반대로 팽팽하다면? 미래의 나도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가깝게 느껴진다.
자아연속성의 개념은 사실 오래전부터 많은 사상가와 철학자들에 의해 다뤄져 왔다. 그중 한 명인 제임스 알렌은 그의 저서 "As a Man Thinketh"에서 사람이 품는 생각이 결국 그 사람의 미래를 형성한다고 강조했다. 알렌은 생각이 곧 존재이며, 현재의 사고와 행동이 미래의 운명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알렌의 철학은 허시필드의 자아연속성 개념과 상당히 유사하다. 둘 다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인식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행동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할 허시필드(Hal Hershfield)*가 지적한 것처럼, 인간은 본래 장기적인 계획을 염두에 두고 진화하지 않았다.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대비해 음식을 저장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은퇴 후 수십 년을 대비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낯설다. 당장 눈앞의 보상이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먼 미래를 생각하는 일은 더더욱 어려운 과제가 된다.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미래 모습과 얼마나 감정적으로 연결되어 있는지에 따라 더 나은 결정을 내린다는 연구를 제시했다.
허시필드는 4,000명 이상을 10년간 추적 연구하면서, 미래의 자신을 가깝게 느끼는 ‘자아연속성(self-continuity)’이 높을수록 당장 눈앞의 만족감보다는 장기적으로 더 큰 보상을 받는 선택을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미래의 자신과 연결감이 높은 사람일수록 많이 저축하고, 열심히 운동하며, 더 도덕적으로 행동했다. 이들이 10년 후 삶의 만족도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결국 미래의 자신을 현재의 자신과 동일시할수록 삶의 전반적인 행복도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경제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장기 불황을 예감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는 특히나 먼 장래에 대한 준비가 필수적이다. 기술 발전과 사회적 변화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는 세상에서 한 발 앞선 계획과 대비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다. 따라서 우리는 스스로와 미래의 삶을 위해 현재와 미래를 조화롭게 관리해야 한다.
월급날마다 "오늘은 좀 질러볼까?"하는 유혹을 이겨내고 꾸준히 적금을 부은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10년 후 목돈을 모아 내 집 마련의 꿈에 가까이 다가간다. 반면 고무줄이 느슨했던 이들은 당장의 욕구에 충실했지만, 10년 후 여전히 월세 걱정에 시달릴 수 있다.
차이는 단순히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다. 미래의 나를 현재의 내 옆에 있는 것처럼 생생하게 느끼는 능력, 바로 그것이 핵심이다.
먼저, 미래의 자신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10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해보자. 머리가 조금 희어졌을까? 아니면 완전 백발이 되어있을까? 지금보다 더 건강해 보일까, 아니면 배가 좀 나와있을까? 어떤 옷을 입고 있을까?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이렇게 구체적으로 상상하면 미래의 나도 점점 선명해진다.
또한,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안녕, 10년 후의 나. 지금 내가 하는 이 선택들이 너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 네가 자랑스러워할 만한 일들을 하고 있니?"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미래의 나도 점점 가깝게 느껴진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미래만 바라보다 현재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가령, 은퇴 후의 삶만 생각하며 현재의 모든 즐거움을 포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친구들과의 술자리를 완전히 끊을 필요는 없다. 다만, "내일 아침에 후회하지 않을 만큼만 마시자"라고 생각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결국 이 모든 노력은 미래의 나에게 보내는 작은 선물과 같다. 오늘 하루 녹차를 선택한 것이 10년 후 나의 건강을 지켜줄 수 있다. 오늘 저녁 TV 대신 책을 집어 든 것이 10년 후 나의 지식을 풍부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그러니 오늘, 당신은 미래의 자신에게 어떤 선물을 보내고 싶은가? 커피 대신 녹차를 마시는 작은 선택일 수도 있고, 적금을 드는 큰 결정일 수도 있다. 어떤 선택이든, 그것이 바로 미래의 당신을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현재와 미래를 잇는 그 보이지 않는 고무줄을 조금씩 당기다 보면, 우리는 어느새 더 나은 버전의 자신이 되어 있을 것이다.
미래를 염두에 두고 균형감 갖자.
기본적으로 인간은 현재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데 치우치기 쉽다. 맛난 음식을 먹거나, 원하는 물건을 손쉽게 구매하는 등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한다. 하지만 그렇게 얻는 결실은 일시적라는 것을 명심하자. 장기적으로는 나에게 더 나은 미래를 제공할 선택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기 위해서는 현재의 가치와 미래의 가치 사이의 균형을 잘 맞추는 지혜를 갖추자.
장기적 관점에 선택하는 습관을 가지자
근시안적인 결정은 결국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현재의 만족이 미래의 안정과 성장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 '와닿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모든 결정에 있어 장기적인 관점을 염두에 두고, 어떤 선택이 나를 더 나은 미래로 이끌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자.
성장을 위한 변화를 만들어가자
현실에 안달 나지 말고 미래와의 연결이 보장된 삶을 계획하자. 우리는 언제든 변화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끊임없이 성장할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자신을 발전시키고, 더 큰 비전을 세우는 것이 현재의 행복과 미래의 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현재와 미래의 균형이다. ‘나’와 ‘미래의 나’ 사이의 고무줄을 팽팽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미래의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 현재의 나 자신에게 충분한 투자를 하고 있는지 순간 순간마다 생각을 일으키는 습관을 가지자.
*할 허시필드(Hal Hershfield)
사람들이 장기적인 목표를 더 잘 달성할 수 있도록 미래의 자신과 더 깊이 연결되는 방법을 탐구하는 책과 논문을 집필했다.
Hershfield, H. (2023). Your Future Self: How to Make Tomorrow Better Today. Little, Brown 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