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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Me Jan 14. 2019

# 프롤로그. 세계여행레시피

세계여행레시피. 한국 서울

세계여행, 

그 전에 워킹홀리데이를 꿈꿨다.

워킹홀리데이를 가서 일도 하면서 그 곳의 문화를 경험하며 살아보는 그런 경험을.


조금은 뻔한 말들일지라도, 설사 가서 농장에만 틀어 갇혀 블루베리만 따게 된다하더라도

가서 부딪혀보고 싶은 조금은 어렸던 내가 있었다.


한 가지 꿈밖에 꿀줄 몰랐던 나는 가족들로 하여금, 현실로 하여금

그 꿈을 접고 삶에 안주해야만 했다.



"엄마 아픈데 어딜가려고!?"

"나중에 무슨 일이라도 터지면, 그때 후회안할 자신 있어?"

"엄마 계실때 잘해야지."



해외에 나가서 1년 뒤에 돌아오겠다는 나를 붙잡고,

온 가족들이 나를 에워싸고는 모두 같은 말들을 쏟아냈다.

이제는 제법 괜찮아져서 통원치료만 한달에 한두번 받으셨기에, 괜찮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순전히 나의 욕심임을 깨달았다.



"...알겠어요. 안가요. 안갈게요.."



안간다는 말을 몇번 내뱉고 나서야 내 전화기는 잠잠해졌다.



그렇게 1년 반이 지나갔다.

세상 유일한 버팀목이 무너져내린 날.

울컥 솟구쳐 펑펑 쏟아내고 싶은 눈물을 가두고 웃었다.

억장이 무너져 속이 쿵쾅거리는 심장을 가렸다.



그렇게 제일 사랑하던 사람을 떠나보냈다.

목놓아 울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해야할 일들이 어깨를 짖눌렀다.



무얼 하지 않아도, 그저 집에서 사랑하던 이의 흔적을 하나씩 정리해나가는

그 시간이 숨막혔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세월의 흔적을 가득 안고 있는

이 집이 싫었다.

더는 볼 수 없는 모습을 자꾸 그리는 이 집이 숨을 조이는 것만 같았다.



"나, 제주도에 다녀올게"

다시 출근하기 전까지 마음을 추스린다는 말로 어물쩡 짐을 챙겨 바로 다음날 공항으로 향했다.



이것이 내가 홀로 떠난  '첫 여행'이었다.



그리고 한동안은 매일이 같았다.


보는 눈이 많이 없던 제주의 섬이

새 보금자리라도 된듯 그 안에 웅크리고

몇날며칠을 앓듯이 울어댔다.



어디로 향하는지 목적지 하나 없이 걷기만 하다 끝나던 나의 여행은

하고싶었던, 하지 못했던, 맘에 담아둔 말들로 꾹꾹 눌러담아 글로 옮겨내고는  

제자리로 돌아와야만 했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출근 도장을 찍는다.

간만에 보는 얼굴들에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서려있음을

그저 보지 못한척 최대한 환하게 웃어보였다.



"안녕하세요!!!!"







그리고 1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더 이상 꼭 한국에 있어야 할 이유가 사라진 그 때에,

더는 흐르지 않을 그 생에 머물러 있는,

어쩌면 언젠간 내가 그 머물러 있는 짧은 생을 지나칠 때에

나는 내 인생에 뒤돌아 볼 수 있는 나날들이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회사에 동네방네 소문을 낸다.


"저 세계여행 갈거에요!!!!"

쪽팔려서라도 꼭 갈 수 있게끔.









그렇게 매일을 세계여행을 외치다

출국 20일 앞두곤 늘상 가기 싫다고 칭얼거렸다.


길을 걷다가도 차만 다가오면
"날 치고가라!" 며 헛소리를 하기 일수였다.


가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많이 무서웠다.
혼자 잘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계획도 없이 떠난다는 두려움.
소중한 사람들을 한동안 볼 수 없다는 두려움.



저마다 부럽다며 좋겠다며 잘다녀오라는 인사를 건내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여행을 선택함으로서 잃은 것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잃은 만큼의 곱절은 더 얻어올거라 믿는다.
울기도 많이 울고 어떤날은 울컥 서럽기도 하고 어느 곳에선 떠나기 싫은 날도 있겠지.


이런 뒤숭숭한 맘을 뒤로한 채
제대로 싸지도 못한 짐을 대강 짊어지고는 인천공항으로 향한다.


옆에 던져놓은 내 짐가방이 떠나는걸 계속 상기시켜주는 것 같아
현실같지 않다고 느끼면서도 현실임을 자각한다.







떠나기 전 부터 배웅 나오겠다고 떠들석 하던

지인들은 막상 당일까지도 조용했다.


그저 카톡 몇통이 알림을

외칠 뿐.




그게 서운해서 였을까

불안감이 한껏 고조된 상태여서 그랬을까
리무진 버스를 타고가는 내내 우울함만 가득했다.




하지만, 서프라이즈를 위해

공항에 도착해 미리 와있던 지인들을 보고는

이내 웃는다.


아니,

왈칵 쏟아질것 같던 감정을 누르곤 웃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지 모르겠다.






1년 뒤에 보자는, 금방 시간이 지날거라는 이야기를 하며

이 시간이 얼마나 더 길어질지 모르는 채로,

작별인사를 몇번이고 반복하며,

보딩타임이 가까워지는 시간까지 작별인사를 되풀이 했다.





그렇게 나의 세계여행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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