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쓸 결심 그리고 금모래를 바라보는 마음

by 낮술

책과 펜을 놓은 지가 꽤 오래입니다. 작가 수업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읽고 쓰는 일을 해야 하는 공부를 했기 때문에 그 일들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공부도 손을 놓은 지 수 해, 군대 같은 제한적이고 억압적인 공간에서 해방된 지도 수 해, 더 이상 읽고 쓰는 일이 당연하지가 않아 졌습니다. 읽고 쓰지 않아도 밥벌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내 삶의 한편이 바삭하게 타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은 외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 글을 써보자!”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서 써보자, 친구들과 먹고 마시는 일을 좋아하니 그것들에 대해 써보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위장의 한도를 초과해 식도를 타고 내려가는 음식과 술들, 혀는 꼬부라지고 눈알의 초점은 사라져 멀쩡한 사리 분별이 어려워 지금 당장이라도 싸움 한 판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수많은 시간들.


그 무절제한 욕망의 시간을 써 내려갈 수 있다면 다음 날 아침의 사무치는 후회와 탄식들도 어쩌면 파도가 부서진 뒤 반짝이는 금모래 정도는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맛있는 식당에 가본 일을 쓰겠습니다. 잘 꾸며진 곳보다는 조금 낡은 곳으로 주로 갑니다.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좋아 낮에 술을 먹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낮에만 먹는 것은 아닙니다. 밤엔 내일이 없는 것처럼 먹을 예정입니다. 사는 곳은 서울이지만 ‘작고 이쁜’이라고 쓰고 ‘먹고 마시기 좋은’ 도시들을 찾아다니기도 할 겁니다. 모쪼록 그 시간 동안 건강할 수 있기를, 너무 견디기 힘든 일들은 없기를 바랍니다.


글을 써보겠다고 하니 오랜 짝이 그려준 술을 먹는 내 모습. 미화가 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