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푸드 1번

미소아구찜 부산 한국

by 낮술

부산 사람에게 아구찜만큼 범상한 음식은 없다. 동네 모퉁이마다 아구찜집이 있고, 안주 일체를 모토로 내세우는 실비집 같은 곳도 아구찜은 갖춘다. 그래서 내가 나고 자란 곳에선 아구찜이란 특별한 요리가 되긴 어렵다. 그렇기에 ‘무엇이 소울푸드인가’라는 시리즈에 1번으로 아구찜이 그 영예를 얻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 것이다.


아구찜은 말려서 쪄먹는 마산식을 말해야 하는 것이 아니더냐 하는 원조 이야기에는 끼어들 생각은 일절 없다. 무엇이든 원조를 따지는 것만큼 우스꽝스러운 일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식의 논리라면 청요리집 짬뽕도 중국 음식일 뿐이고, 돈까스는 도대체가 일본음식일런지 아니면 포크커틀릿이 그 원류인지 따고 들어야 할 까닭이다. 어떤 음식이 어느 곳, 어느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즐겨먹히는 것이라면 거기 음식인 것이다. 뭐든지 순수한 원형을 따져들어 네 것, 내 것을 나누는 순간부터 따분해지거나 혹은 오싹해지는 일이다.


특별할 것 없는 아구찜은 죄다 같은 것이냐 하면 또 그렇지는 않다. 마치 김치나 된장이 집집 마다 맛이 다르듯 백가지 아구찜은 백가지 맛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구 자체가 살코기가 많지 않기 때문에 껍질까지 모두 오려 넣고, 콩나물과 여러 향채 그리고 미더덕, 곤이 같은 해산물을 곁들여 양념과 버무려내기 때문이다. 그 집만의 양념이 맛의 열쇠인 것이다! 그리고 단언컨대 이 글서 다룰 아구찜집은 백 집 중 과연 으뜸이다.


이 집에서 이 정갈하고 맛깔스런 밑반찬 언급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애호박은 이미 손 댄 상태. 소주 한 병은 거뜬하다.


부산 수영역 뒷골목에 자리한 이 집은 여태껏 열 번정도는 들린 듯 하다. 부산을 갈 때마다 비싼 택시비를 들여서라도 꼭 가는 집이다.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맛이다. 상호마따나 ‘미소’가 절로 지어지는 맛이다. 가게가 위치한 곳은 몇 개의 범상한 맛이 모여 있는 작은 아구찜 골목인데 어떻게 이 집만 이렇게 고유하고 특이한 맛을 내는 것일까.


주인장은 마치 내 속마음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우리 테이블로 자연스레 다가왔다. 아는 체는 안했지만 필시 내 얼굴과 먹성을 기억했음이리라. 반가웠던 모양이다. 그러곤 요청하지도 않은 연설을 신이 나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리 오래 지나지 않은 과거에 큰 병치레를 한 듯 한 노인의 목소리는 작고 발음도 분명치 않았다. 허나 매끈하고 맑은 피부와 반짝이는 백발은 자기만의 신조로 일상을 꾸려가고 있음을 말해주었다.


“아구 내장, 간하고 다대기 양념을 7대 3의 비율로 젓는깁니다. 저어가지고 하루 종일 두기 때문에 숙성이 되는기라. 그래서 이렇게 맛이 좋을낍니다. 간이 기름지거든. 방아는 경상북도 아래에서만 나는데, 방아잎 없으면 이 맛이 안난다카이. 그래서 이 맛이 나는깁니다.“


중자에 보통 매운맛. 매운맛은 몇가지 단계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오호라! 내장이었구나. 그래서 이 집네 아구찜이 아구살이 적을 수 밖에 없는 것이구나. 아구살을 빼고도 아구 통째가 찜에 반영되었으니 납득이 되고도 남는 양이다. 그러니 전분물을 풀어 걸죽히 만드는 아구찜과는 다른 맛이 날 수 밖에. 혀 끝에서 잊혀지지가 않는 그 독보적인 맛이 드디어 그 기나긴 신비의 베일을 벗었다.


오호라! 그랬구나. 대선 소주 두어병과 아구찜은 진즉에 끝장을 내고 잘 삶아진 탱글 탱글한 쫄면사리를 남은 양념에 비벼 먹으려던 중 나는 무릎을 쳤다. 윤석열을 참 좋아한다는 그 백발의 주인장은 맛좋은 아구찜만 대접하려던게 아니라 오랜만에 다시 글을 쓰기로 한 내게 글감 마저 양껏 주려 그 날은 그리도 수다스러우셨던 것이었구나.


고맙다, 혀가 즐거운 맛이여. 고맙다, 해마가 즐거운 우연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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