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ONEs Eyes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천평 Mar 15. 2016

Youth(2015) / Paolo sorrentino

-젊음과 늙음에 대한 이야기


영화감독 Paolo Sorrentino(파올로 소렌티노)

나폴리 출신의 이 감독은 1998년 'The dust of Naples'라는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로 영화계에 데뷔하였다.
이후 'The Consequences of love(사랑의 결과, 2004)'라는 심리 스릴러 영화를 통해 칸느 영화제 황금 종려상 (경쟁 부문 초청작 가운데  최고 작품의 감독에게 수여되는 칸 영화제 최고의 상이다. 그랑프리는 2번째로 권위 있는 상이며, 심사위원 상은 3번째이다. 칸 영화제에는 경쟁 부문 이외에 비경쟁 부문, 주목할만한 시선 등 정규 섹션 이외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한다.)을 수상하였다. 

2008년 'IL DIVO (일 디보, 2008)'는 이탈리아 총리 줄리오 안드레오티라는 실존인물의 정치적 삶을 영화화 함으로써, 2008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였다. 이 영화는 2008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아카데미 분장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하였다. 

그는 'The Great Beauty(그레이트 뷰티, 2013)'로 많이 알려져있는데, 이 영화는 2013년 아카데미에서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상, 67회 영국 영화상에서 외국어 영화상, 2013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그해 European Film Awards에서 최고 작품상과 최고 감독상을 수상하며 각종 영화제를 휩쓸었다.


젊음과 늙음의 정의

영화 제목은 Youth(젊음)이지만, 젊음만을 다루는 영화는 결코 아니다.


'젊음'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요? '젊음'의 사전적 정의는 '1. 나이가 한창때에 있다. 2. 혈기 따위 왕성하다.'입니다. 사전적인 정의로만 이해할 수 없을 때에는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비슷한 개념과 비교해보는 것이죠. '늙다'의 정의는 '1. 사람의 경우에는 흔히 중년을 지난 상태. 2. 한창때를 지나 쇠퇴하다.'입니다. 두 단어 모두 '한창때-기운이나 의욕이 가득한 때'를 공통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다시 생각해 봅시다. '기운이나 의욕이 가득한 때'는 어떤 때 일까요?

인간을 생물학적으로 분석할 때, 30세 전후가 신체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고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30세 전후의 사람들에게만 '젊다'고 할까요? 글쎄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이야기할진 잘 몰라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파올로 소렌티노 감독 또한 이런 것에 질문을 던집니다. 과연 '젊음'과 '늙음'은 무엇일까요?

영화 안에서는 여러 가지 인물이 등장합니다. 은퇴한 지휘자 프레드(마이클 케인), 유명한 감독 믹(하비 카이텔), 로봇연기로 유명해진 배우 지미(폴 다노), 프레드의 딸이자 비서 레나(레이철 와이즈). 작품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것은 4명이지만, 영화 안에서는 이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이 다양한 인간상을 보여줍니다.




각기 다른 '젊음과 늙음'에 대한 단상들 (스포 주의)

지미(폴 다노)는 젊지만 원숙한, 부정적으로는 노쇠한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표현된다.

영화 속에서 각 인물들은 육체적, 정신적인 '젊음과 늙음'을 대비하여 보여주고 있습니다. 프레드는 지휘자로서 은퇴를 결정하고 그저 그런 평범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에게 남겨진 날들은 죽음을 향한 기다림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프레드의 절친한 친구 믹은 늙었지만 젊은 친구들과 함께 작품에 몰두합니다. 밤새도록 시나리오와 연출을 구상하며 작가 정신을 불태웁니다. 지미는 젊은 연기자입니다. 그는 배우가 예술가의 한 부류라고 생각하지만, 대중들은 그를 로봇연기가 인상적이었던 배우로 기억하는 것이 못마땅합니다. 그로 인해 연기자 생활에 회의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 세 사람은 각각 '늙음과 젊음'의 다른 차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늙어가는 프레드, 육체는 늙어가지만 정신적으로는 젊은 믹, 육체는 젊지만 정신적으로 늙어가는 지미는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젊음과 늙음'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듭니다.

엄마에게 자신의 발톱에 대해서 참견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어린 여자아이는, 지미가 로봇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아닌 진짜 '연기자'로서 바라봐주는 몇 안 되는 원숙한 팬이기도 합니다. 영화 중에 나오는 '마라도나'를 패러디한 인물은, 거동이 힘들지만 공만 던져주면 멋진 리프팅을 보여주는 열정이 넘치는 사내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이 각기 다른 '젊음과 늙음'을 가진 인물들이 어떠한 사건과 마주하며 변화하는 과정을 그려나갑니다.

다 이야기하면 이야기가 길어지니 제가 인상 깊었던 두 인물. 지미(폴 다노)와 믹(히비 카이텔)에 대해서만 언급하고자 합니다.

가장 먼저 지미에게 큰 변화가 다가옵니다. 지미(폴 다노)는 자신에게 들어온 어떤 배역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신은 배우는 곧 예술가라는 생각으로 다양한 역할을 해왔지만, 정작 대중들은 로봇 연기가 인상적이었던 배우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는 자신의 생활에 회의를 느끼며, 허무함의 공포에 시달립니다. 그래서 그는 이 휴양지에 휴식을 취하러 왔습니다. 그에게 닥친 큰 변화는 바로 이 휴양지에서 만난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욕망과 대중들에 대한 자신의 편견을 알아가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순수한 욕망을 되찾아 갑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에게 들어온 배역인 히틀러를 선택합니다. 


저는 선택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욕망을 선택했죠. 순수하고 불가능할 것 같은... (지미, 폴 다노)


"우리는 모두 엑스트라야"
"뭐할 거냐고? 집으로 돌아갈 거야.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지." (프레드, 마이클 케인)
"난 아냐. 판에 박힌 건 안 해. 뭘 해야 할지 알아. 다른 영화를 찍을 거야. 자넨 감정이 과대평가되었다고 했지. 그건 말도 안 돼. 감정은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이야." (믹, 하비 카이텔)


믹은 유명한 감독입니다. 그리고 그 명성에 걸맞게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죠. 하지만 그에게도 시련은 다가옵니다. 자신의 Muse라고 생각했던 브랜다가 자신과 영화하는 것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그와 함께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애써 위로해보지만, 영화사는 브랜다라는 여배우가 아니면 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힘들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는 위대한 감독이며, 아직도 영화를 만들고 싶지만 현실은 그에게 더 이상의 영화 제작을 거부합니다. 그는 자신은 다른 영화를 찍으러 가야 한다며 '자살'을 선택합니다. 순수한 열정으로만 살아왔던 젊은 믹에게, 타인이 강제로 부여하는 은퇴는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든 문제였을까요... 그는 젊은 친구들에게 '우리는 모두 엑스트라야'라고 이야기하지만, 그에게 삶이란 것은 자신이 주인공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이었나 봅니다.



'젊음과 늙음'이 만들어내는 삶의 지형

영화는 세 인물들의 말과 행동을 통해서 '젊음과 늙음'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영화의 큰 주제는 '젊음과 늙음'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주제의 틀 안에 자신을 가두지도 않습니다. 육체적 늙음에서 생기는 실없는 농담들과 젊은 육체가 가진 아름다움, 그리고 각 사람들이 가지는 육체적, 정신적 젊음과 늙음을 다양한 이미지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늙음과 젊음'을 어떻게 향유하는지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는 사랑과 결혼, 우정, 섹스 등 삶의 다양한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결국 '젊음과 늙음'의 구분은 각각의 영역에서 어떠한 태도를 취하고 있느냐에 따라서 조금씩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습니다.

직업적인 부분에서 삶을 영위할 것인가 순수한 욕망을 따라갈 것인가. 연인과 쾌락의 밤을 보낼 것인가, 손을 잡고 걸으며 산책할 것인가. 친우와 좋은 이야기를 나눌 것인가 모든 부분에서 경쟁할 것인가. 딸과 함께할 것인가 가르칠 것인가... 우리는 어떤 부분에서는 열정적 일지 모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허무를 느낄지도 모릅니다. 또는 어떠한 인식의 한계에 부딪힐지도 모릅니다. 각 부문의 총합이 각자의 '젊음과 늙음'을 정의합니다.

어쩌면 저는 너무 이른 나이에 노쇠회 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것이 사회적 구조로 만들어진 노쇠화인지, 개인적인 마음가짐이 만들어낸 노쇠화인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저 또한 불가능해 보이는 순수한 열망을 찾아 '젊음'을 되찾고 싶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Epilogue

여성의 육체는 아름답다고 알고 있지만, 마달리나 기니어의 몸은 정말로 아름답습니다. 영화관에서 보고 있는데 탄성이 절로 나오더군요.


물론 남성의 몸이 가지는 아름다움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지만... 아무래도 '아름다움'이라는 단어에는 여성이 더 적절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시'라는 장르가 의미를 축소하고 추상화하여 대상과 상황을 디테일하게 표현하는 장르라고 생각한다면, 이 영화는 '영화화된 시'또는 '시화된 영화'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말이 무슨 의민지 알고 싶으시다면, 영화를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http://blog.naver.com/konghw0/220630462766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