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아버지와 영화 <탑건2>를 봤다. 생각보다 재밌었다. 물론 예상했던 류의 재미였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진들 재밌게 봤으면 그만 아닌가. <탑건2>는 한마디로 미국판 국뽕 영화다. 미 해군 소속 비행사들이 적국에 몰래 침투하여 매우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임무를 완수한 뒤 되돌아오는 내용이다. 영화를 보면서 든 생각은 '돈을 어마어마하게 쏟아부었겠구나'였다. 여러 기종의 전투기들은 차치하더라도 굴리는 데만 천문학적 금액이 들어가는 항공모함까지 등장한다. 알아보니 미 해군은 <탑건2> 촬영을 위해 항공모함 2척과 기지 4개를 제공했다고 한다. 총 제작비는 1억 7천만 달러, 우리돈으로 2천억을 넘게 사용했다고 하는데 충분히 납득할 만한 금액이다.
다음달인 7월에 우리나라 3대 대첩 중 하나인 이순신의 한산도 대첩을 다룬 영화 <한산>이 개봉한다. <한산>도 우리나라 영화 치곤 블록버스터다. 제작비가 약 300억원이나 들었다고 한다. 모두가 동의할 진 모르겠지만 <한산>은 한국판 국뽕 영화다. 영화를 보면 애국심이 들끓어오르니깐. 위 사실을 인정한다면 <한산>은 <탑건2>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다른 점도 더 많다. 사실 <한산>은 실화를 바탕으로 각색한 영화이니 완전한 픽션인 <탑건2>와 비교하긴 어렵다. 하지만 어찌됐든 <탑건2>와 <한산>을 생각하면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우리는 국뽕을 느끼기 위해 500년 전 전투를 소환하는데 미국은 자기들이 현대에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전투를 소개한다. 우리의 영광은 과거에 있고 미국의 영광은 현대에 있다는 점을 여실히 느낀다.
지난 6월 22일 누리호가 2차 발사에 성공했다. 이제 우리나라도 우주 강국으로 진입하려 한다. 이제 우리는 몇 년 안에 '한국형 위성 항법 시스템' 일명 KPS를 우주에 쏘아올릴 것이다. KPS를 쏘아올리면 우리 일반인들의 삶이 조금 더 정확하고 정밀해진다. 무슨 말이냐면, 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위성 항법 시스템은 미국이 제공하는 일명 GPS다. 그런데 우리는 GPS가 제공하는 초정밀한 위치를 사용할 수 없다. 미국이 사용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네비게이션이나 지도에서 오차가 발생하곤 한다. 만약 KPS를 올리면 우리는 매우 정확하고 정밀한 위치를 얻게 된다. GPS의 오차가 10m라면 KPS의 오차는 10cm다. 그때는 어쩌면 네비게이션에서 "전방 50cm 앞에서 우회전하세요"를 들을 수도 있다.
우리는 이제 KPS를 올릴 계획이지만, 진정한 우주 강국인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유럽 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국의 위성 항법 시스템을 갖췄다. 우리는 그들에 비하면 한참 뒤쳐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우리가 우주 강국에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이다. 15세기 후반 유럽에서 대항해시대가 도래했었다. 당시 유럽의 모든 나라는 먼 바다로 나가면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먼 바다에 나간 나라는 몇 없었다. 먼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배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곧 우주 항해 시대가 도래한다. 우주로 나가면 큰 돈을 벌 수 있을 날이 다가오고 있다. 모든 나라가 이 사실을 알겠지만 정작 우주로 나갈 수 있는 나라는 몇 없을 것이다. 기술이 없으니깐. 우리는 누리호 발사 성공은 우주로 진출할 티켓을 얻은 것이나 다름없다.
한산도 대첩은 분명 우리가 자랑할 만한 승리였지만 우리의 진짜 영광은 아니라고 믿는다. 우리의 진짜 영광은 미래에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