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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규인 May 23. 2022

미국과 중국, 누구 편에 서야 할까

출처 : jtbc 차이나는 클라스

16세기 동북아시아는 그런대로 평화로웠다. 동북아시아 4개국 - 조선, 명明, 여진족(후금), 일본 - 의 세력이 적정한 균형을 이루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강력한 명明이 중심을 잡았고 조선은 명明의 강력한 우방국이었다. 바다 건너 섬에 있던 일본은 자기네끼리 전쟁을 치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가장 골칫거리는 위 사진에서 '후금'이라고 적힌 여진족이었는데, 명明은 여진족 내부를 분열시키는 전략을 썼다. 여진족이 세력을 규합하면 강력한 군대를 모아 자신들을 쳐들어올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16세기 후반까지 명明의 이러한 전략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던 1592년 일본이 조선을 침공했다. 조선이 멸망 직전에 내몰리자 명明은 조선에 군대를 파병했다. 일본이 조선을 차지한 뒤 만주 벌판으로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조선, 명明, 일본은 7년 동안 전쟁을 치르며 국력이 쇠약해졌다. 그러는 사이 여진족은 세력을 규합하여 통합을 이뤄냈고 나라 이름을 '후금'으로 바꾼 뒤 명明을 압박했다. 그러자 명明은 후금을 선제공격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조선에 군대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조선은 임진왜란으로 초토화되어 군대를 보낼 여력이 없었다. 고심하던 조선의 임금 광해군은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모호한 전략을 썼는데,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이 상황을 잘 표현했다.


"좋소, 경들의 뜻대로 명에 2만의 군사를 파견하겠소. 허나 나는 금(후금)에 서신을 보낼 것이오. 홍문관은 적어라. '명이 두려워 2만의 군사를 파병하였으나 금과는 싸움을 원치 않는다. 부디 우리 군사들을 무사히 조선으로 돌려보내 주시길 소원한다.'"


광해군의 일명 균형 외교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임진왜란 때 받은 도움을 잊었느냐, 어버이 나라인 명明의 도움 요청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느냐 등등. 광해군은 본래 정치적 지지 기반이 약했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여론까지 악화되어 궁지에 몰렸다. 그리고 기회를 엿보던 광해군의 조카 인조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교체했다. 이리하여 광해군의 균형 외교는 실패했다. 이후 인조는 노골적으로 명明의 편을 들었다. 이 꼴이 보기 싫었던 후금은 명明을 공격하기 전에 조선을 공격하여 인조의 항복을 받아냈다. 일명 병자호란의 삼전도의 굴욕이다. 이후 후금은 끝내 명明까지 멸망시켰고, 나라 이름을 청淸으로 바꾸었다.


상상해 보자. 만약 조선이 (누가 왕이었든 간에) 명明이 아닌 후금을 지지했더라면 역사는 바뀌었을까. 우리가 만약 그 시대에 살았더라면, 세계 최강대국이었던 명明의 몰락을 예견할 수 있었을까.


2022년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이 한창이다. 전체 그림은 초강대국 미국에 신흥강국 중국이 도전하는 모양새다. 미국은 동맹국과 함께 중국을 압박하길 원한다. 대표적인 예로 위 사진에 있는 '쿼드'를 말할 수 있다. 한편 쿼드에 소속되어 있지 않지만 미중 대결이 직접적으로 벌어지는 지역이 또 있는데 바로 한반도와 대만 섬이다. 한반도는 미국의 동맹국인 남한국과 중국의 동맹국인 북조선이 국경선을 맞대고 있다. 가장 위험한 곳은 대만 섬인데, 중국은 대만 섬을 직접 공격하여 수복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2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역할은 조선 위시한 공산주의 세력을 막는 방파제,   정도였다. 그러니깐 지금까지 우리는 북조선만 견제하면 A 학점을 받을  있었다. 그런데 최근 수십 년간 미국은 중동 지역에서 크게 실패했고,  사이 중국은 급격히 성장했다. 이제 미국은 홀로 중국을 막기 힘들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절치부심하던 미국에 경제와 군사 부문에서 급격히 성장한 '자유주의' 국가 대한민국이 눈에 띄었다. 이제 미국은 우리가   역할을 맡길 원한다. 그러니깐 조선, 중국,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 대항하는 자유주의 국가의 일원으로서 중국을 견제하는  축을 맡으라고 압박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과거 광해군의 균형 외교처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했다. 일명 전략적 모호성이다. 2021 한미 정상회담 당시 문재인 정권은 비록 미국의 요구대로 중국의 심기를 건들이는 '대만 해협의 평화'를 언급했지만 반대급부로 미국에 의해 제한되어 있던 미사일 지침(사거리와 탄두 중량 제한)을 완전히 해제했다. 미국과 중국은 문재인 정권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보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부정적으로 보지도 않았다. 중국은 내심 자기들 편에 설 가능성이 희박한 대한민국이 미중 사이에서 계속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길 원했다.


며칠 전 서울에서 2022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윤석열 정권이 처음 치루는 정상회담이었다. 아직 공동 성명서의 정확한 해석은 보지 못했지만 윤석열 정권은 노골적으로 미국과 가깝게 지내려는 모양새다. 언론은 윤석열 정권이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편, 경제는 중국 편)을 끝내고 확실한 미국 편으로 붙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고 보도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굉장히 반길 것이고 중국은 매우 분노할 것이다. 어쩌면 중국은 사드 사태 때처럼 우리에게 경제 보복을 할 수도 있다.


무엇이 정답일까. 전략적 모호성을 가짐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최대한 우리 이익을 뽑아 먹다가, 나중의 나중의 나중이 되어서야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정답일까 아니면 초반부터 완전한 미국 편에 붙은 뒤 자유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확실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정답일까. 아니, 정말 미국은 중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혹 중국이 이기면 어떻게 되나. 16세기 세계 최강대국 명明이 후금에 질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던가. 만약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국이 이긴다면,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은 우리를 크게 욕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인조를 욕하듯이 말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우리는 정말 누구 편에 서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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