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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tingham Castle Sep 07. 2022

럭셔리 브랜드의 위기와 기회#2

럭셔리 패션 캐주얼화의 도전과 과제

최근 럭셔리 브랜드는 드레스 코드의 ‘캐주얼화라는 중대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포멀웨어(formalwear)에서부터 레저웨어(leisurewear)까지 복종을 가리지 않고 고객의 모든 구매 행태가 변하고 있기에 만만치 않은 도전이라   있다. 1)

전통적으로 일터에서 요구되는 드레스 코드는 남성의 경우  피스 수트 (two-piece suit)였다.

 * 재킷 jacket과 trousers로 구성되는 수트를 투 피스 수트 (two-piece suit)라 하고 베스트 vest가 포함된 경우를 쓰리 피스 수트 (three-piece suit)라고 한다.


사실 캐주얼한 옷차림의 경우 IT기업이나 미디어 그룹 같이 상대적으로 창의적인 직종에 해당되었다. 미국 실리콘 밸리를 오마쥬 했는지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밤새워 코딩을 짜는 프로그래머를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있으며, 지적 사항이 있어서 방송통신위원회의 호출을 당할 때를 제외하고는 자유롭게 입는 방송국 PD의 모습도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옷차림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보다 많은 산업에서 드레스 코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고 있다.

편안하고 유연한 분위기에서 업무의 결과도 보다 창의적이며 생산적일 것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2) 일례로, 삼성그룹은 2008년 10월 드레스 코드를 비즈니스 캐주얼로 바꾸었고, 그 마저도 2017년을 기점으로 반바지까지 허용하기에 이르렀다. 3)


한국에서 회사 생활을 해 본 사람은 안다. 삼성이 시작하면 주변 기업들이 참고하고 반영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지금은 일부 업종을 제외하고 종로나 삼성동에서 조차 ‘넥타이 부대’는 만나기 힘들어졌다.

보수적인 분위기로 대표되는 정부 조직이나, 로펌, 금융 그리고 컨설팅 회사들도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여 최근 드레스 코드를 바꾸기 시작했다.

당연하게 여겨졌던 기념식이나 비즈니스 미팅 때도 더 이상 포멀웨어가 의무는 아닌 것 같다. 더군다나 젊은 층을 필두로 전통적인 수트와 타이 대신에 캐주얼한 옷차림으로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려는 경향이 짙어졌다. 마침내 전문적인 영역에서 조차 자유로운 패션 스타일이 새로운 규범(new norm)이 된 것이다. 4)


지난 수십 년 동안 건재해온 젠틀맨의 드레스 룸에 ‘거대한 캐주얼화’라는 변화가 진행되었다. 세계적인 추세로 보았을 때 남성복의 경우 수트와 셔츠 그리고 타이로 구성된 100년이 넘는 포멀웨어가 1970년대부터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래 사진에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는데 20세기 중엽 미국 프로 야구 경기장에서는 이른바 ‘차려입지 않은 남성’을 발견하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였다. 지금은 야구장에서 응원하는 팀의 유니폼을 입는 것이 으뜸이지만 당시에는 야구장에도 그냥 가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영미권의 이야기이지만 50년 전에는 보통의 사람들도 병원에 진료하러 갈 때 의사에게 자신이 ‘존중받기에 충분히 중요한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전달하려고 ‘차려 입고’ 갔다. 5)

그런가 하면 의식이 없는 신원미상의 사람이 병원 응급실에 실려와서 급히 수술을 해야 할 때 남성의 경우 ‘벨트’를 본다는 이야기가 있다. (수술 후 병원비를 받아야 하므로…) 어떤 이는 ‘구두’라고 하고 어떤 이는 ‘시계’라고 하는데 핵심은 크게 보이는 부분은 가난한 사람도 흉내 낼 수 있어도 ‘벨트’까지 갖추어서 럭셔리로 두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패션에서 포멀웨어가 쪼그라들고 캐주얼이 범람하게 된 것은 두 가지로 분석된다. 하나는 지각된 가치(perceived value)이고 또 다른 하나는 사용 빈도(frequency of use )이다.

2017년에 진행된 한 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30%가 포멀웨어의 지나치게 비싼 가격을 지적했다. 특별히 밀레니얼 세대에서는 30%가 넘는 응답자가 포멀웨어를 구매하기 주저되는 이유로 ‘높은 가격’을 꼽았다. 고객들은 구매 단계에서 럭셔리 상품의 지각된 가치와 가격을 비교한다. 또한 사용 빈도와 구매 가격의 비율도 중시 여긴다. 6)

학자가 논문에서 설명한 것이라 언뜻 어려운 듯 보이지만 일상용어로 풀어 설명하면, A라는 럭셔리 상품이 ‘그 돈 주고 구매할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비싸게 주고 산 그 럭셔리 상품을 ‘내가 얼마나 자주 사용할지’가 구매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포멀웨어의 매출이 해를 거듭할수록 줄어드는 이유가 명확하다. 백만 원 가까이 되는 (럭셔리 브랜드의 경우 수백만 원이 넘는) 수트를 하나 사서 일 년에 몇 번이나 입겠는가?


이러한 현상은 경기 침체기에 더욱 극명하게 나타난다.   백화점 남성층을 호령했던 포멀웨어 중심의 에르메네질도 제냐(Ermenegildo Zegna), 휴고 보스(Hugo Boss), 엠포리오 아르마니 (Emporio Armani) 일상생활에서 다양하게 입을  있는 상품군으로 구성된  브라운(Thom Browne), 띠어리(Theory), 준지(Juun.J) 등에 왕관을 넘긴  오래다.

굳이 루이뷔통, 디올, 펜디 그리고 구찌의 남성 라인은 언급할 필요조차도 없다. 삶이 괜찮을 때는 이것저것   있으나 퍽퍽해지는 순간 소비의  순간이 신중해지는 법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포멀웨어의 수요가 줄어드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는 핸드백이나 시계 등 다른 럭셔리 상품군의 매출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7) 포멀웨어에 대한 필요가 줄어든 것이지 럭셔리를 향한 사람의 욕구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가처분소득에서 ‘나를 위해 쓰겠다고 결심한 돈’은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저축으로 전환되는 법은 없다.


코로나 시국에 백화점 명품 부문의 매출이 급증한 이유에 대해 “해외여행에서 구매하던 수요가 국내로 전환되었다라고 분석한 의견이 많았다. 일견 동의하지만 코로나 전에도 세관 눈치 보느라  많은 상품을 해외에서 구매하기는 만만치 않았다.

특정 상품울  눈여겨봤다가 해외여행에서     오는 고객은 사실 럭셔리 브랜드의 주요 고객(main customer) 아니다. 오히려 강제로 절약된 해외여행 경비를 국내 소비로 전환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드레스 코드의 캐주얼화로 럭셔리 브랜드가 가지고 있던 상품 구색(merchandising mix) 흔들리는 상황이 위기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동시에 기회일  있다. 혼란한 상황에서도 승자는 존재하는 법이다.


많은 레거시 럭셔리 브랜드가 생존과 도약을 위해 상대적으로 새로운 브랜드와 과감히 협업을 하는 이유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구두 브랜드에서 스니커즈를 잇달아 출시하는 이유가 이를 설명해 준다. 능동적으로 상황을 바꾸느냐 넋 놓고 있다가 변화된 상황 때문에 바뀌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이번 시간에는 럭셔리 비즈니스 중에서 특별히 포멀웨어를 주축으로 하는 브랜드들이 직면한 ‘패션의 캐주얼화’의 도전과 그에 따른 과제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럭셔리 민주화로 문턱이 낮아진 후 새로운 고객이 유입되었고, 그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애당초 포멀웨어가 그다지 많이 필요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주요 기업들이 드레스 코드를 과감히 완화했다. 이 점이 포멀웨어 중심의 럭셔리 비즈니스가 처한 현실이다.


위에 언급한 제냐, 보스, 아르마니의 주요 실무자 3인방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 이 분들은 이미 10년 전부터 만나기만 하면 전년보다 머천다이징 믹스에서 수트 비중을 얼마나 줄였는지 서로 확인하곤 했다.

글로벌 본사에서도 수트 비중을 줄여 나갔지만 한국의 바이어들도 이미 정해진 바잉 예산(buying budget) 내에서 포멀웨어의 비중을 줄여 나간지는 오래이다.


그럼 포멀웨어는 계속 비중을 줄이거나 포기해야 하는가? 얼마  이태리  컨설팅 회사가 필자에게 의뢰한 질문도 비슷한 내용이다. 해당 질문에 대한 답은  줄로 정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킹스맨의 거리 런던 Savile Row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기존의 가치와 접근 방법이 무너진 럭셔리 산업에서  브랜드가 나아갈 길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1), 4), 6), 7) Abtan, O., 2017. Think Tank: When Luxury Goes Casual. Available at: https://wwd.com/business-news/business-features/think-tank-casual-luxury-10898035/[Accessed May 15, 2019].

2) Huen, E., 2019. What 'Business Casual' Really Means In 2019. Available at: https://www.forbes.com/sites/eustaciahuen/2019/05/09/businesscasual/ [Accessed May 15,2019].

Lewis, K.R., 2016. Why the Office Dress Code Is Slowly Dying. Available at: https://www.inc.com/fiscal-times/how-the-office-dress-code-is-slowly-dying-talent-activewear.html [Accessed May 15, 2019].

3) 최갑천, '죠스바'부터 '반바지'까지..삼성전자 근무복 변천사, 파이낸셜뉴스 (2018.11.) Available at: https://www.fnnews.com/news/201811100916194289 [Accessed September 1, 2022].

5) Boyer, G.B., 2017. Dress Up. Available at: https://www.firstthings.com/article/2017/06/dress-up [Accessed February 9, 2019].

7) D’Arpizio, C., Levato, F., Prete, F., et al., 2018. LUXURY GOODS WORLDWIDE MARKET STUDY, FALL–WINTER 2018. Bain & Company [Accessed April 6, 2019].


Photo25. Boyer, G.B., 2017. Dress Up. Available at: https://www.firstthings.com/article/2017/06/dress-up [Accessed February 9,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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