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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ttingham Castle Sep 14. 2022

킹스맨의 거리를 찾아서#1

Savile Row의 시작과 발전 Part1

이제부터 Savile Row 케이스 스터디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책의 전체 분량으로 보았을 때는 반환점을 돈 셈이다. 영화 킹스맨 전에는 남성복에 관심 있는 일부에게만 알려져 있던 런던 Savile Row의 베일을 지금부터 하나씩 벗겨 보자!


Savile Row에 관련해서는 참고문헌이 손에 꼽을 정도로 부족하다. 이러한 이유로 논문 작성 내내 맨땅에 헤딩하며 고통스러운 나날들을 보냈으나 덕분에 독창적인(?) 케이스 스터디를 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Luxury Fashion Brand Management 석사 과정이 시작한 이래 Savile Row를 주제로 케이스 스터디하겠다고 한 학생은 내가 처음이었단다.


특히 버버리 출신 지도 교수는 필자가 처음에 Savile Row 케이스 스터디를 논문에 넣겠다고 했을 때 신기하게 쳐다보면서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좋은 주제 같으니 열심히 해 보라”며 격려까지 했다.

역시 무식하면 용감한 법이고 손발이 고생하는 법이다. 그러나 월급 받고 일하는 회사 일과 달리 내 돈 내고 공부하는 학교는 말리는 사람만 없으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Savile Row에는 약 25개의 테일러 숍이 있다. 그중에서 우선 약 절반 정도의 매장에 방문해서 연구 목적을 설명하고 인터뷰 약속을 요청했다. 같은 날에 인터뷰를 잡게 되는 경우는 거의 드물었고 운이 나쁘면 하루 걸러 한번 런던을 방문하게 되는 일정도 있었다.


발음이 안 좋아서 Nottingham을 Notting Hill로 들었나? 노팅 힐에서는 Savile Row까지 15분이면 가지만, 필자가 공부하던 영국 중부 노팅엄 (Nottingham)에서는 대중교통으로 3시간이 넘게 걸렸다.

‘갑(甲)이 오라고 하면 을(乙)은 즐거운 마음으로 가는 것이 미덕’ 임을 오랜 군생활과 10년 회사 생활을 하며 체득한 터라 인터뷰 기간에는 매주 1-2회씩 Savile Row를 방문하곤 했다.

논문의 마지막 부분을 쓰고 있을 때라서 시간적 여유도 약간 있고, 영국 생활의 마무리를 하던 시기라서 Savile Row를 방문하는 날이면 성공적 인터뷰를 자축하며 바로 옆 피카디리 서커스 (Piccadilly Circus)에서 뮤지컬까지 본 후 심야 버스를 타고 다시 노팅엄으로 돌아간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Savile Row Map © Nottingham Castle

위는 Savile Row의 간략한 약도이다. 붉은색으로 표시한 곳이 초창기 창립 멤버들이고, 파란색은 그보다는 조금 늦게 합류한 신진 그룹이지만 비중 있는 멤버로 간주된다.


먼저 Gives & Hawkes는 1771년에 설립이 되었는데 2002년에 홍콩계 자본에 매각되었고 이후 Trinity Limited라는 중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남성복 리테일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회사에 인수되었다.

주소는 운 좋게 Savile Row No.1이라서 정말 ‘넘버 원’ 같지만 해외 자본이 들어와서 그런지 전통적인 운영 철학이 다소 희석되어 간다. 일례로 비스포크와 MTM 뿐만 아니라 기성복(RTW)도 많이 판매하고 있어 시즌 끝무렵이 되면 미처 판매하지 못한 기성복을 처분하기 위해 세일 문구를 윈도에 걸곤 한다.


일부 전통을 지키는 테일러들은 MTM도 취급하지 않는 고집이 있기 때문에 기성복까지 진출한 Gives & Hawkes의 행보는 다소 충격적이다.

비스포크와 MTM은 주문과 동시에 만들기 때문에 오늘날 패션 산업계의 과제인 과잉생산에 대한 염려가 없으나 기성복은 불특정 다수의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사이즈를 미리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판매되지 않은 상품은 재고로 쌓인다.


Gives & Hawkes는 지속 가능하고 환경에 대하여 책임 있는 경영을 자랑하는 Savile Row의 장점을 희석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기성복 라인에서는 원가를 절감하고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Made in Mauritius (모리셔스) 상품들도 많이 있는데 Gives & Hawkes는 주소만 ‘넘버 원’이지 이래저래 Savile Row 정신을 잃은 지 오래인 것 같다. 대자본이 패션과 만나게 될 때 생기는 부작용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셈이다.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Savile Row에 Abercrombie & Fitch (애버크롬비 & 피치) 매장이 성인 매장과 키즈 매장 등 2곳이나 있다. 건물주가 보다 많은 월세를 착실히 낼 수 있는 미국계 패션 브랜드를 세입자로 들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Anderson & Sheppard나 Richard James는 Savile Row에서 약간 벗어난 Old Burlington Street(올드 버링턴 스트리트)이나 Clifford Street (클리포드 스트리트)에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Savile Row의 가파르게 오르는 임대료에 따른 결과라 볼 수 있다.


Savile Row의 여러 테일러 숍 중에서 필자는 특별히 Anderson & Sheppard, Henry Poole, Huntsman 그리고 Richard James 중심으로 나누고자 한다. 이들은 수많은 역경을 딛고 오늘날까지 전통을 지켜온 전설적인 멤버이다. 그렇기에 안개가 짙은 불확실한 환경에 놓인 오늘날의 럭셔리 브랜드에 많은 시사점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보다 명확한 메시지 전달을 위해서 Savile Row의 스토리를 단순하게 연대기 순으로 내용을 나열하기보다는 의미 있는 사건 중심으로 짚어 보려고 한다.

글 사이사이에 오늘도 Savile Row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쓰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도 함께 실었다. 그럼 본격적으로 Savile Row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자.


영화 킹스맨의 거리 Savile Row는 2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비스포크 테일러링의 고향이자, 성지(聖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위치는 런던 메이페어 Mayfair 중심에 있으며 럭셔리 매장들이 즐비한 본드 스트리트 Bond street 바로 근처이다.


여기서 잠깐! 지금은 럭셔리 매장들이 즐비한 곳의 지척 거리인 줄은 알겠으나, 왜 하필 이 자리인가?


현재 Savile Row의 대다수 건물들은 Pollen Estate라는 부동산 전문 자산개발회사의 소유이다. 1622년 윌리엄 매독스(William Maddox)라는 상인이 35 acres (142천 sqm / 43천 평)의 부지를 매입했고 대대손손 물려받아 1764년 조지 폴른(George Pollen)에게 매각되어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다. 다음 시간에 자세히 다루겠지만 Pollen Estate는 Savile Row 비스포크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해 런던 시의회와 (Westminster City Council) 협력하여 해당 지역을 관리하고 있다. 1)


초기 Savile Row는 장교와 정치인들이 주로 거주했다. 당시 영국 장교는 귀족 자제만 가능했고 정치인들도 대다수 상류층이거나 성공한 중산층이었다. 고급 주택가인 런던 벨그라비아(Belgraiva)도 Savile Row에서 도보로 30분 이내, 차로 10분 이내이다.

역시 리테일은 탄탄한 배후와 입지의 싸움인가?


이러한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는 덕분에 럭셔리 상품을 취급하는 많은 상인들이 Savile Row에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테일러들도 18세기 후반부터 이곳에 비스포크 매장을 열기 시작했다. 이것이 Savile Row 비스포크 테일러링의 시작이다. 2)


위에서 잠시 언급한 Gieves & Hawks 매장 자리는 원래 왕립 지리학회가 있던 자리이다. 해양 강국인 영국은 이곳 왕립 지리학회에서 아프리카와 남극에 대한 중요한 탐험 계획을 세우고, 귀항 후 탐험 보고를 하곤 했다. 해군 장교도 모였을 것이고, 정부 관료와 무역회사 등 자본가들도 모여들었을 것이다.


당연히 공식행사 이후에는 사회 지도층들의 사교(社交) 행사가 이어졌을 텐데 영국 상류층을 위한 전통적인 남성 사교 클럽인 ‘Savile 클럽’도 이 무렵 만들어졌다. Savile 클럽에는 패션 리더들과 럭셔리한 취향을 가지 유명 인사들로 넘쳐 났으며 뮤지션, 시인 그리고 작가 등 예술가를 초청한 각종 이벤트나 파티가 이따금 열리곤 했다. 3)

이렇듯 부유한 주민들과 문화적으로 풍성한 분위기가 초기 Savile Row의 모습을 갖추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1) City of Westminster, 2015. Special Policy Areas and Policies Map Revision. City of Westminster.

McGregor, K., 2016. Savile Row protected by new planning rules. Available at: https://www.drapersonline.com/news/savile-row-protected-by-new-planning-rules/7014828.article [Accessed July 31, 2019].

The Fashion Law, 2016. The 24 Anti-Laws of Marketing. Available at: http://www.thefashionlaw.com/home/the-24-anti-laws-of-marketing[Accessed March 16, 2019].

The Pollen Estate, 2019. History - The Pollen Estate. Available at: http://www.thepollenestate.com/history. [Accessed August 7, 2019].

2) Glinga, W., 1986. Legacy of empire: a journey through British society. Manchester University Press.

Sheppard, F.H., 1963. Cork Street and Savile Row Area: Introduction London: Athlone Press. Available at: https://www.british-history.ac.uk/survey-london/vols31-2/pt2/pp442-455#highlight-first [Accessed January 9, 2019].

3) Hibbert, C., Weinreb, B., Keay, J., et al., 2011. The London Encyclopaedia. Pan Macmillan.

Binney, M., Crompton, S., McDowell, C., et al., 2014. One Savile Row–Gieves and Hawkes: The Invention of the English Gentleman. Pairs: Flammarion.


Photo 25 https://www.huntsmansavilerow.com/world-of-huntsman-2/kingsman-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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