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ile Row의 시작과 발전 Part2
2004년 Savile Row의 테일러들은 Savile Row의 비스포크 테일러링을 보호하고, 계승 발전시키고자 Savile Row 비스포크 연합 Savile Row Bespoke Association (SRBA)을 결성한다.
초장기 멤버는 Anderson & Sheppard, Dege & Skinner, Gieves & Hawks, Henry Poole 그리고 Huntsman 등 5개 팀이고 이고, 지금은 14개 팀의 정회원과 5개 팀의 준회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Savile Row 비스포크 연합은 미래의 디자이너와 장인을 양성하기 위해 영국의 디자인 스쿨 등과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자체적으로도 수습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1)
앞에서도 간략하게 다루었지만 옥스퍼드 사전에 따르면 비스포크(bespoke)라는 단어는 ‘말하다’(speak up, speak out)라는 뜻을 가진 16세기 후반 옛 영어 Bisprecan에서 유래되었다. 훗날 ‘의논하다, 결정하다’(discuss, decide on)라는 의미가 더해지고 ‘요청하다 또는 미리 주문하다’ (be spoken for / order or reserve in advance)라는 뜻까지 갖게 되어 오늘날에 이른 것이다. 2)
Savile Row 비스포크 연합은 비스포크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Savile Row 또는 Savile Row 주변에서 고객의 사양에 따라 제작된 수트로, 직접 재단하고 고도로 숙련된 장인에 의해 만들어진다. 또한 고객 한 사람을 위해 특별히 제작된 패턴을 사용하며 최소 50시간의 수작업과 수차례의 피팅을 거쳐서 완성된다.” 3)
* 'Savile Row 주변'이 언급된 이유는 시장의 확장을 염두에 뒀을 수도 있지만 일부 테일러가 가파르게 오르는 임대료에 못 이겨 바로 옆 골목으로 이전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일부 사람들이 비스포크를 MTM (made-to-measure)와 구분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비스포크와 달리 MTM은 준비된 스타일의 모델 가운데 원단만 선택한 후 자신의 몸에 맞게 가봉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비스포크는 오로지 한 사람을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라펠의 스타일, 여밈의 형태, 주머니의 위치, 단추의 재료 등 세상에 똑같은 것이 존재할 수 없다.
필자가 인터뷰를 진행하러 런던에 갈 때마다 런던 중심부에서 (심지어 Savile Row 맞은편 대로에서 조차!!) ‘bespoke suits for £500’이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영업하는 양복점을 더러 보았는데 500 파운드면 한화로 약 80만 원이다.
물론 적지 않은 돈이지만 질 낮은 원단으로 제3 국의 공장에서 생산하면서 Savile Row의 명성에 기생(寄生)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들의 얄팍한 상술이 Savile Row를 심각하게 위협할 수는 없겠으나 사람들로 하여금 Savile Row의 비스포크 테일러링에 대해서 오해하게끔 만들 여지는 충분히 있다.
이러한 까닭에 아래와 같이 Savile Row 트레이드 마크가 도입되었다. Savile Row 비스포크 연합의 회원사들은 Savile Row 비스포크 수트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표시하기 위해 해당 트레이드 마크를 사용한다.
Anderson & Sheppard의 수석 재단사의 말을 들어 보자.
당시에 Savile Row에 상표를 붙이자는 논의가 있었는데 [...] 프랑스의 와인 레이블을 통해 특정 지역 와인을 찾는 것과 같습니다. Savile Row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Savile Row라는 이름을 사용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때 그것은 Savile Row라는 명예를 훼손시키는 일입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Savile Row는 트레이드 마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대중 시장(mass market)에서 Savile Row를 사칭하는 등 함부로 Savile Row라는 이름을 사용할 수 없도록 무엇인가 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Savile Row라는 단어는 특별합니다. 아무나 함부로 붙일 수 없는 것이에요. 전 세계에 비스포크 수트를 만드는 많은 테일러들이 있지만 Savile Row에는 우리 만의 규칙과 제한사항 등 특별한 것이 있습니다. (수석 재단사, Anderson & Sheppard)
수석 재단사가 언급한 Savile Row만의 규칙이 무엇일까? Savile Row 비스포크 연합에 따르면 SRBA(Savile Row Bespoke Association) 회원사는 다음과 같은 규칙을 따라야 한다.
-. 모든 비스포크 가먼트는 Savile Row 안에서 만들어야 한다.
-. 모든 비스포크 가먼트는 마스터 재단사에 의해 제작된 고객 개인을 위한 개별적인 패턴지를 통해 만들어야 한다
-. 모든 비스포크 가먼트는 마스터 재단사에 의해 관리/감독된다.
-. 최소한 1명의 유급 수습 재단사 또는 테일러를 두어야 한다.
-. 일반적으로 투 피스 수트를 만들기 위해 최소 50시간의 수작업을 투입한다.
-. 현장에 원단 전문가를 상주시킨다.
-. 고객에게 최소한 2,000가지의 원단을 선택 가능하도록 한다.
-. 고객의 기록과 주문의 세부 항목을 유지한다. 4)
위에 열거한 규칙에서도 보았듯이 지금 시대에는 최첨단의 기술을 이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일 텐데 Savile Row 비스포크 테일러는 아직까지 수작업과 숙련된 장인의 공정을 중요시한다. 몇 분이면 체촌 할 수 있는 3D 바디 스캐너가 이미 상용화되었으나 Savile Row에서는 여전히 신사 숙녀를 모시는 또 다른 신사 숙녀가 줄자를 목에 걸고 고객을 응대한다.
또한 Savile Row만의 독특한 유급 수습제도를 통해 전통의 유지와 계승에 대해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다.
‘배우려면 와서 마당부터 쓸어라’라는 식의 분위기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앞서 언급했지만 많은 패션 기업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해외 생산을 하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장인정신과 같은 핵심 역량과 브랜드의 문화유산을 희석시킬 수 있다.
Savile Row의 각 테일러 샵에는 수십 명의 직원이 고객을 응대하고 고객의 옷을 한 땀 한 땀 200년 전의 그 방법으로 짓는다. 그러나 편의와 비용 절감을 선택하지 않고 양보할 수 없는 전통을 고수하는 Savile Row의 운영 철학이 200년이 넘는 세월에도 그 자리에 그대로 버틸 수 있게 해 준 힘이 된 것이다.
1) Sherwood, J., 2007. The London cut: Savile Row bespoke tailoring. Milan: Northam: Marsilio; Roundhouse distributor].
2) Oxford University Press, 2019. Oxford English dictionary (Online)Oxford University Press.
3), 4) The Savile Row Bespoke Association, 2019. The Savile Row Bespoke Association. Available at: http://www.savilerowbespoke.com/about-us/.[Accessed August 7, 2019].
Photo 26 https://www.savilerowbespoke.com/gallery/savile-row-at-work/
Photo 27 https://studiosmall.com/work/savile-row-bespo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