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과 감성의 균형"은 가능한가
이성과 감성의 균형이라는 말을 한다. 과연 사람은 그 가운데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는가.
싸이월드에서 이런저런 이야기 한 번쯤 안 적어본 사람 드물리라. 그러나 싸이월드는 한순간의 지나간 유행 취급을 받은 지 너무 오래되었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써내는 글들은 많은 제약을 받는다.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주로 쓰게 되는 이른바 '학술적 에세이'들은 비판적 사고를 강조한다. 그렇게 쓰게 되는 글들은 분석적이고 객관적인 것이어야 한다. 글쓴이는 대상으로부터 거리를 유지해야 하고, 글에 드러나지도 않는다. 그것이 일종의 예의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늘 난관에 부딪히는 것은 이러한 나의 분석과 논리는 결국 모래 위의 성 같은 것이라,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항상 누군가의 견제를 기다려야 한다. 논리는 완벽을 추구하지만 완벽할 수 없다. 완벽을 추구하는 또 다른 수많은 사람에게 공격을 받는다. 논리로 무언가를 비판하는 글은 태생적으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터다. 논리와 이성이 세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으리라는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글을 쓰지만, 사실 그 누구도 세상의 모든 면면을 탄탄하게 담아낼 수는 없다. 무너지지 않으리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쓰지만 결국은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 물론 논리의 세계에서도 무너짐은 중요하다. 논리는 무너지면서 더 크고 탄탄한 논리를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계속 무너지고, 계속 커지는 것만 의미가 있나. 그렇다면 과연 계속해서 커지는 인간은 어디에 다다를 것인지. 그것을 진리라 말하는 이도 있지만 과연 인간이 진리에 가 닿을 수나 있는 것인가 하는 질문에 답을 내놓은 이는 아직까지 없다. 베트남 전쟁에서 틱광둑이 행한 소신공양이 담고 있는 아득한 정신세계를 과연 논리와 이성으로 다 담아낼 수 있을 것인지. 틱광둑은 무너지고 스러지면서 비로소 세상을 뛰어넘게 되었다. 불교에서 말하는 열반이라는 것도 이와 그리 다른 개념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조금 다른 목소리를 내는 글의 모습이 문학이다. 그중에서도 시는 이러한 논리와 비판의 영역에서 벗어나 있다. 시의 언어는 일상의 언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뛰어넘는다. 시는 비판받지 않는다. 완전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다못해 같은 문학의 한 갈래라는 소설도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하면 비판을 얻어먹지만 시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기성 문학계가 추구하는 어떠한 방향 하에서 작품에 가해지는 비판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그 누가 진정으로 우열을 가릴 수 있는가. 감성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취향의 문제로 귀결된다. 논리와 이성을 뛰어넘어, 완전하지 않은 형태로 비로소 완전해질 수 있는 것이 감성의 세계이다.
그렇다면 논리와 감성은 어떻게 균형을 찾을 수 있을 것인지. 사실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어쩌면 이 둘 사이에서 찾아야 한다는 ‘균형’이라는 가치 자체도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의 산물일지 모른다. 논리와 이성, 그리고 감성과 떨림이 그 자체로 한 자리에서 균형을 이루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지 않을까. 애초에 조그마한 돌부리에도 넘어지는 인간이 두 가치 사이에서 언제나 균형을 잡는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다.
언젠가 ‘메마른 사람이 되지 말아야지’ 하고 일기에 적어둔 적 있으나 마르지 않고서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다. 현실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은 논리의 세상 속에서 끊임없이 탄탄하게 자신의 생각을 쌓아야 한다. 그러나 그러한 나의 생각과 논리가 완전하지 않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서 동시에 사람이라면 언제나 떨림의 바다에 몸을 던져 흠뻑 젖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는지. 뭍에서만 생활하는 몽골족이 해상 전투에 적응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여기서 꺼내 든다면 너무 맞지 않는 것일까. 그렇지만 사실 인간은 누구나 그렇다. 우리는 결국 메마른 땅에서 말하고 듣고 살아가지만 언제라도 물에 뛰어들어 흠뻑 젖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고는 또다시 천천히 땅으로 걸어나와야 한다.
이성과 감성의 ‘균형'이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인간은 이성의 세계와 감성의 세계 모두에서 최선을 다해 걸어가고 헤엄쳐야 한다. 뭍과 물은 결국 서로 없이는 의미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