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감한' 대중매체는 어떻게 성적 대상화를 용인하는가?
*읽기 전에, 본 글에서는 논의의 대상이 되는 해당 장면의 이미지를 직접 싣지 않았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어느 가족(万引き家族, 도둑질 가족)>에서는 묘한 성적 대상화가 등장한다. 온 가족이 함께 바닷가에 간 장면에서, 아키(마츠오카 마유 분)의 가슴을 클로즈업 하면서 쇼타(죠 카이리 분)의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를 본 아버지는 아들에게 “너도 가슴 좋아하냐?”라고 물으며 장난을 친다. 한 왓챠 평에서는 “일본 소년만화에서나 나올 구도다”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는데, 실제로 그 구도나 촬영 방식이 저급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나 볼 법한 것이어서 다소 당황스럽다.
먼저 해당 장면이 필요한가? 하는 질문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 장면은 왜 들어갔나? 대답으로 가능한 것은 아무래도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유대감을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점일 것이다. 공통적으로 가진 성적인 호기심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부분 자체를 문제삼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애꿎은 여성 등장인물이 대상화된다는 데 있다. 게다가 그 인물이 성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여성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자. 성노동자의 가슴을 클로즈업해 대상화하는 방식은, 그 직업의 노동과 전혀 관계 없는 일상 속에서도 성노동자의 신체는 대상화되어도 된다는 좁고 단순한 사고방식의 투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애초에 남성들 사이에서의 ‘야한 이야기’가 수많은 미디어에서 소비되고 있는 형태 자체의 문제도 있다. 누구나 성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 야한 농담도 할 수 있지. 그렇지만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전혀 상관없는 여성을 보며 아버지와 아들이 이를 ‘공유’하고, 나아가 이를 ‘남자들 사이에서 당연히 할 수 있는 이야기’로 여기는 묘사는 비판받아야 한다. (일본 대중문화 전반에서 ‘성적 개방성’으로 포장되며 성적 대상화가 무분별하게 일어나고 있는 점 자체에 문제가 많지만, 이는 후에 따로 다루기로.)
이 아키라는 인물을 작품이 묘사하는 방식 또한 찝찝함을 많이 남긴다. 아키가 언어장애를 가진 남성 손님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 장면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 준다. 애초에 두 인물이 교감하는 해당 장면의 개연성이 너무 부족하다. 그냥 자주 마주치는 손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상황에서 ‘노동’으로 이 일을 하고 있는 여성이 뜬금없이 남성과 직접 대면하고 싶다는 의지를 표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일종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포르노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가슴 클로즈업과 마찬가지로 두 인물을 담아내는 카메라의 구도 역시 불쾌하다. 아키가 남자 손님에게 ‘무릎 베게’를 해준다는 설정인데, 그러면서 치마를 입은 여성 인물의 무릎을 베고 남성이 누워있는 장면을 보여 준다.
이 장면에서 아키의 이야기를 담으며 인물을 조명하고 싶었으리라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극중에서 인물들은 각기 다른 장면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이 장면은 그 중 하나다. 아키가 스스로의 입으로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이 장면에서만큼은 성노동자로서의 자극적인 성적 묘사가 자제되고, 한 명의 사람으로서 아키라는 인물을 조명했어야 한다. 그런데 아키에 대한 이야기가 이 장면에 충분히 담겨 있나? 이 장면에서 잠시 등장하는 이야기는 그의 삶에 대해 관객들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고민할 수 있게 만드는 어떠한 설득력도 주지 못한다. 다 떠나서, 과연 관객은 이 장면을 보면서 아키의 이야기에 집중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무엇인가에 집중할 것인가를 생각해보자. 감독은 아키라는 인물을 너무 대충 다룬 것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고레에다 감독의 다른 작품보다 확연히 ‘성’에 대한 묘사가 빈번히 등장한다. 이 글에서 문제삼고 있는 것은 묘사가 선정적이라는 사실이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부부가 성관계하는 장면이 더 선정적이다. 장면 하나하나가 극에서 하고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다. 카메라가 그려내고 있는 장면이 그 인물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표현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그런 점에서 부부의 성관계 장면은 솔직한 욕구와 유대를 보여주는 장면으로서 기능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그러나 위에서 논의한 장면들은 그렇지 않다.
그렇지만 여러 리뷰를 살펴 보아도 이와 관련된 지적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데, 성적 대상화를 보여주는 장면들이 작품 내에서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작품 전체에 깔려있는 기분나쁜 대상화의 시선이 아니라, 곳곳에서 언듯 드러나는 정도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그냥 흘려보낼지도 모를 장면들.
이럴 경우엔 어떻게 작품을 바라봐야 하나? <어느 가족>이라는 작품 자체가 성적 대상화로 물든 작품은 아니다. <어느 가족>이 사회에 던지는 질문은 충분히 묵직하다. 그렇기 때문에 더 아쉽게 다가오기도 하며, 더 세세한 독해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닐까. 일부라고 하더라도 그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필요하다. 감독이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이러한 장면들은 어떠한 부분에서는 감독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중문화에서의 성적 대상화는 많은 경우 좁고 편협한 사회의 성적 고정관념과 인식에서 출발한다. 성노동에 종사하는 여성과 그 신체에 대한 고정관념, '남자들끼리'의 야한 이야기에 대한 삐뚤어진 인식, 대중문화는 그것을 반영함과 동시에 '승인'하고 재생산한다. 대중문화가 그런 대상화에 둔감할수록, 사회 역시 둔감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둔감해진 사회는 누군가에게 폭력이 될 수 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민감해져야 하는 것은 소비자인 관객의 시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