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한 문화생활(2018.04.21)

<춤이 있는 풍경>, 월간 '춤'과 조동화

by 루아흐


<춤이 있는 풍경>, 한국춤평론가회 엮음, 늘봄, 2017.

월간 <춤>지 500호를 기념해 나온 책이다. 잡지에 연재하던 '춤이 있는 풍경' 전편이 담겼다. 여기에 '권두시'와 새로 받은 무용가들의 글을 함께 실었다. 500호라니, 1976년부터 무려 40년의 기록이다. '춤이 있는 풍경'은 화가, 조각가, 작가 등 예술가들의 춤에 대한 단상에 그림, 사진이 곁들여진 코너. 백남준, 전혜린, 천경자도 여기 참여했다. 아무곳이나 들춰봐도 춤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춤추는 순간순간은 나의 기도..."(현대무용가 정귀인)



<춤>지는 무용계의 큰어른으로 몇 해 전 작고하신 조동화 선생과 떼어놓을 수 없다. <춤>지를 통해 춤 문화의 토양을 일군 분이다. 이종호, 김영태, 김채현, 김태원, 김경애 등 평론가들을 키운 것도 큰 공이다. 이들은 평론의 영역을 넘어 여러 무용제 기획, 잡지와 출판, 교육 등으로 무용의 판을 확장했다. <춤>지의 경우 수십년 동안 같은 판형을 고수하고 있다. 시대가 변함에 따라 제책 방식이 바뀔 수밖에 없었으나 활판인쇄와 세로쓰기에 대한 조동화 선생의 애착은 잡지를 오래 봐온 이는 누구나 안다. 새로 청탁해 받은 무용가들의 글 중 저마다 간직한 선생에 대한 회상도 많다. 어쩌면 조동화 선생에게 바치는 책인지도 모르겠다. 뭉클하고 먹먹한 책이다.


무용가 정귀인의 글과 함께 실린 사진 한 장.(480쪽) 왼쪽이 <춤>지 발행인 조동화 선생, 가운데가 박외선 선생, 오른쪽이 정귀인. 박외선 선생은 한국 현대무용의 선구자로 마사 그레이엄 테크닉을 소개하고 이화여대 무용과(한국 최초) 창설을 주도한 분이다. 남편은 아동문학가 마해송, 아들은 시인 마종기. 한 장의 사진에 역사가 담겨 있는 느낌이 든다.


전혜린의 글은 전문을 옮겨본다. "한 개의 본질이 부서지는 것 같다"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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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노바의 <빈사의 백조> 사진에 부쳐서'


"그것은 피조물의 죽음과 무상과 무력에 대한 고통, 우리가 '생'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의 허무에 대한 고통의 회상과도 같았다. 우라노바는 죽음의 자연스러운 묘사를 회피하고 있다. 죽음은 재빠르게 거의 돌연하게 온다. 최후에 쓰러지는 장면은 마치 부서지는 것과도 같이 보인다. 한 개의 본질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 영혼으로 형성되어 있는 지체, 그리고 지체 속에 융해되어 버린 영혼으로만 이루어져 있는 본질의 돌연한, 그러면서도 운명적인 붕괴인 것이다. 우리의 생처럼 그것(죽음)은 이해할 수 없는 곳에서부터 돌연 덮여온다. 그리고 피조물은 무로 환원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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